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금리 인하’ 주장에 선 그은 이복현, 개각 시 금감원 인적 쇄신 여부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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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강조하는 정부여당, 금감원장은 "성급히 결정해선 안 돼"
개각에 금감원 인적 쇄신 가능성, 하마평엔 윤창현·허창언 등 거론
가계 대출 증가 등 금융 불안정성 확대, 금감원장 교체 신중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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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정치권의 기준금리 인하 주장에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 인하나 인하 기대심리가 금융 안정을 흔들 수 있단 이유에서다. 이처럼 이 원장이 정부여당의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을 개진하면서, 개각 이후 이 원장의 거취에 금융권이 관심이 모인다. 앞선 개각에서 이 원장이 대상자에서 제외됐던 만큼 이번엔 교체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원장이 잔류할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섣불리 교체를 결정하진 않으리란 의견이다.

이복현 금감원장 “금리 인하 섣부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일 여의도 금감원에서 임원 회의를 열고 “성급한 금리 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나 시장에 조성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단 것이다. 그는 이어 “연초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금리 인하는 지연됐고, 달러 강세도 심화했다”며 “원화는 물론 엔,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의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뎌지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졌고, 그만큼 원·달러 환율도 1,400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환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단 의미로 해석된다.

이 원장이 금리 인하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건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가 적절하단 주장이 거듭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금리 인하를 할 환경이 됐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부진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게재했고,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17일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민 경제의 가장 핵심이 금리 문제인 것을 직시해 이 문제에 당과 정부가 나섰으면 한다”고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금융 당국이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이상 정부가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긴 어려울 거란 시선에서다. 한은 통화정책국장을 역임한 홍경식 국제금융센터 부원장도 지난 1일 “한은이 준금리를 미국 등보다 선제적으로 인하하면 원·달러 환율 절하 압력을 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거란 전망에 힘을 실은 것이다.

정부 개각 눈앞으로, 이 원장도 교체되나

한편 이 원장이 정부여당의 기조에 반하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정재계의 눈은 이달 예정된 개각에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공개될 개각 명단에 이 원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연초 개각 당시 금감원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던 만큼, 인적 쇄신 차원에서 교체를 단행할 수 있단 것이다. 후임으로는 윤창현 전 국민의힘 의원,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 원장은 우선 임기를 채우고 싶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금감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과거 몇 달 전에 나온 (거취 논란은) 당시 다양한 인사 이슈가 나오면서 이동 여부에 대해 물어봐 답변한 것이었다”며 “누가 보더라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 기업 밸류업 정책, 보험개혁회의 등 판을 벌여놓은 것들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공직자로서의 소명감이 있기 때문에 그걸 설명하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기가 정해진 자리인 만큼, 당연히 내년 6월 초까지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무리되지 않은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정책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임기를 지키고자 한단 것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이 원장이 잔류할 가능성이 있단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원장이 언급했듯 금융 현안들에 대한 매듭이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상태인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금융시장 내 사안들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만큼 섣불리 금감원장을 교체하면 정책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장이 교체될 경우 후임 원장이 현안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골든타임’이 지날 수 있단 주장이다. 관계자는 또 “그간 대통령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해 온 이 원장에게 임기까지 업무를 맡기는 것도 안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금융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교체 신중론을 견지하는 것도 좋은 방편일 수 있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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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시장 불확실성↑, “인사 교체 신중해야”

실제 최근 금융 시장은 불안정한 상황이다.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 증대 등 잠재적 위험 요인이 늘어난 탓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8조5,723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대비 5조3,415억원 늘어난 수준이며, 이 같은 증가 폭은 2021년 7월(6조2,009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도 늘었다. 주담대 잔액(552조1,526억원)은 한 달 새 5조8,467억원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인 영향이다. 이 원장이 ‘시장의 기대감이 한쪽에 쏠렸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가계대출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정부는 이달 시행키로 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9월로 연기한 바 있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제도를 미룬 건데, 이로 인해 한도 축소 전 ‘막차’를 타려는 대출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말 시중은행 주담대(주기형) 금리 하단이 연 2%대까지 내려온 점도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는 위험 요인이다.

한은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도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은 206.2%로 추정됐다. 가계·기업 빚이 GDP의 2배를 웃돈단 의미다. 정부까지 합한 총부채의 명목 GDP 대비 비율인 매크로 레버리지는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251.3%에 달했다. 이에 한은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가 아직 높은 상황”이라며 “스트레스 DSR의 적절한 운용을 통해 GDP 대비 비율을 계속 낮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적 위험 요인 해소에 집중해야 한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