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벌어선 못산다, 경기 불황에 ‘맞벌이 가구’ 첫 600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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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3년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611만5,000가구 육박
전체 가구 중 48.2%, 역대 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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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맞벌이가구가 2명 중 1명꼴을 기록했다. 맞벌이 비중은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가구도 16만 가구 넘게 늘었다. 특히 1인가구 중에서는 30대와 60대 가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집 중 한 집은 맞벌이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배우자가 있는 1,268만7,000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는 611만5,000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가 있는 가구는 4,000가구 줄었지만, 맞벌이 가구는 전년보다 26만8,000가구 늘었다. 맞벌이 가구 비중도 48.2%로 1년 새 2.1%포인트 오르며 역대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맞벌이 비중은 전체 연령층에서 1년 전보다 늘어났다. 가구주 연령별로 봤을 때 맞벌이 가구 비중은 30대가 5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가 58.0%, 40대가 57.9%로 비중이 큰 편이었고. 이외에 맞벌이 가구 비중은 15~29세가 52.6%, 60세 이상 32.5%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1인 가구는 738만8,000가구로 이 중 취업한 가구는 467만5,000가구였다. 이는 전년보다 12만 가구 증가한 것이다. 1인 가구 중 취업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63.3%로 0.2%포인트 상승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 취업 가구를 연령별로 보면 30∼39세가 109만 가구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 가구가 106만6,000가구로 전년보다 9만7,000가구 늘었다. 1인 취업 가구 중 임금근로자 가구는 373만4,000가구로 전년보다 6만5,000가구 늘었다. 임금 구간별로 보면 월급이 100만원 미만인 가구 비중이 11.1%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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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 10쌍 중 4쌍은 무자녀

이번 통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부부 가구는 줄었는데 맞벌이 가구는 역대 최다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배우 가구 한 집 건너 하나꼴로 맞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맞벌이가구 증가는 저출생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낸 ‘지난 10년간 무자녀 부부의 특성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5~39세 맞벌이 부부 10쌍 중 4쌍은 자녀가 없는 ‘딩크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벌이의 경우 무자녀 비중이 같은 기간 12.3%에서 13.5%로 소폭 올랐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자녀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난 것인데 연구원은 “직장 업무와 출산 및 양육을 병행하기 어려워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는 집값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내 집’을 보유한 비율은 유자녀 부부의 경우 52%로 과반이었지만 무자녀 부부는 34.6%에 불과해 17.4%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주거 불안정성이 무자녀 부부의 출산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전체 부부 중 무자녀 부부 비중이 45.2%로 강원(21.5%), 경기(20.5%)의 2배 이상이었다. 연구원은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무자녀 부부 비중은 모두 20%대”라며 “무자녀 부부 비중이 서울의 높은 주택가격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또 무자녀 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주거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N잡러’ 60만 명, 역대 최대

한편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황은 본업 외에 추가로 일하는 ‘N잡러’의 숫자도 끌어올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근로자는 62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58만1,000명) 대비 7.6%(4만4,000명) 증가한 수치로, 부업 인구가 매년 꾸준히 늘면서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2019년 부업자 수 50만9,000명과 비교했을 때도 4년 새 22.8%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2020~2022년까지 연간 부업자 수 증가율은 3~5%대에 그쳤다. 그러다 가계 이자 비용이 급증한 올해는 전년 대비 증가율이 7%대를 기록하면서 이전 추세보다 가팔라졌다. 2022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계 입장에선 더 많이 벌어야만 이전만큼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부업자 중 약 3분의 2(39만3,000명, 62.9%)는 기혼자며 이들은 고물가·고금리로 가계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생계를 위해 가장이 부업 전선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