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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방 미분양 아파트 ‘반값’에 사들인다 “건설사에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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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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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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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안심환매' 12년 만에 부활
건설사가 준공 후 1년 내 못 사가면 'HUG 소유'
연평균 3,000가구 매입, 총 1만 가구

정부가 최근 급격히 증가한 지방 미분양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심환매’ 정책을 시행한다.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물량을 정부가 반값에 사들이는 대신 준공 이후 건설사가 이를 다시 환매하는 것이다. 미분양 대책으로 환매 조건부 매입이 등장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정부는 건설사에 분양가의 절반만큼 유동성을 제공하고, 건설사는 정해진 환매기간 안에 미분양 해소 노력을 하도록 해 지방 주택시장 선순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추경에 3,000억 배정, 총 2.4조 투입

19일 국토교통부는 추가경정예산에 미분양 안심환매 정책 추진을 위해 3,0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매입을 위한 총 예산으로는 최대 2조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안심환매 정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방의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50%로 사들이는 대신 건설사가 이를 준공 후 다시 환매하는 조건을 단 ‘환매 조건부 매입 정책’이다. 건설사는 준공 후 1년 내에 매입가격에 이자 비용을 합쳐 이 주택을 되사야 한다.

만약 준공 후 1년 내 환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HUG가 해당 아파트 소유권을 넘겨받아 공매 등을 통해 시장에 되판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최초 분양가 4억원인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을 경우 HUG는 분양가의 50%인 2억원에 이를 매입한다. 이후 준공 뒤 1년 전까지 미분양 해소 노력을 통해 3억원에 매수 희망자를 찾게 되면, 건설사는 HUG에 '2억원+HUG가 매입비용을 조달하는 데 쓰인 세금 등 비용'을 지불하고 매수 희망자에게 3억원에 팔면 된다.

이 정책은 지난 2008~2010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도입한 바 있다. 당시 HUG의 전신인 대한주택보증은 건설사별 1,50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정률 50% 이상인 미분양 주택 약 1만9,000가구를 매입했다. 이번 안심환매 정책을 통한 매입 주택은 미분양 주택 중에서 분양 보증 가입이 완료돼 있고 공정률이 50% 이상인 지방 아파트다. 매입 규모는 연 평균 3,000가구씩, 3년간 1만 가구다. 해당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될 경우 한 달 내로 설명회와 사업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연평균 3,000가구 정도로 수요를 예측하고 있지만 수요가 더 많으면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급증한 지방 악성 미분양, 11년來 최대치

정부가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한 것은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이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땅을 파기 시작한 단지는 속속 준공되고 있으나 살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부의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793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지방 미분양 물량이 5만1,888가구로 전체의 76.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4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이 2만6,000가구를 넘긴 것은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처음으로 11년 8개월 만의 최대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2.9%는 지방(2만1,897가구)에 쌓여 있다. 지방에서 다 짓고도 팔리지 않은 주택은 전월 대비 6.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주택이 발생하면 건설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이 어려워지고 공사비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이때 HUG가 분양가의 50%를 지원하게 되면 건설사는 유동성에 숨통이 트인다. 건설업계도 지방 미분양 해소 정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은 미분양이 다수 발생할 경우 현금흐름에 치명적인 경우가 많다”며 “50%를 지원받으면 당장 급한 불을 끌 정도는 된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단 투입된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으면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은 사업장에 지원하는 정책”이라며 “민간 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아 공사비를 마련하는 것보다는 리스크가 적을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정책”이라고 했다.

15년 전 매입 물량도 10채 중 1채는 아직 공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건설 경기를 살리려 매입 물량을 늘리는 데 치중하면서 시장성 없는 물량까지 떠안는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가 2008∼2010년 매입한 미분양 주택 중 올해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공실인 주택은 619채로 집계됐다. 이는 3년간 매입한 전체 주택(7,058채)의 8.8%다. 10채 중 1채꼴로 매매는 물론 임대 수요조차 없어 비어 있다는 뜻이다.

매입 미분양 주택 중 전용면적 60㎡ 초과는 10년간 임대하다 분양하는 분양 전환형으로, 전용면적 60㎡ 이하는 공공임대로 활용해 왔다. 분양 전환형 5,941채 중 551채(9.3%)는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없어 현재 비어 있다. 2008년 LH가 매입한 60채 규모의 경북 영천시 A단지는 2018년 분양 전환이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2채만 분양에 성공했고 나머지 58채는 분양받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여전히 비어 있다. 공공임대는 1,117채 중 67채(6%)가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공실 상태다.

공실 리스크는 매입 당시부터 예상됐던 문제였다. LH가 값싼 매물 위주로 사들이면서 입지가 안 좋은 매물들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15년 만에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서는 LH는 매입 가격을 분양가 70% 이내로 정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은 가격이 높거나 입지가 안 좋기 때문인데, 입지가 안 좋은 물건을 사면 공실 문제가 되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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