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제4이통사’ 결국 백지화되나, 스테이지엑스 운명의 날 청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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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엑스 제4이통사 후보 자격 취소 청문
과기정통부 "약속한 2,050억 제때 확보 못해"
결과 뒤집힐 가능성 희박, 내달 초 발표 예정
좌초 위기 제4이동통신사, 책임공방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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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4이동통신 후보 사업자 스테이지엑스의 선정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시작한다. 주요 쟁점은 정확한 자본금 납입 시점과 주주 구성 변동, 서약 위반 여부 등이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최선을 다해 소명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취소 처분 판단 근거나 현재 상황, 선례 등을 고려하면 끝내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처분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 스테이지엑스 청문 절차 돌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5세대(5G) 이동통신 28㎓ 대역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취소 예정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 문제 등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스테이지엑스 역시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면 반박에 나설 전망이다. 청문회는 당초 25일 치러질 예정이었지만, 같은 날 과방위 전체회의가 열리면서 한 차례 연기됐다.

청문은 행정절차법에 따라 과기정통부가 28㎓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처분 전 스테이지엑스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과기정통부가 선임한 별도 변호사가 참여하며, 스테이지엑스에서는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와 실무진, 변호사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청문을 주재하는 변호사가 최종 의견을 담은 조서를 제출하면 과기정통부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청문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최종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초 공개될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아직 최종 취소된 것이 아닌 만큼 이번 청문에 서 대표가 직접 참여해 소명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들을 비춰볼 때 판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미 법률 자문을 통해 제4이통사 후보 자격 취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청문은 사실상 행정절차법에 따른 취소 처분의 수순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과거 사례들을 살펴봤을 때도 청문 절차에서 결과가 뒤집힌 경우는 전무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22년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를 상대로 5G 28GHz 주파수 사용기간 단축 및 반납 청문을 열었을 당시에도 기존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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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자본금 납입과 주주 구성 변동

이번 청문의 쟁점은 정부가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취소를 결정한 핵심인 2,050억원 규모의 납입금 완료 시점이다.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업자 선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건 지난 14일의 일로, 당시 과기정통부는 필요서류 제출인 5월 7일까지 약속한 2,050억원의 자본금이 납입되지 않은 점을 취소 사유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할당 고시 제12조제3항 및 제13조에 따라 필요사항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또는 주파수할당통지서 교부를 결정하는데,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신청서에 기재한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이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서약 사항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5월 3차례(9일, 21일, 23일)에 걸쳐 각 구성 주주의 자본금 납입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했으나, 스테이지엑스는 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에 현저히 미달하는 550억원만 납입한 뒤, 신규 이동통신사업자 지위 확보 이후 출자를 위한 필요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주파수를 할당받은 후 투자 등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현재는 자본금이 없고 주파수를 확보한 뒤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취소 사유는 납입금 만이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 주주 구성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추가자료를 살펴보면,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주주 6개 중 자본금 납입을 일부 이행한 주주는 스테이지파이브 1개뿐이다. 스테이지엑스가 구성한 컨소시엄에는 주주사로 참여한 스테이지파이브와 야놀자, 더존비즈온 외에도 파트너사로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카이스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했다. 하지만 스테이지파이브 외에 다른 주요주주 5개는 필요서류 제출기한까지 자본금 납입을 하지 않았다. 기타주주 4개 중 2개도 납입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구성주주 및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주파수할당신청서의 내용과 크게 상이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 신청 법인이 정부의 인가 없이 구성 주주와 주식 보유 비율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스테이지엑스의 행위는 명백한 서약 사항 위반으로, 이는 할당 대상 법인 신청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결국 정부는 스테이지엑스가 주장하는 자본금 조성을 신뢰할 수 없으며, 할당 신청서에 적시된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주파수 할당 대가(잔액 약 3,871억원)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사업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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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제4이동통신사업자로서의 사업전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사진=스테이지엑스

카카오 계열 분리가 독배됐나

스테이지엑스가 자본금을 원활히 확보하지 못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천문학적 수준의 최종 낙찰가와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경매에 4,301억원을 써낼 때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서 주주 간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진행된 정부의 제4이통사 주파수 경매는 742억원으로 시작, 5일차 밀봉입찰을 거쳐 4,301억원에 종료됐다. 이는 통신 3사가 해당 주파수를 산 가격(SK텔레콤 2,073억원·KT 2,078억원·LG유플러스 2,072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에 곳곳에서는 스테이지엑스의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스테이지엑스는 향후 3년 동안 전국에 기지국 6,000대를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은 데다 28㎓ 대역 주파수 특성상 수익성 확보 문제도 제기됐다. 게다가 앞서 이통3사도 사업화에 실패하고 주파수를 반납한 만큼 사업성에도 의문이 적지 않았다. 이에 스테이지엑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2025년 상반기 전국망 구축, 3년 후 흑자전환을 목표로 온라인 기반 유통구조 혁신과 클라우드 기반 코어망 구축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스테이지엑스의 재정 능력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졌다. 통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6,128억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주파수 경매대가 10%인 최소 납입금 430억원을 일시 지불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불거졌다. 스테이지엑스의 지주사격인 스테이지파이브의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잠식 규모는 전년 대비 30억원 늘어났고, 영업손실도 130억원으로 2022년보다 2배 이상 불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카카오라는 대기업 둔덕을 잃은 탓에 투자금 확보가 더 불확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 우산이 사라지면서 재무 조달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의 지분정리는 ‘문어발식 경영’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카카오 측 입장과 주력 사업을 알뜰폰에서 제4이통사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스테이지파이브 경영진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찾은 접점이다. 카카오는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놓음으로써 외부 리스크를 피할 수 있게 됐고, 스테이지파이브는 계열분리를 통해 벤처기업 지위에서 누릴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계열분리를 하지 않고서는 스테이지엑스도 대기업 계열사로 분류돼 벤처투자 유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과기정통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자격을 취소할 경우, 최대주주인 스테이지파이브와 참여사에 적지 않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이지엑스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 인텔리안테크 등과 합작해 출범한 법인으로, 주파수할당을 통한 제4이통사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사 자격이 취소된다면, 회사의 설립 목적이 퇴색되게 된다. 또한 스테이지파이브는 카카오 계열사에서 벗어난 이후 제4이통사 사업을 통한 실적개선과 기업공개(IPO)를 동시에 추진했던 만큼 자격 취소와 함께 성장동력마저 완전히 잃게 된다.

예견된 파행, ‘졸속 추진’ 비판 불가피

한편 이번 결정으로 정부가 ‘7전8기’를 노렸던 제4이통사 설립은 여덟 번째 쓴맛을 보게 됐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기간통신사업자 진입 제도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꿨고 지난해 5G 28㎓ 대역으로 진입하는 신규 사업자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금융 지원 등 유인책도 내걸었지만 사실상 제4이통사의 출범을 눈앞에 둔 최종 관문에서 신규 사업자의 재무 동원 능력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이 같은 실패는 사실상 스테이지엑스가 올해 초 4,301억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자본력이 충분한 대기업이 아닌 알뜰폰 사업자가 중심이 된 법인의 역량에 수많은 의문이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를 앞세워 제4이통사 진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비난 역시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초부터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일 주파수 대역으로 기존 이통 3사가 포기한 28㎓ 대역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전파 특성상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탓에 막대한 구축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28㎓ 주파수 활용을 신청한 사업자 중 대형 사업자가 없었던 이유도 경제성 부족에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