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원장-한기정 공정위원장 회동, ‘이통 3사 담합 의혹’에 합의 이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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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의혹' 이통 3사에 4조원대 과징금 예고한 공정위, 통신사 즉각 반발
공정위 "행정기관 지도 따랐어도 별도 합의 이룬 바 있으면 담합"
방통위원장-공정위원장 회동, 담합 의혹 관련 의견 나눈 것으로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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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사진=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이동통신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4조원대 과징금을 예고한 가운데 김 위원장이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시장에선 사실상 방통위가 공정위의 담합 조사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방통위원장-공정위원장, 올해에만 3~4차례 회동

12일 업계에 따르면 김 방통위원장은 한 공정위원장과 올해 3~4차례 회동했다. 이동통신사 담합 의혹과 관련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SK텔레콤·KT·LG유플러스·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를 상대로 담합 의혹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번호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상황반을 운영해 판매장려금을 30만원 이내로 조정한 행위를 담합으로 규정했다. 이날 발송된 심사보고서에 구체적인 과징금 규모가 적시되진 않았으나, 총 28조원에 이르는 담합 관련 매출, 경감 사유 등을 적시한 점을 고려하면 과징금 규모는 총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 의혹을 제기하자 통신사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통신사는 “번호이동 실시간 현황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전산을 통해 확인 가능한 정보”라며 “상황반 운영은 단통법과 방통위 행정지도를 준수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을 근거로 들며 공정위가 적법한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고 역설한 것이다.

‘담합 의혹’에 통신사 반발, 공정위는 “담합 맞다”

하지만 공정위는 “그간의 판례와 심사 지침에 따르면 이통 3사의 행위는 담합이라고 보는 게 옳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공정위가 지난 2007년 12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제정한 ‘행정지도 개입 담합에 대한 심사 지침’엔 “행정기관의 행정지도에 개별적으로 따른 경우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행정지도와 별도로 사업자들이 합의하면 담합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의 지도에 따랐더라도 별도 합의를 이룬 바 있으면 담합으로 볼 수 있단 의미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2015년∼2022년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장려금과 거래 조건·거래량 등을 담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로 내부 정보를 공유하며 판매장려금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등 ‘행정지도를 넘어선 별도의 합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가 이 같은 시각을 끝까지 밀고 나갈 경우 이통 3사는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7년 손해보험사 담합 사건 당시에도 “행정지도를 따랐을 뿐”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손보사 10곳은 보험료율 등을 5년간 담합했다가 과징금 508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에 손보사 측은 “보험 할인할증률 폭을 5∼10%로 축소하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기에 담합 제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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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에 기대 거는 이통 3사, 시장선 “합의 이뤘을 가능성 있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통 3사는 방통위만 바라보는 분위기다. 방통위가 이통 3사에 유리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통위는 국회 제출 답변을 통해 장려금 가이드라인은 공정하고 투명한 이통시장 환경 조성과 이용자 차별행위를 방지·근절하기 위한 법 집행행위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법령에 따른 정당한 관리 감독행위라는 것이다. 앞서 방통위 차원에서 “이통 3사가 담합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한 바도 있다.

다만 최근엔 “방통위와 공정위가 이통 3사 담합 사건과 관련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뤘을 수 있다”는 시각도 확산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과 한 위원장이 여러 차례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두 위원장 간 비공식 회동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업계는 김 위원장이 한 위원원장에 방통위의 입장과 사건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방통위가 사건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단 점도 눈에 띈다. 실제 방통위 실무진은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입수해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수백 쪽에 이르는 자료가 포함된 만큼, 관련 사안을 신중하게 검토한 뒤 공정위 심결 전 의견서를 작성·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부 조율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방통위도 적극적으로 분석을 진행 중인 만큼 국정감사 이후엔 최종 결과가 도출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