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업계 반발에 ‘PF 사업성 평가’ 개선책 내놨지만 “업계 위기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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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설명회’ 개최
기존 PF 정상화 방안의 불만 반영한 개편안 발표
업계 불만 여전 "등급 유지해도 부실 이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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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당시 시행·시공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에 새로운 개편안이 나왔지만 건설업계의 불만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예외 기준에 대한 모호한 해석과 부실 사업장 낙인으로 인한 연쇄 효과 등에 대한 대책을 여전히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해소보다 금융업계의 건전성 관리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 업계 반발에 평가기준 보완

13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건설업계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금감원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PF 정상화 방안에서 평가기준을 구체화 후 확정안을 각 업권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한 PF정상화 방안에는 ▲평가 대상은 본PF·브릿지론 외에 이와 위험성이 유사한 토지담보대출·채무보증 등 ▲평가등급은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PF 업계의 반발을 반영해 사업성 평가 기준을 일부 보완했다. PF업계는 각 평가기준마다 예외 사항이 추가돼 기존 방안 대비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기존 PF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브릿지론과 본PF 모두 최초 대출 이후 여신만기를 4회 연장한 경우 부실우려 등급으로 떨어진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연체·연체유예·대주단 협약·자율협약 대상이 아닌 사업장은 만기 연장 기간을 감안해 예외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기존 PF정상화 방안에는 기존 브릿지론 사업장이 ▲최초 대출 이후 만기가 6개월 지나도 사업진행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하지 못하거나 ▲최초 대출 만기 도래 12개월 이후에도 인허가를 취득하지 못하거나 인허가 취득 18개월 이후에도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부실우려 등급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금감원 이에 대해 ▲매도청구, 토지수용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영향평가, 문화재 발굴, 오염토 발견 등으로 불가피하게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해당 기간은 경과 기간을 산정할 때 제외하도록 조치했다.

본PF 사업장의 경우 분양개시 18개월 이후 분양률 50% 미만 (비주거시설은 40% 미만) 등 분양률이 계획 대비 매우 부진한 경우 부실우려 등급으로 떨어진다. 다만 해당 사업장 전체 PF대출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없으면 예외로 둘 수 있다.

예외 사항 추가 및 사후관리 기준도 구체화

이외에도 금감원은 다수 예외 사항을 추가했다. 신규자금 추가 공급, 사업용도 변경, 시공사 교체, 출자전환 등 자금구조 개편이 수반돼 재구조화한 경우 이를 감안해 평가할 수 있다. PF 보증, 분양보증 등 보증기관과 협의해 계약관계, 보증기관의 사업장 관리기준 등을 반영한 사업성 평가를 할 수 있다. 사업성을 평가할 때 금융회사는 해당 사업장의 시행사, 시공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

아울러 금감원이 제시한 등급별 평가 예시에 부합하더라도 ▲잠재적 사업 저하 요인이 사라져 사업정상화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도시개발사업, 도시정비사업,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 도시계획 변경이 필요한 사업 등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를 감안해 평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사후관리 기준도 구체화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관한 사후관리 기준을 명시하고 금감원은 사후관리 이행사항을 점검할 계획이다. 본PF 사업장, 구조조정 대상 업체 관련 사업장은 일률적인 경·공매가 아닌 개별 사정에 맞게 사후관리를 추진한다. 다만, PF보증, 분양보증 등 보증사업장에는 사후관리 방안 원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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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사업장 낙인, 강제 매각 우려 가장 크지만 “대책 없어”

그러나 부실 사업장이 단기간 내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PF업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현재 사업성이 부족한 사업장은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유의·부실우려 등급으로 떨어지지 않고 양호·보통 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에 자금이 추가될 경우 담보대출비율(LTV)가 늘어나 사업성이 취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대부분 건설업계는 부실 사업장으로 낙인찍히는 것과 사업장 강제매각을 우려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책은 없었다. 이날 대한건설협회 측은 시행사·시공사의 사업장이 부실로 분류되면 정상 현장까지 악성이 되는 연쇄 파급 효과에 대한 대비책을 질문했지만 금융당국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는 답변에 그쳤다.

이전에 발표된 PF 연착륙 대책으로 피해를 보는 업체도 있었다. 한 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브릿지론을 연장해야 하는데 대책 양호 사업장이었지만 대책 발표 이후 불량 사업장으로 분류됐다”며 “금융사는 지난 5월 14일 발표된 대책을 기준으로 대출이 불가하다고 하는데, 금감원이 변경된 지침을 빨리 전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PF 사업장 정리보다는 유동성 해소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업체는 브릿지론을 본PF로 전환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아 수백억대의 이자만 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대주들이 기존 대출도 연장해 주지 않으려 하고, 선순위 금융회사는 사업장 매각에 따른 원리금 회수만 노린다”며 “당국이 PF 사업장 정리에만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당국은 공정률·분양률 등 PF 사업장 평가 기준을 완화했으나 제대로 된 분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정만 금감원 상호금융국 상시감시팀장은 “PF 사업장 평가의 경우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금융사 건전성 관리가 목표고, ‘부실채권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며 “업권별 설명회를 통해 개선안을 전파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달 사업성 평가를 수행하며 본격적인 부실 사업장 관리에 들어간다. 또한 오는 7월 초까지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정리 등 사후관리 계획을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