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나선 정부, 저출산 ‘컨트롤타워’ 통해 인구 정책 드라이브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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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기준 합계출산율 0.76명, 저출생 문제 해결 필요하단 목소리↑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 신설했지만, "과거 한계 그대로 답습해선 의미 없어"
인구부 장관 의전 서열 12위 전망, 저출생 정책 사전 예산 배분·조정 권한도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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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적선동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방안’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행정안전부

정부가 저출생과 고령사회 대응, 인력·이민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인구 정책 전반을 전담하는 인구전략기획부를 부총리급을 신설한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단 취지다.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저출생 ‘컨트롤타워’ 역할

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서울 적선동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열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인구 문제를 국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보고 인구 위기에 전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총리급의 강력한 전담 부처를 신설하겠단 방침이다.

구체적인 정책 및 사업 시행은 세부 분야에 따라 보건복지부(출산·아동·노인), 고용노동부(일-가정 양립), 여성가족부(일-가정 양립·가족·청소년) 등 각 부처가 담당하게 되며, 인구전략기획부는 문화·인식 개선 전담 부서와 실장급 대변인을 통한 홍보 기능을 맡는다. 이외 부처 내 하부 조직은 정부조직법을 통과한 후 3개월 동안 세부 설계를 거쳐 직제(대통령령) 제·개정을 통해 반영될 예정이다.

인구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통계 분석 및 연구 기능도 강화한다. 기존 통계청에서 진행하던 인구 동태 통계 분석 기능을 포함해 관련 연구를 전담해서 진행하는 전문 연구기관을 지정할 방침이다. 인구전략기획부를 뒷받침할 법안 개정도 함께 이뤄진다. 우선 정부조직법 및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개정한다.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의 경우 인구위기대응기본법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관련 법률 개정안은 이달 내 국회 논의를 거쳐 의원 입법 방식으로 발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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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저출생 문제, 컨트롤타워가 해결책 될 수 있을까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강조돼 온 사안 중 하나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장기적인 인구 감소 문제가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1분기 기준 0.7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을 밑도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간 역대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수백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기만 한다. 이런 가운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 선언한 건 고무적인 일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제는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통해 컨트롤타워의 위상만 높인다고 저출생 문제 해결이 급진적으로 이뤄지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에 따르면 인구전략기획부는 개별 정책을 집행하기보단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저출생 관련 정책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한다 해도 이전 인구정책의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단 의미다. 과거 인구정책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형식의 정부부처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란 목소리가 쏟아진다.

인구부 장관 ‘투톱 부총리’로, 의견 조율 등 역할 담당 가능할 듯

다만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의 의전 서열을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관계부처 간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은 충분히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조직 개편 방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함께 ‘투톱 부총리’로 올라선다. 사회부총리로서 교육, 노동, 복지 등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 장관 겸 부총리의 의전 서열이 12위임을 고려하면, 향후 인구부 장관의 의전 서열도 12위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정부 체제 기준 기획재정부 및 교육부 장관이 각각 의전서열 11위, 12위의 부총리급 국무위원으로 분류되고, 그 외에는 장관 중 가장 의전 서열이 높은 경우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15위) 장관으로, 이어 외교부(19위), 법무부(21위), 보건복지부(28위), 여성가족부(31위) 등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정부 체제 개편안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은 각 부처의 저출생 관련 사업에 대한 사전 예산 배분·조정 권한도 갖는다. 기재부가 독점하고 있는 예산 권한 가운데 일부가 인구부로 넘어가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상민 장관은 “(인구전략기획부가)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전략 기획 및 조정 기능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1961년 설립된 경제기획원은 실질적인 예산 편성권, 통계 분석 기능을 갖고 재무부와 함께 투톱 부처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경제기획원이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이끌었듯, 인구전략기획부도 저출생 사업을 직접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의전 서열 등을 뒷받침하겠단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