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압박에 굴할쏘냐” 신품질 생산력 앞세워 경제 발전 꾀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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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내달 3중전회에서 '신품질 생산력' 지도 이념으로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 위해 대규모 투자 단행
美 압박에도 멈추지 않는 굴기, 양국 갈등 심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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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신품질 생산력(新品質生産力)’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첨단 기술 경쟁력을 강화, 새로운 형태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첨단 기술 굴기를 통해 미국 등 서방국의 대중국 제재에 본격적으로 대항하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중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

19일 정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다음 달 열리는 제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신품질 생산력을 중국의 새로운 지도 이념으로 공식화할 예정이다. 신품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헤이룽장성을 시찰할 때 최초로 언급한 개념으로, 대량의 자원 투입이 아닌 기술 혁신을 앞세워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 주석은 당시 참석한 한 좌담회에서 “전략적 신흥 산업과 미래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신품질 생산력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주중 한국대사관은 “신품질 생산력은 전통 생산력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기술 혁신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생산력”이라며 “대량의 자원 투입에 의존하고 에너지를 다량 소모하는 생산력 발전 방식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신품질 생산력을 강조하는 배경으로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꼽힌다.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 기업들의 기술 자립을 적극적으로 독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기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부설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 티엔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신품질 생산력을 우선시하는 것은 첨단 기술에서 미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대규모 기술 투자

중국 정부는 신품질 생산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 개발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중국이 배정한 과학기술 예산은 전년 대비 10% 늘어난 3,708억 위안(약 70조7,000억원)에 달한다. 중앙정부의 기초 연구 투자액은 전년 대비 13.1% 증가한 980억 위안(약 18조7,000억원) 수준이며, 민간 투자를 포함한 중국의 전체 연구개발(R&D)비용은 3조3,000억 위안(약 629조원원)에 육박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전체 정부 예산(약 656조6,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오롯이 R&D에만 투입되는 셈이다.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중국의 R&D 인력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012년 324만7,000명 수준이던 중국 R&D 인력은 2022년 635만4,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 업체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포함된 중국 연구자는 2022년 1,169명에 달했다. 이는 세계 2위 수준이다.

연구 성과 역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과학기술 관련 발명·특허 등록 건수는 92만 건으로 2015년 대비 약 3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기술거래액 역시 6조1,500억 위안(약 1,172조원)에 달했다. 정부의 탄탄한 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기초 과학 연구가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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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 분쟁 격화 가능성

이에 시장에서는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가 미·중 무역 갈등을 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과잉 생산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드러내며 공격적인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 경제를 압박하는 과잉 생산 능력을 줄임으로써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반도체와 태양전지 관세는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장 공급망을 교란하는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과잉 생산품을 시장에 쏟아부었고,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전 세계 다른 제조업체들을 도태시켰다”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칙을 쓰고 있다”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4월 중국은 미국의 연이은 과잉 생산 지적에도 불구, 첨단 기술 분야에 5,000억 위안(약 95조원)의 금융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등 서방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첨단 기술 분야의 투자와 육성을 이어가며 신품질 생산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양국의 상호 견제 움직임이 지속되며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