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도 몰랐던 스테이지엑스의 최고 낙찰가, 책임공방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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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엑스, 당초 자본금 조달 방안 불투명
'제4통신사 동맹' 사실상 붕괴, 경매 때부터 신뢰 깨져
또다시 좌초되는 제4통신사, 청문 절차 이변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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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이동통신사로 선정됐다가 취소될 예정인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경매에 4,301억원을 써낼 당시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투자금 확보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낙찰부터 받자’는 식으로 높은 입찰가를 던졌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무산 책임을 두고도 파열음이 일고 있다. 선정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에도 이를 강행한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비판과 함께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스테이지엑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주 동의 없이 4,301억 베팅한 스테이지엑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 5세대(5G) 28㎓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기 위한 경매에서 주요 주주에게 입찰가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매 시작가 742억원의 5.8배에 이르는 4,301억원을 입찰가로 내면서도 주주에게 관련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다. 당시 함께 경쟁했던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이 주주 동의를 구하며 입찰가를 써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다수 주주는 4,301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주파수 할당 대가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밀봉 방식인 마지막 입찰가는 당연히 스테이지엑스와 주주 간 합의에 따라 이뤄졌어야 하는데도, 경매 현장과 주주들 간 핫라인이 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주 입장에서는 스테이지엑스 출범 후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얼마든지 기존에 체결한 투자 약속을 철회할 수 있다.

주요 주주 6곳 중 5곳 자본금 납입 안 해

이번 주파수 경매는 742억원으로 시작해 5일차 밀봉입찰을 거쳐 4,301억원에 종료됐다. 이는 통신 3사가 해당 주파수를 산 가격(SK텔레콤 2,073억원·KT 2,078억원·LG유플러스 2,072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이렇다 보니 통신 3사가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포기한 주파수를 과도한 가격에 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가 제4 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실익이 사라진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5년간 28㎓ 대역 주파수 이용 권리를 갖는 데 들인 비용이 과도해지면서 사업의 본질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는 부실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스테이지엑스 측은 “3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제4 통신사 지위를 얻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주도한 스테이지파이브는 자본금이 크게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다. 이달 13일 기준 스테이지엑스의 법인 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할당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원에 현저히 미달하는 550억원만 납입하면서 제4통신사 자격을 박탈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 신청할 당시 주요 구성 주주들이 서약한 사항도 지키지 못했다. 신청 당시 5% 이상 주요 주주 6곳 중 추가 자본금을 납입한 주주는 모회사 스테이지파이브 한 곳뿐이다. 6곳 중 5곳은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 주요 주주다.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업계에선 스테이지엑스가 주주 동의를 구하지 않고 4,301억원에 낙찰을 받은 것부터 주주간 신뢰가 깨졌다고 봤다. 실제로 제출 기한 내 다른 주주들이 자본금을 투입하지 않은 데엔 낙찰가에 대한 우려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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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테이지엑스

정부 구상권 청구·스테이지엑스 소송 맞불 가능성도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5G 28㎓ 대역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 자격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28㎓ 주파수 할당 신청서에 적시된 자본금이 적절하게 확보되지 않을 경우 할당 대가 잔액 3,870억원 납부, 설비 투자, 마케팅 등 사업 수행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스테이지엑스는 전날 입장문에서 주파수 할당 대금 1차분인 430억원을 납부하기 위해 출자 참여 예정사 총 7곳 중 스테이지파이브를 포함한 4곳이 자본 조달에 참여했다고 반박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오는 27일 시작되는 과기부 청문회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그는 “청문 절차와 관련해 로펌을 선임했다”며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청문회에 맞춰 추가 입장문도 내놓을 방침이다. 서 대표는 “청문 준비 내용까지 담아 입장문을 내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청문 과정에서 스테이지엑스의 소명을 거쳐도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갈등이 격화될 경우 정부가 제4통신사 선정 절차에서 들어간 행정 처리 비용과 관련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편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절차 이후 결과가 불리하면 정부 결정에 반하는 행정소송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스테이지스가 제4통신사 사업에서 이대로 좌초될 경우 스테이지엑스 내 주주와 투자자들의 불만도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