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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집권 연합 참패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한 ‘심판’ 개혁 방안 제시 못 하면 ‘미래 불투명’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참의원 선거를 이념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본 언론은 ‘극우의 부상’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들에 의한 보수 진영의 재편으로 보는 것이 맞다. 물론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합은 125석 중 47석을 얻는 초라한 성적에 그쳤다. 하지만 산세이토(Sanseito) 등 극우 세력의 부상을 빼면, 중도 우파는 63석으로 현상을 유지한 셈이다.

일본 ‘극우 부상’, 이념 아닌 ‘정책 심판’
그러니까 이념의 변화가 아니라 국정 운영에 대한 반발인 것이고, 보수를 버린 것이 아니라 방향 제시 없이 고통만 강요하는 지도자를 버린 것이다. 자민당-공명당 연합이 공공 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모호한 정책으로 일관할 때 산세이토는 감세 및 민족주의적 메시지를 통해 표를 얻을 수 있었다. 이시바 총리가 일본의 경제 상황을 그리스와 비교한 것도 적절치 않았다. 일본의 인플레이션과 임금 정체, 엔화 절하는 그리스가 겪은 극단적인 경제 상황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자민당이 39석, 공명당이 8석을 얻은 반면 산세이토가 14~15석을 획득해 급부상했다. 하지만 집권 세력은 추가 연합을 구성해 의석을 63석으로 유지했으니 보수 세력 내에서의 조정일 뿐 이념의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다. 치솟는 물가와 오르지 않는 임금에 짓눌린 국민들은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을 원한 것이지 이념 논쟁이나 난데없는 현금 지원을 바란 것이 아니다.

주: 자민당, 공명당, 산세이토(좌측부터)
고물가, 임금 정체, 엔화 약세
일본의 이번 선거는 경제 문제가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도쿄의 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소비자물가 인플레이션에서 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것)은 2.9%를 넘고 국가 전체로도 중앙은행의 목표를 상회한다. 장기 국채 수익률은 1.6%로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하는 가운데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8~149엔으로 여전히 약세다. 노사 협의를 통해 상당한 임금 인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실질임금은 여전히 줄고 있고,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피로는 극에 달했다.

주: 코어 인플레이션(도쿄), 실질 임금, 1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좌측부터)
유권자만이 아니라 투자자들도 두려워하는 상황이다. 시장은 구체성이 결여된 포퓰리즘이나 긴축 정책 강화로 인한 리스크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일본 은행은 경제 상황이 정상화에 접어들었다고 했지만 정치적 불안정은 여전히 문제다. 명확한 재정 계획이 수립되지 않으면 변동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감세 자체가 아니라 불확실성인 것이다.
‘공짜 현금’ 아닌 ‘상황 해결’ 원해
사실 선거 몇 달 전부터 대부분의 유권자가 식료품을 포함해 잠정적이고 선별적인 소비세 완화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공짜 선물이 아니라 실질적인 해결책을 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시바 내각은 국민의 요구를 적절한 재정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실패했다. 대신 즉흥적인 현금 지급과 두려움을 자아내는 메시지가 전부였다.
지금이라도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먼저 생필품에 집중해 일몰을 전제로 한 감세가 필요한데, 명확한 재정 대책을 수립해 집행해야 한다. 정책 수립을 위한 독립적인 자문 위원회도 필요해 보인다. 이후 장기적 임금 인상을 위한 전면적인 세제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일본의 재정 상황은 그리스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정부 부채는 대부분 일본 국내에서 엔화로 발행된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의 순 해외투자가 받쳐 준다. 장기간 이자율이 상승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완충장치는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믿을만한 관리·감독하에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구체적 ‘개혁 방안’ 제시해야
이번 선거 결과가 급격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일시적인 소비세 인하 및 에너지 보조금 정도가 예상된다. 학교, 대학, 지방 정부 등이 여전한 불확실성 속에서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는 얘기도 된다. 예를 들면 에너지 비용 및 임금 인상에 대비해야 하고, 국채 수익률 인상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국채 수익률 증가는 차입 비용을 올려 재정 계획 수립 시까지 주요 투자의 연기나 단계적 진행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국정 운영’이다. 유권자들도 일본이 처한 경제 상황을 알고 있으니 공포를 주입하려 하지 말고 정책을 제시하라. 그렇지 못하면 보수층도 가만히 앉아 집권 여당만 지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이번 선거가 입증했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 유권자들은 극우로 기운 것이 아니라 정권에 결과를 요구한 것이다. 알아들었다면 정부는 빚이 많다고 국민들을 닦달하지 말고 합리적이고 순차적인 개혁 방안을 제시하라. 그렇게만 하면 표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Japan Didn’t Turn Right; It Turned Away—from Austerity Without a Mandat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