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틴다” 급증하는 법인 파산,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동결·인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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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월 법인 파산,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
최저임금조차 부담? 한계 내몰린 중소기업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 두고 노사 갑론을박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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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5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고금리 등 시장 악재가 누적된 가운데, 비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진 결과다. 한계에 내몰린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하·차등화를 주장하며 ‘논리전’을 펼치고 있다.

중소기업 생존 위기 가중

23일 대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 기업이 전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81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92건) 대비 36.8% 급증한 수준이며, 관련 통계가 확인되는 2014년 이후 최대치다. 현재와 같은 증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법인 파산은 2,000건을 돌파해 연간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기초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고금리 장기화, 경기 침체 등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파산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의 성장성·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성장성)이 지난해 4분기 -1.3%에서 올해 1분기 3%로 눈에 띄게 개선된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5%에서 올 1분기 -6.9%로 크게 악화했다. 같은 기간 매출영업 이익률(수익성) 역시 대기업(2.4%→5.7%)은 향상됐지만 중소기업(4.7%→3.8%)은 하락했다.

실적 악화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대출을 한계치까지 늘리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부채 비율(114.3%)은 2018년 1분기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자만 겨우겨우 납부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기업들이 많았다”며 “최근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 종료,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며 한계 기업들이 줄줄이 생존 여력을 상실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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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어쩌나” 중소기업의 호소

생존 위기에 내몰린 일부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하 등 극단적인 비용 절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수준 근로자를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애로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1.6%는 내년 최저임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2∼3% 인상’이 적절하다고 답한 기업은 23.5%, ‘최저임금 1% 내외 인상’이 적절하다고 답한 기업은 8.7%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의 80.3%는 현재 경영 상황 대비 올해 최저임금(9,860원)이 부담되는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인건비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 기업의 74%는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했으며, 87%가 올해 최저임금 수준이 경영에 부담이 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영세 기업이 최저임금 지급조차 부담을 느끼는 위기 상황에 내몰려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경우 대응 방법을 묻는 말에는 중소기업의 42.2%가 ‘대책이 없다’고 답했고, 35%는 ‘신규 채용을 축소한다’고 응답했다. 해당 조사와 관련해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소규모 자영업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 특성을 감안하고, 이들 사업장의 지급 여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업종별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수용성이 다른 것으로 확인된다. 이제는 업종별 구분 적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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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차등 적용 ‘갑론을박’

한편 오는 27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도래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비용 절감이 절실한 사업주 측과 임금 보장을 주장하는 근로자 측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방안이 논의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며 양측의 논쟁이 한층 격화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 여건이 어렵고 업무 난도가 낮은 일부 업종이나 실질생활비가 서울에 비해 적은 지역 등의 최저임금을 타 직종보다 낮게 책정해 동결·인하해 달라는 사업주 측 요구 사안이다.

특히 경영난 심화로 인해 신음하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업계 전반이 위기에 빠진 만큼,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대로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임금 조절을 통해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계 전반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만만찮다는 점이다. 현재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취지 훼손 △저임금 근로자 차별 △직업 간 불평등 심화 △고물가 현상으로 인한 근로자 생활고 지속 △해당 업종 구인난 발생 및 경쟁력 상실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반론을 펼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시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게 되고, 결론적으로 경기 침체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