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출신 판사 비중 하락세, 낮은 연봉·법조일원화에 ‘로펌’으로 쏠리는 엘리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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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판사직, 신임 판사 중 스카이 비중도 10년 새 20% 하락
적은 연봉에 사회적 인식 저하까지, "판사 해야 할 이유 없단 게 대체적 분위기"
법원보단 로펌에 자리 잡는 엘리트들, 비수도권→수도권으로 로스쿨 갈아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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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판사직이 소위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 법조인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박한 연봉과 사회적 인식 저하에 더해 지방 순환 ‘뺑뺑이 근무’에 시달릴 수 있단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신임 판사 중 비스카이 출신 38%에 달해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임명된 판사 123명 중 비스카이 출신은 47명으로 전체의 약 38%에 달했다. 2014년 약 16%에서 2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반면 스카이 출신 비중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4년엔 스카이 출신 신임 판사 비중이 84%에 달했지만, 지난해 기준 62%로 내려앉았다.

통상 스카이 출신은 법조계에서도 엘리트로 통한다. 법조계 입신양명의 대표로 꼽혔던 판사직에 스카이 출신이 몰려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단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복합적인 사유가 섞이면서 판사직이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가장 큰 요인은 박한 연봉이다. 물가, 특히 자녀 교육비와 부동산 등이 빠르게 치솟으면서 판사 월급으론 경제적 안정을 갖기 어렵단 인식이 엘리트 법조인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적 명예를 위해 판사직을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사회적 명예보다 높은 연봉 등 보상체계를 더 중시하는 풍조가 퍼지면서 이 같은 경향도 줄었다. 명예를 취하기엔 판사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쩍 낮아지기도 했다. 과거만 해도 판사를 정의의 집행자로 인식하는 시선이 확산돼 있었으나, 오늘날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 판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진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판결 사례가 이슈화한 탓이다.

엘리트 법원 진입↓, 법조일원화 등이 원인

법조일원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스카이 출신의 법원 이탈이 심화했단 분석도 나온다. 법조일원화란 법조경력을 쌓은 변호사자격소지자 중 법관을 선발하는 제도다. 즉 판사가 되기 위해선 수년 이상의 법조경력이 필요하단 의미다. 스카이 출신 대다수는 법조경력을 채우기 위해 로스쿨 졸업 직후 대형 법무법인에 취직하는 경우가 잦다. 문제는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판사로 전직하는 것보다 급여가 높단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로펌에 취업해 억대 연봉을 받던 이들이 다시 판사로 진로를 바꿀 이유가 없다”며 “판사가 되면 월급이 기존 대비 절반 이상까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시즌 때마다 언제 지방으로 발령 날지 모른단 우려도 판사직을 고려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공무원 신분인 판사는 정기적인 지방 근무 발령을 피할 수 없다. 배석판사는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각 2년씩 4년을 근무하면 무조건 지방에서 3~4년을 지내야 한다. 약 30년 동안 판사로 일할 경우 세 번 이상은 지방에 내려가야 한단 것이다. 가정을 꾸린 고참 판사 입장에서 서울과 가족을 떠나야 하는 지방 근무는 꺼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서울지방법원 판사에 임용된 바 있는 A씨는 “판사직을 유지하다 지방으로 배정받고는 미련 없이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지방 근무를 감수하면서까지 판사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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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은 전관예우, 로스쿨 학생들 제1 목표도 ‘로펌’

전직 판사 또는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전관예우가 사라진 것도 판사의 인기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과거엔 당장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판사로서 법원 경력을 쌓으면 전관 출신 변호사로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단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엔 법원 내부에서도 ‘1심 판결 존중’ 기조가 생겨나면서 1심과 항소심 등에서 전관 출신 변호사의 영향력이 축소됐다. 로스쿨 도입 이후 법조계 인력 공급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전관 출신 타이틀을 내세울 만한 상황이 잘 나오지 않는단 점도 겹쳤다.

최근엔 오히려 판사 재식 시 로펌에 들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단 인식도 늘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행정법원 판사였다는 B씨는 “최연소로 사시에 합격해 행정법원 판사로 재직한 경력이 있음에도 법무법인에 들어가기 어려웠다”며 “법조문만 봤단 이유로 기업법무를 주로 하는 법무법인들이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월급도 적고 이점도 없는 판사보단 곧장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 경력을 쌓는 게 더 낫단 게 법조계의 전반적인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스카이 등 수도권 로스쿨 출신은 애초 로펌을 목표로 두는 경향이 짙어졌다. 실제 SKY 등 일부 수도권 로스쿨 학생은 1~2학년에 실무 수습을 거쳐 대형 로펌에 입사를 확정하기도 한다. 검사나 로클럭 시험은 3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치러지는데, 대형 로펌 입사가 확정되면 굳이 해당 시험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 입사를 희망하는 비수도권 로스쿨 재학생들의 수도권 로스쿨 ‘갈아타기’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SKY 로스쿨에 들어가야 대형 로펌 입사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전국 25개 로스쿨 중퇴생 수는 2020년도 180명, 2021년 195명, 2022년 236명으로 매년 증가세다. 스카이 출신들이 변호사를 하기 전 판사를 거쳐야 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로스쿨 학생들의 최종 목표도 판·검사보단 변호사로 일원화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