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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할퀸 캘리포니아, 제한적 피해보상·치솟은 재건 비용에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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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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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소실된 주택 1만2천 가구 달해
“공공보험 피해 보전 여력 부족” 지적
임대료·건설비·인건비 상승 가시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복원 문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조한 기후 탓에 화재가 잦은 캘리포니아주에서 많은 보험사가 신규 가입 및 갱신을 축소한 데다, 그나마 유지 중인 보험의 지급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팰리세이즈와 이튼 등 대형 산불이 여전히 진화에 애를 먹으면서 주민들 사이에선 “복구가 아닌 도시 재건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요 손해보험사들 일찌감치 사업 축소·철수

2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LA 주민들 사이에서 보험금으로 복구 비용을 충당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가 확대돼 사후 복구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따른 우려다.

LA 주민들은 지난 7일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소실면적 95.1㎢)과 이튼 산불(56.7㎢)로 3주째 고통을 겪고 있다. 두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28명에 달하며, 소실된 건물은 1만2,000여 가구로 추정된다. 경제적 피해 규모는 2,500억 달러(약 360조원)로 잠정 집계됐다. 현재 이들 산불의 진압률은 팰리세이즈 산불 72%, 이튼 산불 95%다.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헬기 등 각종 장비와 소방 인력을 총동원해 진압에 나서고 있으나, 건조한 바람 탓에 불길이 여러 방향으로 번지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22일 오전에는 LA카운티 북부 캐스테이크호 인근에서 또 하나의 산불이 발생하며 피해를 키웠다. JP모건체이스는 이번 산불로 인한 주택보험 지급액이 200억 달러(약 2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미국 내 주요 민간 보험사들이 이번 산불 발생 전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업을 축소해 왔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 최대 손해보험 그룹 스테이트 팜 제너럴(State Farm)은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있는 주택 및 아파트 약 7만2,000가구에 대한 보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번 산불 피해가 가장 크게 발생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 주택들도 대거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당시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가입된 스테이트 팜 보험 계약 중 69%가량이 갱신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보험사들의 캘리포니아주 기피 현상은 기상 이변으로 인한 미 서부 지역의 산불 급증에서 비롯됐다.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잇따르면서 보험사들이 수익을 보전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NYT에 의하면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험사들은 해당 지역에서 거둬들인 25년치 수익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주 정부는 민간 보험이 빠져나간 자리를 공공 보험 프로그램 페어플랜(Fair plan)으로 메꾸고 있다. 다만 페어플랜이 이번 대규모 화재 피해를 보전할 만큼의 충분한 여력을 갖췄는지는 미지수다. 마이클 와라 스탠퍼드대 기후 및 에너지 선임 연구원은 “주 정부 운영 보험은 이번 산불로 인한 보험금 청구를 감당할 수 있는 재원과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기준 페어플랜이 보유한 잉여 현금은 2억 달러(약 2,912억원)이며, 재보험 액수는 25억 달러(약 3조6,410억원)다.

연방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미 연방비상관리청은 지난 8일 재난 선언을 통해 주 정부가 산불 피해 복구 활동을 위한 연방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했으며, 노동부는 일자리 손실에 따른 자금 지원과 실직자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줄리 수 미 노동부 장관 대행은 “노동자들은 이번 산불과 같은 재난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곤 한다”며 “연방정부는 주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그들의 회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재난 피해 복구에 정파 싸움 웬 말

변수는 새로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당선인 시절부터 이번 산불과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재난 대비에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마크 존슨 공화당 원내대표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반영하듯 “산불 피해를 지원하는 연방정부의 예산을 승인하는 데는 일부 정치적 조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건에 필요한 자재 수급과 인력 확보도 난제다. 미국 신규 주택 건설에 사용되는 목재의 약 30%는 캐나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전체 건설비가 훌쩍 뛰어오르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화재로 소실된 건축물 대부분은 단독주택으로, 재건축이 필요한 주택은 최소 1만 가구로 추산된다. 이는 2020년대 들어 LA에서 매년 새로 짓는 주택의 약 2배에 버금가는 수치다.

불법 이민자들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그들의 노동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던 건설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자 추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국경을 봉쇄하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작업 현장에서 서류 미비 등 불법체류 노동자를 색출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향후 피해 복구가 매우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사진=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림소방청

집도 잃고 갈 곳도 잃은 주민들

일생에 걸쳐 축적한 재산과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 버린 시민들은 재건의 희망조차 흐려져 가는 상황에 놓였다. 샌가브리엘 벨리에 단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60대 주민 A씨는 “우리 부부는 노후 준비를 위해 2009년 당시 78만 달러(약 11억4,000만원)를 주고 그 집을 샀다”며 “그런데 이번 산불로 우편함만 남긴 채 모두 타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남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추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은퇴 생활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산불로 인근 지역 주택난이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캘리포니아는 산불 이전에도 심각한 주택난으로 악명이 높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산불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주택 가격은 미국 평균의 2배를 넘어섰고, 평균 임대료 또한 2,297달러(약 336만원)로 전국 평균보다 33% 높았다. WSJ은 “산불로 임시 거처를 찾는 수천, 수만 명의 주민이 치열한 임대 시장으로 몰리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부 임대 물건은 월 2만5,000달러에서 4만 달러(약 5,70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 이번 산불이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택 소실로 인한 직접적 피해는 물론, 건설 비용 상승 및 이주 비용 증가 등 간접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지금까지 나온 모든 피해 규모 추정치는 무의미하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강풍까지 예고되며 주민들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CNN방송은 “요 며칠 산불 진화에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23일 강풍이 서던 캘리포니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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