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고속철 ‘내돈내산’ 수출한 한국, 개발원조 방식으로 중앙아시아 수출길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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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3국과 협력 기반 다진 윤 대통령,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도 강화
고속철 수출 사업에 자금 지원 쏟아낸 한국, 우즈베키스탄 아래 'K-실크로드' 본격화?
'내돈내산'에 회의적 의견도 있지만, "장기적 경제 효과 고려하면 한국에도 이익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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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 시각) 투르크메니스탄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5박 7일간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통해 에너지·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K-실크로드 협력 구상 구축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에선 고속철 수출 계약을 성사하기도 했다. 시장은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수출이 향후 중앙아시아에 대한 한국 제품 수출을 촉진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 부부,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 마무리

지난 16일 윤 대통령 부부는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일 출국한 윤 대통령은 11일까지 투르크메니스탄, 11~13일 카자흐스탄, 13~15일 우즈베키스탄을 연이어 방문했고, 15일엔 샵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함께 실크로드의 중심지이자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고도시 사마르칸트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핵심 광물을 보유한 중앙아시아 3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주를 위해 1호 영업사원으로서 측면 지원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방문한 투르크메니스탄에선 ‘갈키니쉬 4차 탈황설비 기본합의서'(현대엔지니어링·투르크멘 국영가스공사)와 ‘키얀리 폴리머 플랜트 정상화 2단계 협력 합의서'(현대엔지니어링·투르크멘 국영화학공사) 등을 체결해 가스전 및 석유화학 분야에서 우리 기업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대우건설이 추진 중인 비료 플랜트 사업을 합하면 모두 60억 달러(약 8조3,300억원) 규모의 수주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일정인 카자흐스탄에선 총 37건의 양해각서(MOU) 및 협약을 체결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건 핵심 광물 공급망 관련 협정이다. 윤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를 체결해 다양한 핵심 광물의 공동 탐사, 정련, 제련, 최종 사용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적 협력을 강화했다. 경제성이 확인되는 광물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우선적인 개발 및 생산 참여 기회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우리 기술력으로 개발한 최초의 고속철 수출 계약체결이 이뤄졌다. 한국형 고속철의 해외 수출을 본격화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수출 모델은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KTX-이음이다. 고속철 공급 규모는 시속 250㎞급 고속철 42량으로, 액수로는 총 2억 달러(약 2,7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우즈베키스탄과 우라늄·몰리브덴·텅스텐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에너지 공급망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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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수출 모델인 KTX-이음의 모습/사진=한국철도공사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 K-실크로드의 역점

이번 순방을 통해 윤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K-실크로드 구상’에 대한 3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K-실크로드는 윤석열 정부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연대 구상’에 이어 세 번째로 발표한 지역 전략으로, 한국이 보유한 혁신 역량과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 등 발전 잠재력을 연계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겠단 게 골자다.

K-실크로드 사업의 역점이 가장 잘 보이는 건 우즈베키스탄에의 고속철 수출 계약이다. 한국의 혁신과 중앙아시아의 자원 사이 교환점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에 상당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구매 사업에 필요한 2,700억원가량의 자금을 모두 지원하는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고속철 수출 및 지원으로 우즈베키스탄이 이익을 얻은 점도 긍정적이다. 해당 사업의 평가가 높아질수록 K-실크로드 사업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함께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은 육로 교통에 의존하면서도 철도를 이용하지 못했다. 철도 인프라가 상당히 노후화된 데다 타켄트·사마르칸트·히바 구간 등 동·서 지역 간 이동 시 16시간이나 소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기오염·소득격차 문제도 부각됐다.

다만 앞으로 탄소저감 등 친환경적으로 우수한 한국형 동력분산식(객차마다 모터 분산 배치) 고속철도 차량이 공급되면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와 서부지역 간 이동 시간이 8시간까지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이번 고속철도 차량 구매 사업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개발한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철 해외 수출을 최초로 지원하는 건”이라며 “앞으로도 한국-우즈베키스탄의 경제협력 분야를 다각화해 우리 기업에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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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우즈베키스탄을 국빈방문해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우즈베키스탄, 한국-중앙아시아에 ‘교두보’ 역할 할 듯

한국 입장에서도 이점이 크다. 우즈베키스탄 고속철 사업을 통해 중앙아시아 전반에 수출길을 열 수 있게 됐기 대문이다. 이번에 윤 대통령 부부가 방문한 카자흐스탄만 해도 고속철 사업 진입에 용이한 국가 중 하나다. 현재 카자흐스탄은 지난 2013년 수도 아스타나와 알마티를 잇는 고속철 사업이 비용 문제로 잠정 연기되면서 철로에 공백이 발생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인 현대로템이 카자흐스탄 메트로 사업을 수주한 바 있기도 하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최초의 지하철인 알마티 1호선 전동차 28량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2018년에도 전동차 32량 공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카자흐스탄 시장에 진입할 ‘교각’이 이미 만들어져 있단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카자흐스탄 시장 진입이 무난히 진행될 경우 리튬 광산 개발 사업이 뒤따라올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카자흐스탄 측과 함께 현지 리튬 광구 협력 탐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사업 연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란 시선에서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정부 측 요청에 광산지대 후보군을 탐사, 고순도 리튬 광물자원을 발견한 바 있다. 지질연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지역 매장 자원은 총 21조원 규모며, 광석을 채굴하고 남은 찌꺼기도 19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중앙아시아와의 관계 발전을 통해 한국의 고질적인 천연자원 부족 문제를 보전할 실마리를 찾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소위 ‘내돈내산(내 돈 내서 내가 산 것)’ 사업을 온전한 수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개발원조라는 취지를 고려하면 공여국의 국익 중심으로 경제 효과를 따지는 건 부적절하단 게 시장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전폭적인 지원을 통한 개발원조가 양국의 파트너십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장기적 관점에선 한국 입장에서도 이익이란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속철 수출 성과를 설명할 때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 교류, 인력 양성, 차량기지 건설 등 양국 간 철도 분야 전반의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