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편의점·택시 근로자, 내년에도 최저임금 동일 ‘차등 적용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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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구분 적용 표결' 찬성 11표 대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
모든 업종에 단일적용 유지키로, 근로자위원 일부 투표 방해 행위도
임금 인상 시 근로자 해고 가속화, 제품 가격 인상 랠리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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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할지를 두고 최저임금위원회위가 투표를 실시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구분 적용이 불발되면서 추후 단일 최저임금의 인상률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또 무산

최저임금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표결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 구분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경영계 측인 사용자위원은 체인화 편의점, 택시 운송업, 한식 음식점업, 외국식 음식점업, 기타 간이 음식점업에 대해 업종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20년 최저임금을 정한 2019년 최저임금위 이후 6년 연속 구분 적용이 무산됐다.

업종 구분은 여느 해보다 올해 최임위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돌봄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업종 구분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처음으로 형성됐다. 최저임금 업종 구분을 바라는 장외전도 치열한 모습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최임위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침체 장기화로 늘어난 대출을 감당하기 힘들어 연체율이 증가한 데 이어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률까지 급증했다”며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청하는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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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표결 막으려 용지 찢기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은 해마다 노사가 치열하게 맞붙는 쟁점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엔 업종별 구분 적용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으나, 실제로 구분 적용이 실시된 것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이 유일하다. 이날 표결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그간 일률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던 우리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유연화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최저임금의 취지에도 어긋나는 ‘차별’이며,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을 찍고 구인난을 더 심화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헌법과 최저임금법을 훼손하며 업종별 차등 적용을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논의 자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사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인재 위원장은 표결을 선언했으나 일부 근로자 위원이 표결 자체를 강하게 저지하려 들면서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사 위원들에 따르면 이날 일부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의 성향이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표결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개표 이후 사용자 위원들이 이에 대해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고 회의는 한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회의를 마친 후 사용자 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2025년 최저임금의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 결정 과정에서 벌어진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무법적인 행태와 이를 방관한 위원장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해서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표결 진행을 방해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민주적 회의체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행태”라며 “이러한 강압적 행사가 오늘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회의 진행과 절차의 원칙이 무너진 상황 속에서 향후 회의에 참여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노사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다음 8차 전원회의는 4일로 예정됐다. 최저임금 논의 법정시한(6월 27일)은 넘겼지만, 관보 고시(8월 5일) 일정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는 논의를 마쳐야 한다. 사용자 위원이 회의 보이콧까지 가지 않고 예정대로 회의에 들어올 경우 노사는 이제부터 가장 중요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로 들어간다. 지난해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여기서 140원만 올라도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현재 노동계는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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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최저임금 포스터/출처=캘리포니아 노동청

해고 칼바람·음식값 인상 등 美 최저임금 인상 쇼크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이 무산된 가운데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20% 인상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수준으로 고용률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3일 민간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르면 연간 일자리 14만5,000여 개가 줄고, 노동계가 요구해 온 20%대 인상이 결정될 경우 연간 일자리 수는 50만7,000여 개, 고용률은 1.1%포인트(62.6%→61.5%)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번에 도출된 고용률 1.1%포인트 하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준하는 수준이다. 2008년 당시 59.8%였던 고용률은 기업 연쇄 도산 등의 여파에 따라 2009년 58.8%로 1%포인트 감소한 바 있다. 해당 연구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커스(Robert Lucas)의 모형을 기반으로 최저임금 인상률과 고용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실제로 이미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및 음식값 상승 등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근로자 최저임금은 시간당 15.5달러(약 2만1,500원)에서 20달러(약 2만8,000원)로 무려 25% 올랐다. 이는 미 연방정부의 최저 시급인 7.25달러(1만원)의 약 2.8배에 육박하는 수준이자 시애틀 외곽 소도시 투퀼라(시급 20.29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급이다.

이 같은 임금 인상은 식품 가격을 넘어 고용 문제 등 소비자들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당장 패스트푸드 가맹점들은 음식값을 올리고 직원을 줄이는 고육책에 나섰다. 데이터 조사분석 업체 칼리노프스키 에쿼티 리서치에 따르면 4월 들어 주요 패스트푸드 업체의 음식값은 5~9% 정도 올랐다. 웬디스는 8%, 치폴레는 7.5%, 타코벨은 3%. 버거킹은 와퍼 등 주요 제품 가격을 2% 인상했다. 맥도날드 점주 협회도 올해 추가 인건비 상승 폭이 점포당 연간 25만 달러(3억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제품 가격을 2%가량 올렸다.

또 운영비 절감을 위해 직원 유급 휴가를 없애고, 매장 내 시설 투자 축소 등을 지시하는 업체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무인 자동화 주문시스템(키오스크) 도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 전역에서 180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는 하시 가이는 CNN에 “캘리포니아주 내 매장에는 향후 1~2달 내로 모든 레스토랑에 키오스크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자헛의 경우 LA 등 캘리포니아 내 직영점 배달원 1,200여 명을 다른 파트로 배치하거나 해고했다. 피자헛 레스토랑 가맹점 운영 법인인 서던캘리포니아피자에서도 840여 명의 배달 근로자를 해고했다. 이에 따라 피자헛 배달 이용 고객은 도어대시 등 외부 업체에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앤티앤스프레즐과 시나본 등의 매장 10곳을 운영하는 알렉산더 존슨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임금 인상으로 인해 정리해고와 일부 지점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 1월 패스트푸드 및 기타 제한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은 최저임금 인상법이 통과된 지난해 9월과 비교해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