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美 환율관찰대상국 명단서 2연속 제외, 투명한 외환 정책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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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2024년 상반기 환율관찰국 발표
중국·일본·독일·대만·베트남 등 7개국 지정
한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재차 명단서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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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의 ‘2024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 표지/출처=미 재무부 홈페이지

한국이 올해 상반기 미국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7년여 만에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고, 이번에도 연속해서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이 2회 연속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자 외환당국의 정책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 중·일·독 등 7개국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분류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20일(현지 시각) ‘2024년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해 1년 간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 평가 결과 교역촉진법상 3개 기준을 모두 충족해 심층분석(enhanced analysis)이 필요한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일본,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7개 국가는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환율관찰대상국이란 미국과의 교역 조건을 미국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가 환율에 개입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국가를 말한다. 재무부는 특히 중국에 대한 투명성 강화를 강조하며 “재무부의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무역 상대국들이 미국 노동자에 대해 부당하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조작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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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환율 보고서의 3가지 기준에 대한 평가 내용/출처=미 재무부 홈페이지

우리나라는 이번에도 환율관찰대상국 제외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 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약 21조원)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8개월간 GDP의 2%를 초과하는 달러 순매수 등이다. 이 중 2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이 되고, 3가지 모두 해당되면 심층분석국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개 요건 중 무역흑자 기준에만 해당해 환율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우리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445억 달러(약 62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354억9,000만 달러(약 49조3,000억원)로 명목 GDP(1조7,131억 달러)의 2.1% 수준이다. 최근 달러 강세 기조로 지난해 하반기 환율보고서 공개 당시 외환당국이 밝힌 달러 순매도 기조도 계속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심층분석국 지정 시 美 재무부 제재 받아

한국이 지난 7년여간 13차례 연속 미국의 관찰대상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이번에 2회 연속 명단에서 빠진 것은 대외적으로 투명한 외환 정책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환 당국이 시장에서 환율의 쏠림 현상에 대응하는 과정에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겠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처럼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의 경우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환율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환율이 떨어지면 물건의 달러 표시 가격이 올라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이런 이유로 수출이 급감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일정 부분 끌어 올리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이 미국과 교역량이 많은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질 경우 최대 무역국인 미국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이 꺼낸 카드가 관찰대상국과 심층분석국 지정이다. 미국은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자신들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정책 및 환율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두 분류로 지정하고 있다. 심층분석국에 지정될 경우 직접적인 제재가 가능하다. 즉 특정 국가가 대미 수출을 늘릴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재무부의 감시 대상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번에 명단에서 빠지면서 외환 조작의 의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의미가 된다.

심층분석국의 다른 말은 ‘환율조작국’으로, 여기에 지정되면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우선 미국은 이들 나라에 대해 환율보고서를 반기별로 요구하는 한편 환율 저평가 및 무역 흑자폭을 줄이라고 요청하게 된다. 1년이 지나도 이같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들의 미국 내 조달시장 진입 금지,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 구체적인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이 같은 제도가 구시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시장에 개입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는 일이 과거처럼 수출량 증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고 자국의 통화 가치가 높아져야 해외 투자 유치도 활발해질 수 있고, 기업 경쟁력도 제고된다는 주장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