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佛 총선 ‘정권 교체’ 위기에 금융시장 혼란 가중, 고액 자산가 이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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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노동당, 전체 650석 중 431석 확보하며 다수당 등극 확실시
EU 내 극우 열풍에 佛 총선 1차 투표에서 우파 연대 1위 올라
英 세수 확보 위해 세율 인상 전망, 佛도 국채 금리 하락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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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프랑스의 정권 교체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은 세수 확보를 위한 자본소득세율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속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국채 금리 하락 등 금융시장의 불안 요소가 심화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해 유럽중앙은행의 개입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英 노동당 압승 예상, 佛은 극우연합 의회 장악 가능성↑

3일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영국 총선 직전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당은 하원 의석 650석 가운데 431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997년 토니 블레어 총수의 노동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했을 당시 확보한 419석을 넘어서는 규모로, 이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1832년 영국 총선이 치러진 이래로 단일 정당이 얻은 최다 의석이 된다. 반면 집권 보수당은 102석에 그쳐 큰 격차로 정권을 내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확보한 의석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 그랜트 섑스 국방장관 등 내각 주요 장관도 대거 낙선할 것으로 예상됐다. 자유민주당은 72석으로 2005년 세운 최다 기록 62석을 경신하고 극우 영국개혁당은 3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경제는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겪으면서 주요 서방 국가 가운데 가장 심한 침체에 빠졌고 보수당의 인기도 빠르게 식어갔다. 2022년에는 한해에만 총리가 두 번이나 바뀌는 혼란을 겪으면서 지지율이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유럽연합(EU)의 극우 열풍에 의회 제1당의 교체가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1일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이 이끄는 우파연대가 득표율 33%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FP)이 28%의 득표율로 2위에 올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비롯한 범여권연합(앙상블)은 20%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1차 투표로 당선자가 확정된 지역구는 전체 577곳 중 76곳으로 RN은 39명, NFP는 32명, 앙상블은 2명이 각각 당선됐다.

프랑스는 1차 투표에서 지역구 유권자의 25% 이상이 참여해 1위 후보자가 과반의 표를 얻으면 당선이 확정된다. 50% 이상을 얻은 후보자가 없을 땐 12.5% 이상 지지를 얻은 후보자끼리 2차 투표를 치른다. 2차 투표 결과 RN이 제1당을 차지하면 27년 만에 역대 네 번째 동거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많은 유권자가 엘리트주의적인 마크롱을 거부하면서 전통적인 반이민 입장에 더해 생활비와 임금 문제를 강조하는 RN을 선호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권 교체에 불확실성 확대, 국채 등 금융시장 혼란 우려

영국과 프랑스의 정권 교체가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영국 노동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국방, 공공의료, 인프라 등 대규모 추가 지출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노동당이 세금 동결을 약속하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증세 없이는 부채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총선 후 국채 수급 부담과 파운드화 약세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동당의 반이민정책과 최저임금 정책은 임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는 양극단의 동거 정부 출범 가능성에 향후 정부 구성과 재정 정책을 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향후 금융시장을 광범위한 혼란 상태에 빠트리는 트리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1차 총선에서 RN이 승리하자 프랑스 국채와 독일 국채 간의 금리 차가 0.85%p로 치솟았다. 이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다. FT는 2차 총선 결과 극우 정당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국채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해져 독일 국채와의 금리 차가 1%p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와 다른 나라 간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이미 프랑스의 재정적자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영합주의 정책을 내세우는 RN이 장악하게 될 차기 프랑스 의회가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경우 EU의 재정 안정성마저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RN이 내세우는 핵심 공약은 ‘감세’로 부가가치세 인하, 10만 유로(약 1억5,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S&P 글로벌은 프랑스의 재정적자 확대 우려를 언급하며 지난달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11년 만에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총선 이후 유럽 금융시장에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관측을 두고도 경제 체력이 약해진 유로존을 외면하지 못하는 ECB와 다른 회원국 간 입장차를 확인하며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 독일 재무장관은 “프랑스는 재정 적자가 EU의 한도인 3%를 훨씬 넘어 EU의 재정 체계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런 경제적·헌법적 이유로 ECB는 프랑스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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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자본이득세율 인상 전망에 자산 매각 랠리

이런 가운데 영국에서는 고액 자산가들의 이탈이 본격화하고 있다. FT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부자들이 주식·부동산 등 자산 투매에 나섰으며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사업가들도 영국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노동당이 자본이득세 세율을 인상할 것이란 우려가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다. 자본이득세는 부동산·주식·채권 등을 처분해 발생하는 이득에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은 공약으로 ‘자본이득세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반면 노동당은 공약에 ‘법인세, 소득세, 국민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분명히 했지만, 자본이득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근로자의 세금은 인상하지 않는다’는 노동당의 슬로건이 자본이득세 인상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다분하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세수 확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자본이득세 등 세율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가디언은 노동자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총선에서 승리하면 공공서비스를 재건하기 위해 자본이득세와 상속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영국 싱크탱크 레솔루션파운데이션에 따르면 노동당의 신규 공약은 차치하고라도 차기 정부가 증세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2029년까지 연간 190억 파운드(약 33조4,800억원) 예산을 감축해야 한다.

현재 영국은 종합소득 과세표준에 자본 이득을 더한 금액이 종합소득 기본세율 구간 이하면 10%, 구간을 초과하면 20%의 자본이득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부동산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는 각각 18%와 24%, 펀드 투자 성과 보수에 대해서는 각각 18%와 28%의 세율이 부과된다. 노동당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기존 24%에서 40%로 인상하는 방안부터 2주택 처분 시 적용하는 세율을 28%로 인상하는 안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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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부유세 인상 가능성에 스위스로 이주하는 리치 노마드

프랑스에서도 자산가들이 일종의 부유세인 연대세(ISF) 부활에 대비해 ‘비상 대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 FT는 프랑스 변호사·세무사·자산관리사에게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로 임시 이주를 문의하는 자산가의 연락이 폭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좌파 동맹인 NFP와 강경 우파인 RN 중 어느 쪽이 의회 권력을 확보하더라도 마크롱 대통령의 ‘부유세 축소’ 정책이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0월 ISF 항목 중 부동산은 남기고 요트·슈퍼카·귀금속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1989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도입한 연대세는 130만 유로(약 19억4,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보유액 대비 0.5~18% 세금을 물리는 제도다. 2013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도입했던 세율 75% 세율의 부유세는 경제 회생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리치 노마드(Rich nomad·부유한 유목민)를 양산한다는 비판에 결국 2015년 좌파 정부에 의해 2년 만에 폐지됐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복지의 재원으로 활용되는 연대세의 환원이었다. 현재 NFP는 마크롱 대통령의 연대세 축소를 되돌리고 부유세를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RN은 금융소득으로 연대세 과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8일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인 수백만 명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에 부유층뿐만 아니라 극부유층, 초부유층에도 상당한 세금 혜택을 줬다”며 “우리의 우선순위는 항상 노동자 계급과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