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전기차 캐즘’에 美 ESS공장 건설 잠정 중단

160X600_GIAI_AIDSNote
LG엔솔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투자 속도 조절"
함께 짓는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계획대로 진행 예정
美 보조금 정책 변화, 건설비 증가 등 불안 요소 산재
LGESS 20240629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출처=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배터리 수요 부진에 따라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LG엔솔, 美 3조 규모 ESS 배터리 공장 건설 보류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 4월부터 미국 현지에 짓고 있는 ESS 전용 생산공장 건설을 잠정 중단했다. 대신 가동률이 떨어진 현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의 생산라인을 ESS용으로 일부 전환할 계획이다. 다만 함께 착공한 4680(지름 46㎜, 높이 80㎜) 크기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 공장은 예정대로 건설해 2026년 가동 예정이다. 

앞서 LG엔솔은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원통형 배터리와 ESS LFP 배터리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생산능력은 원통형 배터리와 ESS 배터리 공장이 각각 연 36기가와트시(GWh), 연 17GWh 규모다.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최대 금액인 총 7조2,000억원을 투입되며 이번에 건설을 중단한 ESS 배터리 공장에는 3조원을 투입될 예정이다.

LG엔솔이 공장 건설을 잠정 중단한 것은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시장 성장이 둔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LG엔솔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예정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기존 생산 시설의 최적화된 운영에 집중하고 있다”며 “애리조나 공장 건설의 일시적인 중단도 이러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리조나 공장이 향후 북미 ESS 사업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덧붙였다. 

IRA 20240629

AMPC 등, 공장 건설에 美 정부 보조금 혜택받아

LG엔솔의 애리조나 공장은 계획 단계부터 미 정부의 보조금과 관련해 몇 차례 변경과 조정이 이뤄졌다. 지난 2022년 LG엔솔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가 3개월 뒤 투자비 급등으로 계획을 재검토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그리고 다시 지난해 3월 당초 계획에 ESS 배터리 공장을 추가해 북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ESS 배터리 공장 추가 건설 등으로 LG엔솔은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대폭 늘려 5조5,000억원 더 투입하기로 했다. LG엔솔이 공장 건설을 재추진하게 된 배경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꼽힌다. IRA 내 첨단제조 세액공제안(AMPC)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배터리 업계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미 애리조나주가 ‘HB2809’의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신규 제조시설의 인프라 개선에 쓰이는 보조금 상한선을 기존 1억 달러(약 1,300억원)에서 2억 달러(약 2,600억원)로 높였다. 애리조나 주정부는 2022년 보조금 상한선을 5,000만(약 690억원) 달러에서 1억 달러로 한 차례 올린 데 이어 1년 만에 그 규모를 2배로 키웠는데 이 과정에서 LG엔솔도 보조금 증액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美 대선 리스크에 AMPC 보조금 전량 매각하기도

LG엔솔이 미국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데는 중국산 배터리가 세계 시장 점유율 60%를 넘기며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사실상 점령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미 정부의 보조금과 관련해 현지 공장 건설비용의 증가, 전기차 등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 공장이 있는 주정부의 태도 변화, 여기에 대선에 따른 정책 변수 등이 LG엔솔의 불안 요소로 여전히 남아 있다.

LG엔솔 등 배터리 기업들이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공급할 미국 공급업체를 찾아야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의 갑작스러운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공장을 건설·확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이 악화한 업황에 공장 준공과 양산을 미루자, 미시간주 정부 등은 약속된 일자리 창출 등이 축소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두고 보조금 추가 지원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와 전기차 캐즘에 따른 배터리 수요 감소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실제 LG엔솔은 지난 1월 제네럴모터스(GM)과 함께 인디애나주에 미국 네 번째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미국 현지에 건설 중인 공장 3곳의 비용이 초과하면서 4번째로 건설하려던 인디애나주 공장의 건설을 포기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3월 LG엔솔은 AMPC 보조금을 조기에 전량 매각했다. 앞서 총 6,768억원으로 추산되는 AMPC 보조금 중 상당 부분을 시장에 매각한 LG엔솔은 나머지도 모두 팔아 현금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수요의 급격한 둔화로 현금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데다 IRA 폐지 카드를 꺼내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