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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 없다” 강동구 싱크홀 사고에 시민 불안 최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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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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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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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고 원인 다각도 조사 돌입
운전자 사망 처음, 시민 불안 가중
관련 특별법 시행에도 사고 반복
2013년 이후 발생한 싱크홀 사고 현장들/사진=서울시

서울 강동구에서 발생한 땅 꺼짐(싱크홀)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사망하면서 시민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간 공사 현장 작업자가 다치거나 숨을 거두는 사례는 왕왕 있었지만, 운전자가 목숨을 잃은 사례는 이번 사고가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가 2,000건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습이다.

9호선 연장 공사 중단 조치

26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명일동 차도에서 24일 오후 6시29분 발생한 싱크홀은 가로 20m, 세로 20m 규모로 파악됐다. 싱크홀 발생과 함께 상수도관이 터지면서 토사물이 도로 바로 아래에 있는 서울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 현장까지 쏟아졌다. 약 6,480톤 규모의 토사물이 터널 천장을 뚫고 쏟아지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현장을 지나다가 토사물에 휩쓸린 오토바이 운전자 박모(34)씨는 사고 발생 17시간 만인 25일 오전 11시 22분 숨진 채 발견됐다. 싱크홀 중심에서 고덕동 방향으로 50m 떨어진 지점이었다. 싱크홀 발생과 당시 사고 지점을 통과한 자동차 운전자 허모(48)씨는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사고 지점이 지하철 공사 현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9호선 공사와 싱크홀의 연관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안형준 건국대 교수는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를 빼면 동공 현상이 일어난다”며 “원래 지하수가 있으면 땅이 주저앉지 않는데, 물이 빠지니까 도로 같이 계속 하중을 받는 곳에선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 밑 상수도관이 먼저 새면서 지반이 약화하고, 흙이 무거워져 터널이 무너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사고 직전 터널에서는 지하철 공사 중이던 5∼6명의 인부가 천장에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고 현장 주변에서는 세종포천고속도로 지하 구간의 공사도 진행 중이었다. 지하 공사가 잇따르면서 이에 따른 충격이 가해지거나 물길이 바뀌면서 지반이 약화됐을 수 있다는 게 일부 공사 관계자의 견해다.

서울시는 인근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공사를 중단 조치했다. 아울러 동북선, 위례선 등 다른 도시철도 건설 공사장 주변과 영동대로 지하공간복합개발 공사 현장 등 주요 지점을 대상으로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을 통해 지반 침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터널이 하중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설계됐는지 지하철 9호선 공사의 영향, 고속도로 건설 영향 등을 다각도로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집중 점검도 싱크홀 못 막아

도심 한복판의 싱크홀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사고다. 지난 2023년엔 서울 여의도 IFC몰 앞에서 2.5m 깊이의 싱크홀이 생겨 행인 1명이 다쳤으며, 지난해 8월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폭 6m, 깊이 2.5m의 싱크홀에 차가 빠져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또 2022년 강원 양양군에서는 폭 12m, 깊이 5m의 싱크홀이 29개나 생기면서 편의점이 통째로 빨려 들어가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2,085개였다. 이 가운데 52개에서 7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4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원(270건) △서울(216건) △광주(182건) 등 순을 보였다.

싱크홀 발생으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마련해 면적 1㎡ 이상 또는 깊이 1m 이상 지반침하로 인해 사망이나 실종 또는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를 싱크홀로 규정, 집중 점검에 나섰다. △지하 공간 통합지도 구축 및 서비스 제공 △굴착공사장 안전관리 강화 △선제적 모니터링 및 관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싱크홀 발생 건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국토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지난 2018년 이후 이달까지 전국에서 1,345건의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총 57건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도 이번 강동구 사건을 포함해 3건이나 됐다.

인위적 난개발에 전 세계 불안

싱크홀은 원래 자연적으로 땅이 가라앉아 생긴 구덩이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낡은 땅속 인프라, 인위적인 난개발이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도심 싱크홀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1월 일본 도쿄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소도시 야시오시에는 지름 40m, 깊이 15m 크기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트럭 1대가 빠진 해당 사고는 구조 작업 도중 추가 붕괴까지 발생하면서 충격을 안겼다. 일본 당국은 도로 밑을 지나가는 하수도관 파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1983년 만들어진 철근 콘크리트 하수도관이 부식되며 땅이 내려앉았다는 설명이다.

일본 외에도 중국 허베이성에서는 2013년 9월 20m 깊이의 싱크홀 속으로 16명이 건물과 함께 빨려 들어가 숨졌으며,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는 2010년 7월 도심 한복판에 깊이 100m의 싱크홀이 생겨 주택 20여 채가 빨려 들어갔다. 당시 과테말라 정부는 도시 개발 정책으로 지하수가 마르면서 지반이 함몰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도심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지반 환경에 따라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한강 이남 지역은 모래와 자갈이 쌓여 만들어진 충적층인데, 이는 싱크홀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라며 “그 때문에 터널과 지하철 공사 같은 대규모 개발을 앞두고 터파기 공사를 할 때 지하수 관리 등 품질 관리를 환경에 맞게 강화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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