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日 자민당 총재 선거, 인플레이션 위기 속 '감세안' 내놓는 후보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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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총재 선거, 고이즈미·다카이치 양강 구도 치솟는 물가에 신음하는 日, 국민들은 "감세 정책 원한다" 전임 이시바 내각, 감세안에 난색 표하며 현금 지급 추진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의 막이 올랐다. 양강 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담당상이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정치 노선 조율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의 이목은 향후 이들이 내놓을 '물가 정책'에 집중되는 추세다.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는?
22일 닛케이 아시아 등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선거 운동이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입후보를 선언한 것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 5명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 도전했던 인물들이다.
현지 언론 여론조사 결과 등을 살펴보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현시점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이라는 점이 확인된다. 일본 지지통신이 지난 18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누가 차기 총재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을 꼽은 응답자 비중은 23.8% 수준이었으며,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21.0%로 뒤를 이었다. 이외 3명의 후보는 인지도가 낮아 응답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두 후보는 당선을 위해 정치 노선 조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쿄신문은 “고이즈미 농림상은 개혁 색채를 줄였고,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보수색을 희석했다”고 해설했다. 실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지난해 선거 당시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별성제도 도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보수파 반발을 고려해 언급을 자제하는 추세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에 당선돼 총리로 취임할 경우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물가-임금 균형 어그러지며 감세 요구 확대
다만 향후 선거의 최대 쟁점은 정치 노선보다도 물가 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일본의 물가는 매달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7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3.1%로 집계됐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8개월째 3%대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임금 인상 폭이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임금 수준은 지난 30년간 3.5% 오르는 데 그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금 수급자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 일본 정부는 내년 4월부터 4,000만 연금 수급자의 급여를 1.9%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물가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이들의 생활 수준 유지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국민들은 감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지통신이 12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물가 대책으로 무엇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45.8%의 응답자가 '소비세 감세'라고 답했다. 소득세·주민세 감세 역시 28.0%의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감세론에 대한 지지가 총 70%를 넘어선 것이다. 반면 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5.4%에 그쳤고, '대책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4.5%에 불과했다.

전임 내각은 섣부른 감세 반대해
전임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감세 정책에 대해 줄곧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 왔다. 감세 요구를 억누르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1인당 2만 엔(약 19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제안할 정도였다. 해당 정책은 소득 제한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하되, 자녀가 있는 가구나 소득이 낮은 주민세 비과세 세대에는 1인당 2만 엔을 추가로 지급해 총 4만 엔(약 38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 6월 전국민 현금 지급 방안이 소비세 감세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직접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가 폐막한 뒤 기자회견에서 "소비세 감세와 비교가 자주 되지만 이 지급금은 (소비세 감소처럼) 고소득자들에게 더 큰 혜택이 되지 않고, 정말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중점을 두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당장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분들에 대한 대응으로 나는 지급금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애초에 소비세는 사회 보장에 충당되는 소중한 재원이고, 그렇기에 섣불리 감세해선 안 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이시바 내각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기만 했다. 현금 지급 정책이 선거를 앞두고 급히 추진된다는 점에서 선거용 돈 뿌리기, 이른바 '바라마키(散蒔き·퍼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일본 현지 매체 여론조사에서는 현금 지급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줄줄이 60%를 넘어서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아사히신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7%, 산케이신문·FNN 조사에서 응답자의 65.7%가 현금 지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