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집값 오르는데” 미분양에 신음하는 지방, 부동산 양극화 심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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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주택 수, 지방 중심으로 6개월 연속 증가
수도권으로 매수 수요 편중, 집값·거래량 '나 홀로 상승'
얼어붙은 지방 부동산 시장, 수도권과 희비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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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주택이 6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지역의 부동산 매수 수요가 꺾이며 미분양 매물 해소가 지연된 결과다. 올해 하반기 지방 지역에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미분양 매물 적체로 인해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기조가 한층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쌓여가는 전국 미분양 매물

28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5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3,230가구로, 전월(1만2,968가구) 대비 2.0%(262가구) 증가했다. 수도권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도 2,424가구로 전월 대비 1.9%, 지방은 1만806가구로 2.0%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수 역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129가구로 전월(7만1,997가구) 대비 0.2%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만4,761가구로 전월 대비 0.7% 증가했고,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7,368가구로 전월 대비 26가구 증가했다. 전체 미분양 주택 중 지방 미분양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자그마치 79.5%에 달한다.

미분양 매물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의 미분양 주택은 9,533호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34호 감소한 수치다. 반면 부산의 미분양 수는 같은 기간 20%(930호) 늘어난 5,496호까지 치솟았다. 대전의 미분양은 2,538호로 전월 대비 1,221호 증가했다. 증가폭은 자그마치 92.7%에 달한다. 지난 4월 분양에 나선 중구 문화동에 문화자이SK뷰(1,052호), 유성 하늘채 하이에르(509호) 등 대단지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하며 미분양 매물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회복기’

주목할 만한 부분은 지방에서 미분양 매물이 쌓여가는 동안 수도권 지역의 주택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국 주택 거래량은 5만7,436건으로 전년 동기(5만5,176건) 대비 4.1% 증가했다. 서울 내 거래량은 8,44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6% 늘었고, 수도권도 2만7,603건으로 11.6%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의 주택 거래량은 2만9,833건으로 2.0% 감소했다.

집값 역시 수도권 중심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6월 넷째 주(24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한 주간 0.18% 올랐다. 지난 3월 마지막 주 상승 전환한 이후 14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은 “선호 단지 위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한 가운데, 거래 가격 상승 후에도 매도 희망가 상향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정주 여건이 양호한 인근 단지로 퍼지면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인 인천과 경기 역시 각각 0.06%, 0.02% 오르며 뚜렷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 지역의 집값은 0.05% 하락했다.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는 0.07% 하락하며 전주와 동일한 하락폭을 유지했고, 세종시는 매물 적체 속에 0.13% 하락하며 지난주(-0.04%) 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8개 도의 집값 역시 0.04% 미끄러졌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매수 수요를 대거 흡수하며 본격적인 ‘회복기’에 접어든 데 반해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찬바람이 몰아닥치며 시장 양극화 기조가 한층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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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또 쏟아진다” 지방 매물 적체 심화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 플랫폼 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16만4,633가구에 달한다. 이는 상반기 입주 물량(15만1,191가구) 대비 약 9% 많은 수준이다. 권역별로는 수도권에 7만9,986가구, 지방에서 8만4,647가구의 신규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가장 많은 물량이 공급되는 지역은 경북(1만972가구)이며 이어 △대구 1만711가구 △충남 1만702가구 △부산 9,031가구 △경남 8,099가구 △대전 7,122가구 등 순이다. 특히 대전은 지난 201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많은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적체된 미분양 물량이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지속될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혹한기’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소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한층 증가할 우려도 커진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본격화하자, 정부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혜택·기업구조조정 리츠(CR 리츠) 활용 등 각종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 반응은 미온적인 상황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수요 자체가 꺾여버린 현시점에 대규모 미분양, 입주 물량까지 더해지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는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다 효율적인 지방 부동산 수요 진작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