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횡령에 내부통제 강화 드라이브, 금감원 ‘상호금융 내부통제 TF’도 본격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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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자진감독 촉구에도 여전히 빈번한 금융사건, 금감원 직접 칼 빼 들었다
올해 비위 사건만 총 11건, 상호금융권 작업·과다대출 등 불법대출도 만연해
내부통제 강화 역설한 금감원, 7월 상호금융 내부통제 TF도 가동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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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대출, 횡령 등 금융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간 금융권에 수차례 자진 감독을 촉구했음에도 금융사고 발생 빈도가 줄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권의 미흡한 여신심사 제도를 점검하고 책무구조도 도입 등을 통해 CEO(최고경영자)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7월 여신제도 내부통제 강화 위한 TF 가동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7월 중순께 농협·수협·신협 등 상호금융회사들과 함께 여신제도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 전체 상호금융권의 불법대출 사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상호금융권 내 추가적인 작업대출, 과다대출 사례가 지속적으로 적발됐다. 작업대출, 과다대출 등 불법대출은 결국 차주의 상환능력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준단 의미다. 이런 대출이 늘어날수록 추후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위 사건도 끊이지 않았다. 신협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이뤄진 각종 비위에 대한 지역신협 직원 제재 공시는 총 209개에 달했다. 동기간 지역수협 직원 관련 제재도 49건이었다. 전체 상호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중앙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상호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등 금전사고 규모는 총 144건, 511억4,3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권에 거듭 내부통제 강화 및 자진 감독을 주문했다. 앞서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은 “상호금융조합은 지역경제의 최일선에서 관계형 금융과 포용금융이라는 매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유지하고,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부통제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중앙회와 조합의 임직원 및 감사책임자들에게 업권별 내부통제 개선방안이 철저히 준수되고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지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자진 감독 당부한 금감원, 금융사고 근절은 요원하기만

그러나 금감원의 당부에도 금융사고는 근절되지 않았다. 특히 횡령 등 비위 사건은 달에 한 건 이상 발생할 정도로 매우 높은 빈도를 보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금융권 횡령 사고는 ▲1월 2건(신저축은행 500만원, 수출입은행 1,200만원) ▲2월 1건(예가람저축은행 3,160만원) ▲3월 1건(에이아이에이(AIA)생명 2,400만원) ▲4월 3건(하나은행 6억원, 농협은행 330만원, 하나은행 40만원) ▲5월 2건(신한은행 3,220만원, 코리안리재보험 6억7,500만원) ▲6월 2건(하나은행 1,500만원, 농협은행 1,500만원) 등으로 총 11건에 달한다.

특히 최근엔 우리은행에서 100억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경남의 한 영업점에 근무하던 직원이 고객의 대출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대출금을 빼돌린 건데, 문제는 은행이 원칙만 잘 지켰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었단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 자금을 인출할 때 기안문서 결제 내용을 검증하고 자금 지급 시 직인·날인·승인 정보를 재차 검증하는 등 기본적인 사안만 지켜졌어도 일개 직원이 대출금을 빼돌리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감원은 지난 2월 책무구조도 공식화, CEO 책임 강화 등 특단의 조치를 들고나왔다. 이전까지만 해도 은행장 등 CEO들은 금융사고 리스크에서 자유로웠다. 현행 지배구조법에 포함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 임원 별 구체적인 책무가 지정돼 있지 않았기에,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해도 ‘하급자의 위법 행위를 알 수 없었다’는 진술 하나면 법적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차후 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돼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금융회사가 수십 가지 책무 예시를 참고해 임원 별 책무를 정한 뒤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CEO에게도 책무구조도 작성 의무가 따른다. CEO의 경영책임이 강화된단 의미다. 개정안엔 ‘조직적이고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최종 책임을 CEO가 져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실상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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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이 19일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내부통제 강화에 ‘드라이브’, “책임 소재 분명히 할 것”

최근 금감원이 내부통제 강화에 직접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금융권 지배구조 개편은 당분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에 직접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단 점도 금융권에 대한 압박을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9일 국내은행 은행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후 백브리핑 자리에서 이 원장은 “최근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과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산업의 평판과 신뢰 저하뿐 아니라 영업 및 운영위험 손실 증가 등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쳐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은행 100억원대 횡령 사고에 대한 질문엔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 최대한 엄정하게 본점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사고에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것임을 거듭 역설한 것이다.

불법대출에 대해서는 TF를 통해 여신심사 제도 자체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현행 상호금융권의 여신심사 제도의 내부통제 수준이 은행이나 저축은행보다 미흡해 불법적인 대출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론 상호금융권에서 여신심사 시 사업자등록증의 위·변조 등 불법·부실 소지가 있는 대출을 사전에 거를 수 있는지, 영업 행태가 대출모집인 등에 의존하고 있는지 등 제도의 취약점을 중심으로 조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권 조합의 작은 규모를 이유로 부실하게 이뤄졌던 사후 대출 점검 부분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대출 점검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실질적으로 제재하기까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그래서 먼저 여신심사 관련 내부통제를 종합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행 대출 제도 전반의 개선점을 찾기 전 금융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 금융사 차원의 내부 감독을 먼저 유도해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