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지원금제도 시행 3개월, 통신 3사 지배력 강화하고 알뜰폰 경쟁력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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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지원금 시행 후 알뜰폰→통신 3사 가입자 수 40%↑
통신 3사→알뜰폰 가입자 수는 81% 이상 급감
통신 3사 번호이동 순감은 줄어 시장 경쟁 유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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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번호이동 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간 경쟁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지원하는 30만원 수준의 전환지원금이 시장 내 마케팅 경쟁을 유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환지원금은 통신 3사의 가입자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 알뜰폰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전환지원금 시행 후 통신 3사→알뜰폰 번호이동 81% 감소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전환지원금은 3만~13만원 수준으로 시작됐다. 이후 방통위의 요청에 통신 3사는 같은 달 22일 최대 33만원 수준으로 전환지원금을 인상한 뒤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에 전환지원금 추가 상향을 요청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통신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보다 통신 3사의 지배력만 강화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옮겨간 가입자 수는 올 1월 4만2,272명에서 지난달 5만9,276명으로 40% 이상 늘었다. 반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번호이동 순증 건수는 올 1월 7만8,060건에서 지난달 1만4,451건으로 81% 이상 감소했다.

통신 3사간 경쟁 수준을 보여주는 번호이동 순감(한 통신사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회선 수) 수치는 줄었다. 올 1월 번호이동 순감은 SK텔레콤 3만2,331건, KT 2만7,529건, LG유플러스 1만8,200건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수치를 살펴보면 SK텔레콤 6,665건, KT 1만476건, LG유플러스 2,690건에 그쳤다.

전환지원금 정책의 불똥, 알뜰폰 업계로

이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온기 반영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다. 정부는 단통법 폐지를 공식화하고 폐지 이전에라도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때 비용을 절감하고자 전환지원금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전환지원금 정책의 불똥이 알뜰폰 업계로 튄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3사의 경쟁을 유도해 전체 통신비를 낮춘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알뜰폰 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이다.

앞으로 알뜰폰에서 통신3사로 갈아타는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며 알뜰폰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세까지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의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알뜰폰으로의 번호이동이 줄어든 주요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다만 전환지원금으로 인해 알뜰폰 가입자가 줄어들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도 전환지원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16일 통신3사가 전환지원금을 최대 13만원으로 책정하자, 방통위는 통신3사와 만나 전환지원금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하며 지원금 상향을 간접적으로 압박한 바 있다. 이에 통신 3사는 다음날 바로 전환지원금을 30만~33만원 수준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이후 현재까지 한달 넘도록 전환지원금을 동결했다. 전환지원금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최신기종에 대한 공시지원금을 인상하며 전환지원금 비중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환지원금은 통신사가 시장의 상황에 따라 자발적으로 책정하는 것”이라며 “전환지원금 시행이 한달을 갓 넘긴 만큼 시장 반응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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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업계 “정부 일관성 없는 정책이 시장 왜곡”

이에 알뜰폰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중소 알뜰폰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과 이동단통법 폐지, 금융권 진출 등으로 인해 중소 알뜰폰 업체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7일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알뜰폰 산업의 생태계 복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알뜰폰 사업자들은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장이 왜곡돼 왔다. 금년까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안 되면 오는 2025년 2월 정기 이사회에서 협회장직을 내려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광필 프리텔레콤 상무도 “10년 이상 알뜰폰을 유지하며 성장해온 중소사업자들의 목의 정부 정책이 죄고 있다”며 “중소사업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산업 생태계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단통법 폐지와 전환지원금 신설 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통신3사 경쟁 활성화 정책으로 알뜰폰은 배제돼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삼아왔던 알뜰폰이 오히려 경쟁력을 잃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지속해 늘어났는데 최근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까지는 견딜만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또 있다. 금융권에서 알뜰폰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다. 금융권에서 도매제공대가 이하의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망 도매제공대가를 주고, 통신망을 임대한다. 도매제공대가를 토대로 알뜰폰 요금제가 형성되지만 금융권에서는 출혈을 감수, 이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자로 활동 중이며, 우리은행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고명수 스마텔 회장은 “알뜰폰에 진출한 금융회사는 도매대가의 90%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저버리고 사실상 도매대가 70~80%의 요금제를 내놨다”며 “과한 경쟁 상태를 만들어 알뜰폰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