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보험사 신청 3년간 ‘0건’, 높은 진입장벽·시장 전망 악화 등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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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받는 미니보험사, 지나치게 높은 허들이 사업 진입 막았나
대형 보험사조차 침체 수순, "보험업계에 새로 발 들일 이유 없어"
고령화에 미래 전망도 '그림자', "미니보험사 유도하려면 타개책도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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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미니보험사(소액·단기전문보험사)를 허용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설립 신청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입장벽이 까다롭고 보험업계 자체의 미래 전망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니보험사 설립 심사, 3년간 한 건도 없었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니보험사 설립 인허가 심사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21년 6월 소액단기보험업 도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관심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금융위 측은 미니보험사가 외면받는 데 이해가 가지 않는단 입장이다. 설립 최소 자본금 요건 등에서 이점을 제공한 만큼 유인책은 확실하단 것이다. 실제 미니보험사의 설립 최소 자본금 요건은 20억원인데, 이는 종합보험사(300억원) 대비 15분의 1 수준이다.

다만 업계에선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자본금 요건만 축소됐을 뿐 그 외 설립을 위한 허들이 너무 높단 지적이다. 우선 대형 보험사들도 10년 이상 준비해 온 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건전성제도(지급여력제도·K-ICS) 등을 그대로 적용받아 최소 수십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 손해사정사 등 구축해야 하는 인적·물적 조건도 일반 보험사와 동일해 현실적으로 진입이 어렵다. 이로 인해 제도 도입 초기 미니보험사 설립을 추진했던 회사에서도 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미니보험사가 보험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단 점도 문제다. 미니보험은 통상 1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비대면 채널에 판매된다. 미니보험을 통해 보험의 필요성을 경험한 MZ세대들이 다른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등 이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한단 게 주요 전략이지만, 최근엔 “홍보비용 등을 고려하면 미니보험은 판매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보험료가 저렴해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형 보험사와의 출혈 경쟁까지 불가피하다. 사실상 미니보험사 설립에 이점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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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침체 가속, M&A 시장서도 ‘외면’

보험업계 전반이 침체하고 있는 점도 미니보험사가 외면받는 근원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보험업계는 대형 보험사마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6곳이다. 손해보험사는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생명보험사는 △KDB생명보험 △ABL생명보험 △동양생명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이다. 이들 보험사 대부분 지난 2~3년 전부터 지분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MG손해보험의 경우 최근 3차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2곳의 사모펀드가 응찰하며 유효경쟁 요건이 성립됐지만,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 입찰에 참여한 데일리파트너스의 현 대표가 과거 MG손보 대표로 임명된 이력이 있어서다. KDB생명은 최근 여섯 번째 매각에 실패하고 대주주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은행은 앞서 2014년에 두 차례, 2016년과 2020년,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초 한 차례씩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몸집 자체가 커 매각으로 이어지기 어렵단 시선이 팽배하다. 국내 보험업계의 매력도가 상당히 낮단 방증이다.

급격한 고령화에 재정 부담도↑

보험업계의 재정 부담 역시 커지는 추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퇴직연금 제외)는 2021년 0.4% 감소해 역성장으로 돌아서고 정체 상태에 돌입했다. 보장성 보험 성장 둔화와 저축성 보험 위축 등의 여파로 오는 2025년까지 생명보험 수입보험료(가입자가 낸 총보험료)는 연평균 0.13%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고, 손해보험 원수보험료 증가율도 5년간 0.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저성장으로 인한 소득 정체, 소득 대비 가계부채 부담 비율 상승, 저금리 등 악재가 부정적 시너지를 일으킨 영향이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니보험사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선 단순 규제 완화책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 인구구조 특성상 보험 업권의 미래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등 현 상황을 타개할 만한 대책 방안이 추가로 있어야 한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