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띄우기에 유산취득세 재논의 수순, “당면 과제는 세수 부족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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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속세 실질세율 OECD 1위, 결국 정부도 '상속세 개편' 띄웠다
유산취득세·자본이득세 전환 등 방안 나왔지만, "세수 부족 해결할 수 있나"
구체적인 조정안엔 '침묵' 유지하는 정부, 시장선 "결국 준비 못 한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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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6월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보다 상속세 개편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주요국 대비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덜어 기업지배구조 왜곡 문제를 타개하겠단 취지다. 다만 세수 부족 리스크가 여전히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당장 상속세 개편보단 재원 대책 마련을 우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쏟아진다.

최상목 부총리 “종부세보다 상속세 개편이 더 시급”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최근 경제 상황 및 정책방향’을 주제로 기업 경영활동 지원 계획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우선 올해 세재 개편과 관련해 “현 정부 들어 종부세 납부액을 연간 7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완화했지만 여전히 정상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당장은 상속세 개편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업승계 부담을 낮추고, 최대주주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방안은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라고 힘줘 말했다.

최 부총리가 직접 상속세 개편을 언급하고 나선 건, 국내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단 지적이 경영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 달한다. 이는 미국(40%), 독일(30%)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15%)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가 없는 OECD 15개국을 뺀 평균치(26%)와도 격차가 크다. 그나마 일본(55%)이 한국보다 세율이 높지만, 한국은 재산을 시가로 평가해 과세하는 데다 대기업 최대주주에는 할증해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세율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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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취득세 재논의, 자본이득세 담론 형성되기도

이에 기재부는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물려줄 때 최대 60%까지 세금을 할증하는 최대주주 할증 조치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가업상속 대상과 공제 한도를 확대하면서 투자율이 높은 기업에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는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상속세 부담을 덜어 기업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단 취지다.

야당의 부자감세 공격에 흐지부지된 유산취득세 전환도 재차 꺼내 들었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는 모두 상속자의 사망으로 납세의무가 성립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취지와 과세 근거는 상이하다. 유산세의 목적은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충분히 과세되지 않았던 부에 대해 사후적으로 정산하는 것인 데 반해 유산취득세의 목적은 상속재산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발생한 소득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취득한 상속인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유산 전체를 하나의 과세 대상으로 간주하며,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상속받은 재산을 개별적인 과세 단위로 간주한다. 예컨대 부모가 100억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 사망할 때 유산세는 100억원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해 과세하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재산을 먼저 나눈 뒤 과표를 정해 과세한단 것이다. 상속세가 누진세율로 과세된단 점을 고려하면 각자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과세표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상속인의 세 부담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최근엔 유산취득세를 넘어선 자본이득세 도입을 논의하기도 했다. 자본이득세란 자본자산의 매각에서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조세를 의미한다. 2세 경영인이 회사를 물려받더라도 별개로 상속세를 내지 않고 이를 팔 때만 30%의 과세를 물도록 하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규 경희대 회계사무학과 교수는 “자본이득세는 사실상 상속세 폐지론”이라며 “현행 상속세가 중복 과세되는 측면이 있기에 (기업인들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수 펑크’ 리스크 여전, “재원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상속세 개편 논의가 재개되면서 재계에선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상속세의 폐단을 수정함으로써 기업 성장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단 시선에서다. 다만 일각에선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잖아도 세수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마저 줄이면 세수 펑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도입 시 상속인 수(2∼4명)에 따라 세수는 2021년 기준 5조6,707억원에서 6,379억~1조2,582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최대주주에 적용되는 할증제도나 상속받는 금액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 구조를 고려하면 세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상속세 개편이 힘을 받지 못하리란 전망이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가 상속세 개편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구체적인 조정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단 점도 문제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겠다 언급한 건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일반론에 불과한 것”이라며 “누구나 아는 예시를 들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속세 개편은 여론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다”며 “최고세율, 공제, 최대주주 할증 등 상속세를 둘러싼 여러 과제의 시급성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세한 설명을 피하고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한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아직 아무런 준비도 못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한 것도 정부가 자초한 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