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확률조작 ‘폭격’ 나선 공정위, 게임업계 정상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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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산업진흥법 개정에 공정위 조사도 본격화, '거짓 고지·확률 조작' 폭격
메이플스토리에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거액 과징금 선례 의미 있어 "
거듭된 제재에 '업계 정상화' 기대 나오지만, "국산 게임 경쟁력 이미 너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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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곳 게임사 중 카카오게임즈·더블유게임즈·네오위즈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를 받았거나 조사를 받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확률형 아이템 고지 문제와 슈퍼 계정 의혹 등이 공정위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이다.

공정위, 상위 10개 게임사 7곳 조사

10일 게임업계 등에 따르면 2023년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게임사 중 넥슨·넷마블 등 2곳에 대해 공정위가 기조치를 했고, 크래프톤·엔씨소프트·컴투스·그라비티·위메이드 등 5곳에 대해선 최근 현장조사를 진행한 이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 고지가 문제시됐다. 지난 3월 개정된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아이템 당첨 확률 고지가 의무화했는데, 이 고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될 경우 공정위의 전자상거래법 법망에 걸리게 된다. 공정위가 대부분 게임사를 조사하고 있단 건, 결국 확률조작 문제가 상위 주요 게임사들에서 모두 포착됐단 의미다.

게임업계 확률조작 문제를 공정위가 융단폭격하고 나선 것은 게이머들의 민원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트럭시위 사태 등 집단 반발을 한 차례 경험한 국내 게이머들은 이후 게임 운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서도 거듭 반발을 이어 나가고 있다. 확률조작이나 슈퍼 계정 등 심각한 사안에 대해선 공정위 등 정부기관을 활용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게임산업진흥법 개정 및 공정위의 표준약관 개정 등 정책이 거듭 시행된 것도 게이머들의 권익 향상 노력이 탄력을 받은 이유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선 “민관 협력이 시너지를 내면서 게임업계 전반에 걸친 정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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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확률조작 문제, 일부는 슈퍼 계정 의혹 제기

현시점 확률조작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게임은 ‘라그나로크’, ‘뮤아크엔젤’, ‘나이트크로우’ 등이 있다. 그라비티 게임 ‘라그나로크’에선 기존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이 100개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웹젠의 ‘뮤아크엔젤’에선 0.25% 확률로 나타난다던 아이템이 실제론 149회까지 획득 확률이 0%인 것으로 확인됐다. 소위 ‘바닥’이 존재했단 의미다. 위메이드 ‘나이트크로우’의 경우 전설 등급 원소 획득 확률을 0.198%에서 0.01%로, 영웅 등급(1→0.32%)과 희귀 등급 원소 획득 확률(7→3.97%)을 각각 정정했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의 중심엔 ‘큐브’가 있다. 큐브는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에 사용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으로, 장비에 부여된 ‘잠재 옵션’을 랜덤으로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문제는 큐브 사용 시 옵션 발생 확률이 각 능력치마다 달랐단 점이다. 특히 유저들의 선호 옵션 등장 확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선호도가 높은 특정 능력치 조합이 아예 출현하지 못하도록 막았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크게 일었다.

상기 사실이 유저들에게 일절 고지되지 않았단 점도 문제다. 심지어 2011년엔 “큐브의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으며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의 거짓 공지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코리아에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116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넥슨 측이 “법 제재 당시에는 (게임산업법 개정 전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작위의무(어떤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공정위 상대로 과징금 취소소송을 내긴 했지만, 무의미한 제재만 반복되던 게임업계에 거액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단 선례가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슈퍼 계정 의혹을 밝혀내는 작업도 속속 진행 중이다. 슈퍼 계정은 일반 유저들이 도저히 획득할 수 없는 캐릭터를 회사 차원에서 생성해 게임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유저 1,000명은 공정위 서울사무소 측에 이런 내용의 집단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 거짓 고지 문제를 들여다보던 공정위 중점조사팀이 이 문제도 함께 파악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세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공정위가 게임 산업에 관여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관심을 많이 받은 건 처음”이라며 “‘인벤’ 등 게임 전문 커뮤니티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등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게임업계를 집중 감시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업계 정상화 기대감 크지만, 일각선 비관적 의견도

게임업계에 대한 제재가 강화한 데 소비자(게이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드디어 게임업계가 정상화하기 시작했단 언급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적지 않다. 다만 일각에선 비관적인 의견도 나온다. 이제 와서 정상화를 논하기엔 국내 게임업계가 너무 멀리 왔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국내 시장에선 국산 게임보다 중국산 게임이 더 잘 팔린다. 그나마 PC게임 시장에선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 아크’,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이 선방하고 있지만, 모바일 시장에선 ‘명일방주’, ‘원신’, ‘붕괴: 스타레일’, ‘퍼니싱: 그레이 레이븐’, ‘명조: 워더링 웨이브’ 등 중국산 서브컬처 게임이 국산 게임을 압도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이 기술 개발 및 대중성 제고 등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을 때 국산 게임은 비즈니스모델(BM) 개발 및 강화에만 힘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듭된 투자를 통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중국산 게임 대비 만듦새가 아쉬운 국산 게임이 부진한 건 필연적 결과에 가깝다.

모바일 시장에서 성공한 국산 게임으론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정도가 있지만, 거듭 완성도 높은 게임을 쏟아내는 중국 게임사들과 비교하면 제품의 물량에서부터 차이가 심하다. 결국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제품 경쟁력이 하락한 상황에서 제재만으로 업계가 정상화되기는 어렵단 게 비관론자들의 주된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