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현상에 역성장 심화, 전국 ‘전기차 보조금’ 남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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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7개 주요 도시 전기 택시 보조금 소진율 20.3%
53개 지자체 일반 대상 전기차 보조금 소진율은 10%대
2017년 1,400만원→올해 650만원, 보조금 매년 감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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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택시 시장에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상반기 서울을 포함한 7개 주요 지방자치단체의 전기 택시 구매 보조금 소진율은 평균 20%대에 불과했다. 친환경 자동차 판매 부진은 탄소 중립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 택시 보조금 소진율 20%에 그쳐

26일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과 부산, 인천, 대구 등 전국 7개 주요 도시의 전기 택시 보조금 소진율은 20.3%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서울은 올해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2,380대 전기 택시 보조급 지급을 공고했지만, 이날 기준 실제 출고 대수는 430대로 소진율은 18%에 불과했다.

이어 전기 택시 보급 목표가 높은 부산(1,300대)의 보조금 소진율은 23%, 인천(947대)은 9.2%, 대구(736대)는 25%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목표를 낮춰 잡은 대전(261대), 울산(180대), 광주(178대)의 보조금 소진율은 각각 32.6%, 33.9%, 37%로 모두 30%대를 기록했다.

전기 택시는 불과 2년 전인 2022년 보조금이 조기 소진되는 품귀 현상이 빚어질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당시 7개 주요 도시의 전기 택시 보조금 소진율은 9월을 전후에 모두 100%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등 기존보다 성능이 개선된 전용 전기차가 출시되고,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보조금 예산을 늘리며 수요가 급증했다.

하지만 2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전기 택시 시장은 2020~2022년 연평균 300% 이상 성장세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연도별 전기 택시 등록 대수는 2020년 903대, 2021년 4,993대, 2022년 1만5,765대로 대폭 증가했다가 지난해 1만2,552대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 원인으로는 내연기관 택시 대비 고가의 가격이 지목된다. 전기차의 경우 유지비는 적게 들지만, 차량 가격이 동급 내연기관 대비 1.5배에서 2배가량 비싸다. 택시 운행 특성상 충전 구역에 세워 충전할 시간이 부족하고, 최근 급발진이나 화재 등 부정 이슈가 부각된 점도 구매를 꺼리는 이유다. 이에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려는 택시 업계 요구에 따라 액화석유가스(LPG) 택시 모델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는 단종했던 LPG 택시 모델 쏘나타 택시를 재출시하기도 했다.

일반 대상 전기차 보조금 소진 속도도 둔화

이 같은 현상은 일반 대상 전기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는 160개 지자체 중 53개 지자체의 일반 대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율(대수 기준)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3곳 중 1곳은 아직 올해 상반기 또는 전체 배정된 보조금 중 10%도 쓰지 못한 셈이다.

출고 기준 보조금 소진율이 0%인 곳도 있었다. 3월 말 기준 강원도 태백·영월·정선·충북 단양·천안·전남 영암·경북 영양·영덕 등 8개 지자체는 출고 대수가 0대를 기록했다. 전기차 보조금 지원금이 많은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제주를 보면 부산의 소진율은 3월 말 기준으로 26%에 달해 그나마 높았지만, 올해 상반기 부산의 보급 목표와 비교하면 소진율이 낮은 편이다. 이외 서울(17.4%), 대구(15.3%)를 제외하고도 인천 6.2%, 대전 7.7% 등으로 소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차 보급이 시작된 이후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던 2022년까지는 통상 3월 말부터 일부 지역에서 상반기 구매보조금이 전부 소진되는 등 소진 속도가 가팔랐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요 지역에서 보조금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서울의 지난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소진율은 60%에 불과했다.

올해 역시 지난 3월 20일부터 차종별 구매보조금이 확정돼 전기차 구입을 미루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비싼 가격과 인프라 문제 등으로 지난해와 같은 캐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1,641만2,000대로 16.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33.5%)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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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전기차 브랜드 EV 라인업/사진=기아

보조금 인상 및 충전료 할인 요구 커져

이 같은 보조금 소진율 감소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액 축소와 관련이 깊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액은 2017년 1,400만원에서 2022년 700만원, 지난해 680만원, 올해 650만원으로 매년 축소되고 있다. 또 2016년 기본요금의 100%, 사용량 요금의 50%를 할인하는 것을 뼈대로 도입됐던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 할인도 할인 규모를 줄여오다 2022년 6월을 끝으로 종료했다.

보조금이 전액 지원되는 차량 가격 기준도 5,7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강화됐다. 여기에 2025년 전액 지원 기준은 최대 5,300만원 미만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아울러 보조금 산정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다. 주로 주행거리가 길고 충전 속도가 빠른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확대된다. 중국산 배터리를 달거나 차량진단장치(OBD)가 탑재되지 않은 수입 전기차들은 국산 전기차보다 적은 보조금을 받는다. 중국산 배터리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다.

이에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구매와 유지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가 지난해 말 이볼루션과 함께 전기차 보유자 128명, 비보유자 401명 등 총 5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데는 보조금 등 금전적 혜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전기차 비보유자 중 가장 많은 37.8%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한 이유로 ‘보조금 등 금전적 혜택이 있어서’라고 답했다. 전기차 보유자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이유로 가장 많은 61.7%가 ‘충전 비용이 경제적이라서(유류비 절감)’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