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급증에 3기 신도시 사전청약사업 취소 우려 확산, 정부 주택공급 계획도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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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사업비도 2년 새 30% 증가, 거듭되는 건설업계 악재
사전청약사업 포기 사례 잇달아, 불안에 떠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
주택 인허가·착공 수치 하락 추세, '270만 호' 공급 계획 실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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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운정 주상복합 3·4블록 사업 시행자인 DS네트웍스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전청약 취소 안내/사진=운정 3·4블록 사업 홈페이지

인천 가정에 이어 파주 운정에서도 사전청약사업 취소가 이어지면서 오는 9월 본청약을 앞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분양 가격이 예상보다 높아지는 사태가 연달아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확산한 탓이다.

‘사전청약 당첨자 불안감 확산, “사업 연달아 취소될 수도”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왕숙2,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6개 지구) 아파트 사전청약에 당첨된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사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최근 인천, 파주 등 2기 신도시에서 사전청약 접수를 받았던 단지들이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앞서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 주상복합 사업지를 낙찰받은 시행사 DS네트웍스는 지난달 28일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사전 공급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알렸다.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공사비가 빠르게 오른 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건이 악화하면서 시공사와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단 이유에서다.

지난 1월엔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도 2기 신도시 막바지 지역으로 꼽히는 인천 가정2지구 우미 린 B2블록 사전청약 사업을 취소했다. 심우건설은 LH로부터 토지를 낙찰받은 뒤 308가구 규모 아파트 공급을 계획했지만 마찬가지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성 악화로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갑작스럽게 갈 곳을 잃은 ‘사전청약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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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폭등에 건설사 부담↑

건설사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 입장이다. 브릿지론 및 PF 대출 금리 상승, 미분양 확산으로 인한 시행·시공사 리스크 확대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여건이 어려운 데다, 공공 택지 사업은 외곽 입지에 분양가 상한제 등 악조건이 만연해 있다”며 “그만큼 미분양 부담이 큰 탓에 억지로 사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사비가 폭등했단 점도 건설사 입장에선 부담이다. 일례로 3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사전청약과 착공을 한 인천 계양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경우 총사업비가 2년 만에 최대 30% 넘게 증가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 공공주택지구 내 A2 블록(공공분양) 사업비는 2,676억원에서 3,364억원으로 변경 승인됐다. 2022년 1월 승인 때보다 25.7%(688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지구 A3 블록(신혼희망타운) 사업비도 1,754억원에서 2,335억원으로 33.1%(581억원) 늘었다.

문제는 분양가를 높이는 데 난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원칙대로라면 공사비가 오른 만큼 최종 분양가도 올라야 한다. 분양가가 오르지 않으면 상승한 사업비만큼의 손실을 건설사가 떠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공분양 취지상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건설사의 부담이 점차 커지는 이유다.

부담이 가중되다 보니 3기 신도시 사업 일정도 미뤄지는 모양새다. 당초 3기 신도시 입주 예정일은 2025~2026년께로 설정돼 있었지만, 현재는 2026~2027년 정도로 늦어진 상태다. 3기 신도시 중 가장 사업 속도가 빠른 인천 계양 A2 블록과 A3 블록도 2025년 입주가 목표였지만 이번에 2026년 12월로 입주 시점이 밀렸다. 국토부는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다른 3기 신도시 4곳(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부천 대장)을 연내 착공하겠단 계획이지만, 건설업계 악재가 이어지는 이상 2030년은 돼야 최종 입주가 가능할 거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구제책 마련 손 놓은 정부, 주택공급도 ‘빨간불’

이에 시장에선 정부 차원의 사전청약 당첨자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현행 제도상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보호 장치는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 사전청약 취소 시 당첨자 명단에서 삭제되고 청약 통장이 부활하는 등 기본적인 대책은 마련돼 있지만, 그 이상의 구제책이 구체화돼 있지 않아 이미 청약 통장을 해지하거나 소득·신혼부부·다자녀 등 청약 조건이 달라지게 된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 5월 정부가 공공분양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하며 사업이 6개월 이상 장기 지연될 경우 계약금을 10%에서 5%로 조정해 주는 구제책을 내놓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단 의견이 대부분이다. 구제 대상이 공공분양 사전청약자로 제한된 탓에 민간 사전청약자는 해당 사항이 없기 때문이다. 논란이 일자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의 경우에는 사업성이 악화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지만 민간에까지 이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난감하단 입장을 전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청약 제도 정상화에 손을 놓은 것 아니냔 힐난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신도시 사업 지연을 기점으로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제 주택 인허가·착공 수치는 갈수록 고꾸라지고 있다. 국토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만4,5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8%(2만2,072가구) 급감했다. 동기간 전국 착공 물량 역시 지난해 5만7,153가구에서 올해 4만5,359가구로 20.6%나 줄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택공급 지표가 전반적으로 내려앉은 모양새”라며 “현 정부가 발표한 270만 호 공급 달성은커녕 공급 가뭄에 따른 주택 부족과 주거비 급등 가능성이 고조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