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양육·일자리 방점 ‘저출생 대책’ 공개, 육아휴직 급여 상한 月 250만원으로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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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위원회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발표
육아휴직 급여체계 개선, 2주 간의 단기 육아휴직 도입 등
결혼 특별세액공제, 자녀 세액공제 등 세제 인센티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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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기존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한다. 이와 함께 매월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체계를 개선하고 2주간의 단기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광범위한 수요 조사를 통해 주거, 양육, 일자리 측면에서 이전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 38.6%에서 60%로 상향

19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는 위원장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본회의를 열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를 총망라하는 종합대책으로 이 중 육아휴직 급여 인상이 핵심 정책으로 제시됐다.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근로자는 1년간 통상임금의 80%를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급받는다. 하지만 월 상한액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150만원으로 제한돼 소득 대체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급여 상한액을 최대 250만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상한액이 상향되면 현재 38.6%인 한국의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은 일본과 같은 60%로 오른다.

이와 함께 육아휴직을 끝내고 6개월 이상 계속 근무하면 지급하는 사후지급금를 폐지하고 해당 금액을 휴직 기간 중 지급해 소득 대체 효과를 높이기로 했다. 아울러 매월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육아휴직 급여체계도 재설계한다. 휴직기간 초반에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 상한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초기 3개월의 상한은 월 250만원을, 이후 3개월은 월 200만원, 이후 6개월은 월 160만원의 상한을 두는 식이다.

단기 육아휴직 제도도 신설한다. 정부는 어린이집 임시 휴원, 학교 방학 등 돌봄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연 1회에 한해 기존 육아휴직 기간을 2주 단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육아휴직은 1개월 이상, 2회 분할로 정해져 있는데 분할 사용 횟수를 3회로 확대하고, 단기 육아휴직은 분할 횟수 산정에 포함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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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아산홀에서 ‘2024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결혼하면 세금 깎아주고, 자녀 세액공제 10만원 확대

결혼, 자녀 등과 관련한 각종 세제 혜택도 신설·확대한다. 먼저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100만원 규모의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신설한다. 결혼과 관련해 처음으로 도입하는 세제 인센티브로 공제 적용 대상 등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자녀 세액공제도 확대해 현행 첫째아 15만원, 둘째아 20만원, 셋째아 30만원에서 각각 25만원, 30만원, 40만원으로 10만원씩 인상한다.

결혼과 연계된 조세특례로 집을 한 채씩 가진 두 사람이 결혼해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되는 경우에도 세금 부담을 덜어준다. 현재는 혼인한 날부터 5년간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납부 시 1주택자로 간주하는데 이 기간을 10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자동차 취득세 감면 대상은 기존 3자녀 이상에서 2자녀 이상으로 확대하고 다자녀 가구 대상으로 지급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10%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는 집 걱정 없이 결혼·출산을 할 수 있도록 주택 공급 확대와 함께 대출과 청약 특례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그린벨트 해제, 신생아 우선 공급 신설 등을 통해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연간 12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연간 7만 호로 계획했던 것보다 5만 호 이상 늘린 규모다. 또 2025년 이후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을 기존 맞벌이 2억원 이하에서 2억5,000만원 이하로 3년간 한시적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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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급여 인상, 고용보험기금 고갈에 재원 확보 난관

이날 발표된 대책은 각 부처의 사업 계획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온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 분야에 집중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공급자 중심에서 벗어나 광범위한 수요 조사를 통해 정책 과제를 발굴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소득 제한 없는 지원, 출산·육아휴가 미결재 시 자동 승인 간주, 단기 육아휴직, 돌봄 휴가 시간 단위 사용,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 출산하면 넓은 평수 이사 보장 등의 정책이 이런 관점에서 도출됐다.

하지만 추가 지원을 위한 예산 마련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앞서 이번 대책을 발표하기 전 정부는 한 차례 육아휴직 급여 인상을 추진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지난 1월 저출산위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저출산 관련 주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정책 설계와 재원 분담 방향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저출산위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육아휴직 급여 인상안이 발표에서 제외된 것이다.

기재부는 여전히 육아휴직 급여 상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보험기금이 2022년 말 기준 4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며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결국 육아휴직 급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고 투입이 불가피하다. 홍석철 저출산위 상임위원에 따르면 최소 1조의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기존 저출산 정책이 올해부터 대폭 확대되는 데다 ‘6+6 부모 육아휴직’ 등 이미 예정된 일·가정 양립 정책에 드는 예산이 11조원에 육박하면서 국고 투입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 예산안 편성을 두고도 저출산위와 기재부 간의 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 모두 ‘저출생 예산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지만 예산 재구조화의 방향을 두고 시각차가 커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저출산위는 교육·보건·국방 등과 무관한 순수 저출생 예산이 적다는 점을 들어 대규모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 재편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