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사태에도 새마을금고 개혁은 ‘제자리 걸음’, 법안 처리도 지지부진하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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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부실 논란에 '국회 책임론' 확산, "법안 처리 너무 늦어"
이사장-중앙회장 밀월관계 만연화, 국회도 새마을금고 '눈치 보기'
60년 만에 직선제 선거 치렀지만, 내부 혼란 통제는 여전히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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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부실 논란이 확산하면서 시장에선 국회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사상 초유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겪은 지 1년여가 흘렀음에도 관련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무더기로 폐기되며 새마을금고 혁신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최근엔 새마을금고 측이 직접 ‘셀프 개혁’에 나서겠다며 고삐를 쥐기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큰 기대를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일괄 폐기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이후 발의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 5건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라 일괄 폐기됐다. 앞서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7월 뱅크런 사태를 겪은 뒤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꾸리고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경영혁신안엔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임기를 연임제에서 4년 단임제로 전환 △중앙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역 이사 13명에서 8명으로 축소 △감사위원회 견제 기능 강화 등 내용이 담겼다. 새마을금고 감독 기준에 규정된 경영 개선 조치를 적기시정조치로 개편해 부실 금고가 경영 개선 작업을 적극 이행하도록 유도하겠다고도 했다.

새마을금고가 내놓은 경영혁신안은 모두 법 개정 사항이다. 실제 시행을 위해선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란 의미다. 문제는 21대 국회가 관련 법안을 발의만 했을 뿐 제대로 된 논의는 나눈 바가 없단 점이다. 행정안전부에서 금융위원회로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이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도 충분한 논의 없이 폐기됐다. 결국 법안 시행을 위해선 22대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거쳐야 한단 의미다. 더군다나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도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법안 재발의 및 논의는 더욱 지지부진할 전망이다.

지역 유지가 금고 이사장으로, 국회도 이사장 ‘눈치’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선 “개혁을 위해선 새마을금고 특유의 구시대적 지배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새마을금고는 민주적 투표를 통해 권력을 구성한다. 지역 거주자라면 누구나 금고 회원이 될 수 있고, 출자금액과 관련 없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지역금고 이사장은 총회를 통해 직접 선출된다. 중앙회장의 경우 이사장들이 뽑는 방식이었다.

겉보기엔 문제없는 선출 방식 같지만, 이면엔 치명적인 한계가 숨어 있다. 중앙회장과 이사장 간의 밀월관계가 형성되기 쉽단 점이다. 새마을금고의 지배구조를 보면 결국 중앙회장 입장에선 금고 이사장들이 유권자다. 중앙회장이 이사장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중앙회장이 이사장을 떠받들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당장 박차훈 전 중앙회장만 해도 2018년 ‘비상근 이사장 연임 제한 폐지’ 등 이사장 친화적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사실상 독재에 가까운 조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권력 경제의 최종 방어선이 돼야 할 국회조차 새마을금고의 눈치는 보는 실정이란 점이다. 이는 개별 금고 이사장이 대부분 지역 유지이자 실세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회 한 의원실 관계자는 “유지들이 금고 이사장을 맡고 있으니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이들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새마을금고가 변혁하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도 국회의원이 지역금고 이사장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 척할 수 없었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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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지난 3일 열린 새마을금고중앙회 윤리의 날 선포식에서 준법의식 강화를 통한 신뢰회복 의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셀프 개혁’ 띄운 새마을금고, 시장은 “글쎄”

이런 가운데 새마을금고 측은 우선 ‘셀프 개혁’을 이루겠단 방침을 세웠다. 국회 차원의 법안 논의가 시작되기 전 내부적인 개혁을 통해 신뢰를 되찾겠단 취지다. 실제 몇몇 개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부실금고를 인근 우량금고로 통폐합하거나, 유사 상호금융업권과의 규제 차이를 해소하는 방안 등이다. 새마을금고 측은 “일단 할 수 있는 걸 하겠단 것”이라며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22대 국회 위원회 구성이 확정되고 나면 하반기 중 다시 추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장에선 새마을금고의 개혁 움직임에도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혁 법안에 일부 이사장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등 이미 내부적인 ‘엇박자’를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활동했던 경영혁신자문위원회 핵심 관계자도 “내부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와 강도인데, 혁신위가 마련했던 혁신안 이행 계획이 전반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법 개정 전엔 지배구조 개선이 현실화하기 어렵단 게 주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그나마 60년 만에 최초로 중앙회장 선거를 직선제로 치렀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나, 선거 과정에서 회장 후보들의 비위가 드러나면서 이마저도 의미가 퇴색됐단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지난해 11월 유력 후보들은 연이어 횡령이나 권역 외 대출 등 비위, 업무 과실 행위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후 회장으로 선출된 김인 당시 부회장 역시 이사장을 맡고 있던 서울 남대문 충무로금고에서 지점장이 고객 돈 5억1,000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앙회 제재심의부와 감독위원회는 김 부회장에 내부통제를 소홀히 했단 책임을 물어 견책 조치를 내렸다.

내부적 혼란도 컸다. 회장 후보 간 징계 수위를 두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일각에선 표적 감사 논란도 제기됐다. 중앙회가 입맛에 맞는 후보의 당선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감사를 벌였단 주장이었다. 결국 선거 과정에서조차 내부 혼란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했단 의미다. 새마을금고의 셀프 개혁 목소리가 시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