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속도 내는 글로벌 기업들, 中 정부 “어떻게든 붙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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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국 줄줄이 외면
애플, 현대차, 국내 배터리 3사 등도 '탈중국' 움직임
1년 사이 급감한 中 FDI, 중국 정부의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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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의 대중국 관세 장벽이 눈에 띄게 높아진 가운데, 중국 시장에 진출한 서방 기업의 ‘탈중국’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해외 투자금 유출 위기에 봉착한 중국 정부는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생산 기지 뒤로하는 완성차 기업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 “중국 리프모터와 함께 생산하던 전기차 일부를 유럽에서 만들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0월 중국 전기차 기업 리프모터 지분 21%를 15억 유로(약 2조2,200억원)에 인수,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착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리프모터 자동차를 중국 밖에서 판매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같은 스텔란티스의 성장 계획은 채 1년도 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2일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대폭 인상하며 리프모터 전기차를 저렴하게 수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스텔란티스는 중국 생산분 일부를 폴란드 티치 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추후 △BMW 미니의 순수 전기차 에이스맨 △메르세데스-벤츠의 EQS 등에도 최대 세율인 48.1%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BMW, 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도 중국 내 생산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들 기업 역시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 일부를 유럽으로 역수입하며 생산 비용을 절감해 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산업계의 탈중국 움직임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같은 탈중국 움직임이 자동차 업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발생한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FDI는 총 3,602억 위안(약 67조8,000억원)에 그친다. 이는 코로나19 봉쇄를 마치고 ‘리오프닝’을 본격화한 전년 동기 대비 27.9% 감소한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애플이 꼽힌다. 최근 애플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중국 내 ‘애국 소비’ 기조 등으로 인해 현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요 생산 거점에서 위기에 봉착한 애플은 과감하게 생산 거점을 분산하는 전략을 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1년간 아이폰 전체 생산량 중 14%를 인도에서 생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준이자,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억 달러(약 19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국 기업들 역시 본격적인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1년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중국에서 운영하던 5개 공장 중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를 주요 고객사로 둔 대원강업 등 부품업체들 역시 줄줄이 탈중국을 시도하는 추세다. 중국에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3사 역시 지난해부터 대중 추가 투자를 중단, 미국을 중심으로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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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 잡아라” 中 정부의 노력

해외 기업의 투자금이 중국에서 속속 빠져나가는 가운데, 위기를 감지한 중국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을 중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투자 유치 확대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는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지방 정부와 중앙 부처 등이 지켜야 할 여러 지침을 제시했다.

지난 3월에는 ‘고수준 대외개방 추진과 외자 유치·활용을 위한 실행계획’이라는 이름의 외국 자본 투자 유치 확대 방안이 발표됐다. 해당 방안에는 시장 접근 확대, 공정 환경 조성, 혁신·협력 촉진 등 총 5개 분야 24개의 조처가 담겼다. 이에 업계에서는 해당 계획이 지난해 8월 발표된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투자 유치 확대에 대한 의견’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행계획을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를 막거나 제한하는 ‘네거티브 리스트’를 축소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세금과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에 더해 채권 시장에 대한 해외 금융기관의 진입 범위를 확대하고, 기술 혁신 등 특정 분야에서 외국 자본의 진입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시범 사업도 시행한다. 아울러 비즈니스용 비자의 유효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국내외 기업 간 인력 교류 역시 적극적으로 촉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