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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드러나는 K-컬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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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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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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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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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강국 위상 ‘흔들’
실질적 지표 없이 온라인 반응에 매몰
국가 위상 빛낼 산업 분야 정확히 찾아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한국은 단 두 세대 만에 전쟁으로 황폐화된 농업국에서 기술과 미디어 산업을 전면에 내세운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의 회복력과 혁신,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세련되게 포장돼 각종 플랫폼과 K-드라마로 보여진다. 하지만 국가적 자부심의 뒤편에는 사각지대가 놓여있다. 한국 정부의 K-컬처를 활용한 대중 외교(public diplomacy)는 국가적 영향력을 포장하는 데는 능하지만 속에 내용물이 들어있는지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진=ChatGPT

한국 ‘글로벌 문화강국’, 사실일까?

K-컬처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생각하는 만큼 전 세계적 규모는 아니다. 소셜 미디어상의 K팝은 어디서나 각광받는 것으로 보이지만 거품을 걷고 나면 다른 이야기가 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음악에 대한 유튜브 조회수의 60% 이상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미국과 브라질이 K팝의 글로벌 본거지라고 하는데 한국 콘텐츠를 매주 소비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실질적 시장 진입이 아닌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한 착시라는 얘기다.

글로벌 K팝 팬 분포(2024년)
주: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시계 방향)

한국 엔터 산업 ‘수익 축소’

착시는 기업들의 실적으로도 나타난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매출은 기록을 깨고 있지만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작년 하이브는 2조 2천억 원의 매출을 공시했지만 영업이익은 부진한 해외 인수합병의 결과로 37% 하락했다. JYP와 YG 역시 해외 진출 실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TV와 영화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CJ ENM은 TVING을 아시아의 넷플릭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거액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대규모 대손상각으로 나타났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실적(2024년, 단위: 십억 달러)
주: 하이브, JYP, YG, CJ ENM, SM(좌측부터), 매출(짙은 청색), 영업이익(회색), 영업이익률(청색)

K뷰티 매출은 미국에서 상승세를 보이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실적이 하락세에 있다. 원인은 모두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소비자 행동을 검증하지 않고 ‘글로벌 팬심’에만 기대는 전략적 한계에 있다.

물론 이것이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문화 홍보는 어디에나 있다. 일본의 ‘쿨 재팬’(Cool Japan,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한 국가 브랜드 전략)이나 튀르키예의 ‘오스만 부흥’(Ottoman revival, 오스만 제국의 유산을 되찾고 재해석하자는 정치·문화·이념적 운동)도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의 행보가 더 위험해 보인다. 작년 한국 정부 문화 수출 지원금은 전체 수출액의 14%를 차지하는데 이는 일본보다 많고 영국과 비교하면 거의 4배나 많다. 문제는 투자수익률이다.

비판과 평가 사라진 한국 사회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정직한 비판은 크나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다. 작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연예인들은 약간의 비판적 발언만으로도 보수 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광고 계약 해지는 물론 조직적인 온라인 괴롭힘까지 잇따랐다. 무분별한 K 열풍을 비판하는 학자들도 직업적 대가가 따를 것을 우려해 갈수록 자기검열에 빠지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궤도 수정을 위한 비판적 담론이 사전 차단당하는 것이다.

정확한 평가 지표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수출 현황판과 연구개발비 감사, 제조업 통계 등 세심한 지표 관리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화 외교(cultural diplomacy)에 그런 정확성이란 없다. 정부 기관들은 실제 영향력이나 매출과 상관없는 해시태그와 비디오 조회수만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다. 브라질에서 바이럴 영상이 유행한다는 사실이 K팝 음반이나 한국 드라마가 대세라는 뜻은 아니다.

현실에 기반한 접근방식은 문화, 외교, 과학, 통계 기능을 포괄한 정부 부처 간 대응팀을 통해 통합 문화산업 현황판을 구축하는 것이다. 유튜브나 틱톡 데이터와 무작위 설문조사 결과를 결합해 시청자들의 진짜 정서와 참여를 측정해야 한다. 문화 수출품에 대한 공적 지원도 정확한 투자수익률에 기반해 성과를 측정하고 기대에 못 미치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가적 자부심은 ‘근거’와 함께 해야

한편 정말로 자신감을 갖고 자랑스럽게 알려야 할 것에는 수줍음이 없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은 매번 독해, 수학, 과학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혁신을 통해 삼원 특허(triadic patent, 유럽, 일본, 미국 특허청 특허)를 취득한 바 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한꺼번에 수상한 한국 영화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모두 온라인 바이럴이 아닌 측정 가능한 성과들이다.

무분별한 흥분의 대가는 적지 않다. 하이브가 3억 5천만 달러(약 4,890억원)를 들여 인수한 애틀랜타 소재 QC 미디어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CJ ENM은 미국 제작사 인수에 실패하면서 시간과 돈을 낭비했다. 기대에 들떠 근거 없이 돈을 낭비하면 정작 전략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과 첨단 AI 칩 등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진다. 진정 대한민국의 위상과 소프트 파워를 빛낼 수 있는 산업과 분야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국가적 자부심은 철저한 자기 평가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적은 규율과 정확성에서 나온 것이고 다음 단계로의 발전은 그것들을 회복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균형 있게 근거를 찾는다고 문화콘텐츠가 빛을 잃지는 않는다. 오히려 피로감을 낮추고 앞으로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정묘정 노스이스턴 대학교(Northeastern University) 조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outh Korea needs public diplomacy strategies to separate K-fact from K-fiction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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