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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내기도 버거워” 임의경매 급증, 11년 만에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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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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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시장 침체’ 이중고에 시름
경매 늘고, 거래량·금액은 하락세
부동산 시장 2차 하락 우려 커져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임의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0년과 2021년 부동산 시장을 뒤덮었던 거품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데 따른 결과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 여파에 경제 전반이 휘청인 일본의 사례를 들며 위기 대응능력 강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임의경매 2년째 급증 추세

1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12월 수치는 집계되기 전이지만, 11월까지 누적으로도 이미 2013년(14만8,701건)에 근접한 모습이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채무자가 원금 및 이자를 3개월 이상 연체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해당 물건을 경매에 부치는 것을 의미한다. 별도의 재판이 필요한 강제경매와 달리 곧바로 법원에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 활용도가 높다.

오랜 시간 이어진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임의경매는 2년째 급증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았던 2021년 6만6,248건, 2022년 6만5,586건이던 임의경매는 지난해 10만5,614건에 달하며 전년 대비 61% 치솟았다. 올해 1∼11월 임의경매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 늘었다.

아파트 등 주거시설이 주를 이루는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주택·집합상가 등) 임의경매 증가세가 이 같은 증가세를 주도했다. 1∼11월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5,149건)보다 48%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최근 부동산 시장 내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어 이런 증가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임의경매는 금리가 높을수록 신청 건수가 늘어나는 패턴을 보인다”며 “2021년 집값 급등기에 대출 규제를 피해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을 끌어다 쓴 이들의 부담이 커진 만큼 이를 해소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 공급 쏟아지는데, 시장 떠나는 수요자들

경매시장에 쏟아지는 신규 물건 대비 격감한 응찰자 수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보탠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법원 경매 응찰자 수는 건당 평균 3.65명으로 작년 11월(3.4명)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로 범위를 좁혀도 건당 평균 응찰자 수는 6.62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응찰자 수의 감소는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심리가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가격에 선행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거래량이 빠른 속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10월 3,743건, 11월 2,836건을 기록했고, 이달 13일까지 273건에 그쳤다. 신고 기간이 남아 있다고 해도 확연한 감소세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거래 건수가 줄어들면서 매매가격의 상승세도 주춤한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둘째 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지난 5월 셋째 주 이후 30주 만에 상승세를 멈추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 떨어졌다. 서울은 0.02% 상승했지만, 한 주 전에 비하면 상승 폭이 0.02%p 줄었다. 경매신청 건수부터 거래량, 매매가격까지 모든 지표가 부동산 시장의 2차 하락을 예견하고 있는 셈이다.

韓-日, 고령화·과잉 부채 ‘닮은 꼴’

일각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일본은 부동산업 관련 기업 부채가 거품을 크게 조장했고, 1990년대 들어 그 거품이 꺼지면서 오랜 불황의 터널을 건너온 바 있다. 우리나라 또한 지난해 말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논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예상도 무리는 아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한일 저성장 비교’ 보고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은 고령화, 과잉 부채,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고령화는 노동인구 감소로 이어져 경제 활력을 저해한다. 2023년 기준 한국 출산율은 0.72로 일본(0.99)보다 낮다. 저성장을 유발하는 고령화 위험에 한국이 더 크게 노출됐다는 의미다.

과잉 부채에서도 한국은 일본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IBK기업은행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일본이 70%(1995년, 버블 정점)인 데 반해 한국은 104%(22년 기준)로 한국이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제조업과 관련해서는 “제조업은 경제 성숙기에 접어들면 인건비 증가 등으로 경쟁력이 저하한다는 특징이 있어 위기에 취약하다”고 봤다.

다만 우리나라의 시장 구조가 일본과는 상이해 불황의 깊이나 구간이 상대적으로 좁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근거로는 매우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의 첨단산업은 전체 수출의 35.7%로 일본의 2배 수준이다. 단순 제조업에 머물러 있던 일본과는 다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 또한 일본처럼 폭락이 오기는 어렵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전세제도의 활성화로 가격 하방 지지선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동산 대출 실행 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사전 규제가 들어간다는 점도 대출 부실이 사후에 터진 일본과 다른 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한 홍종학 조국혁신당 경제특보는 “PF 사업장, 건설회사, 금융회사의 옥석을 구분할 수 없다면 작은 충격에도 금융시장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작은 문제를 감추려고 급급하다 큰 경제위기를 초래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점진적 구조조정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충격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며 “선제적으로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고, 부실 건설사와 금융회사를 관리하면 대형 참사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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