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공덕동 재개발 사업 본격 재가동, 정치권 ‘대응 미흡’ 문제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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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일대 재개발 사업 재개, 공덕7구역도 정비구역 지정
공사비 갈등에 거듭 지연된 재개발 사업,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돼야"
정치적 이해관계 배제해야 한단 목소리도, "선진적인 정치 문화 형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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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7구역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출처=마포구

거듭 지연되던 서울 마포구 일대 노후 지역들의 재개발 사업이 재개를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공덕7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사업에 착수했고, 그 일대 공덕1구역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마포구 일대 재개발이 늦어진 건 물가 상승 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갈등을 빚은 탓이다. 이에 시장에선 조합과 시공사 사이를 조율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은 정치권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지나치게 개입됐단 의견도 적지 않다. 정치적 해석 아래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지역이 방치되면서 소위 ‘노는 땅’이 생겼단 것이다.

공덕7구역 정비계획 확정, 공덕1구역도 분양 초읽기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공덕7구역 재개발 사업의 정비계획을 확정하고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115-97번지 일대에 위치한 공덕7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09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부진하면서 2015년 정비구역에서 해제됐고, 이후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띤 2021년 재개발정비구역지정 사전 타당성 검토를 다시 받아 주민의견조사에서 동의율 70%를 넘기며 정비구역 재지정 절차를 밟았다.

공덕7구역 재개발 사업의 골자는 서울시는 마포구 공덕동 115-97번지 일원 2만9,972㎡ 부지에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234.94%를 적용해 지상 26층 이하 규모의 공동주택 703가구 및 부대복리시설을 신축하겠단 것이다. 만리재옛길변으로는 근린생활시설과 부대복리시설 및 공동이용시설이 들어선 연도형상가가 계획됐고, 공공청사 용지에는 주민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동안 재개발 사업이 뜸했던 마포구 공덕동 일대에도 다시금 개발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선 공덕1구역은 ‘마포자이힐스테이트 라첼스’라는 이름으로 곧 분양된다. 규모는 지하 3층~지상 20층, 전용 39~114㎡, 총 1,101가구며,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456가구로 알려졌다. 공덕동 재개발이 대부분 서울역 서부역사 방면인 데 반해 공덕1구역은 애오개역에 더 붙어 있다. 대부분의 언덕 지형에 자리한 것과 달리 이 단지는 희소성 있는 평지 신축 아파트란 의미다. 이에 따라 3.3㎡당 분양가는 평균 5,0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덕역에서 만리재길을 타고 서울역 서부역사 방향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인 노후주택 재개발 사업들도 용산구 서계동, 청파동 일대 정비사업과 맞물리며 1만 가구에 가까운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용산구 방면에선 청파1구역(697가구)과 청파2구역(1,953가구), 서계동 33일대 재개발(2,691가구), 청파 역세권장기전세주택(745가구), 서계동 116일대 가로주택정비, 서계동 100-1일대 역세권청년주택 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이 지역은 서울역과 가까운 만큼 신분당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 등 연장 개통 기대감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아픈 손가락’ 마포구, 공사비 인상 갈등이 직격탄

그간 마포구 일대는 서울시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면서 재개발 사업이 거듭 지연된 탓이다. 특히 공덕1구역은 2018년 4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지만 5년 넘게 첫 삽도 뜨지 못했다. 공사비 증액을 둘러싸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덕1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2017년 GS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과 3.3㎡(1평)당 공사비 약 448만원에 도급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시공사업단은 이후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3.3㎡당 공사비를 613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협의했지만, 이번엔 분양대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사업단 측이 “분양대금이 들어와야 착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공사업단이 공사비 인상 합의 후 착공에 나선다고 해놓고 돌연 ‘분양대금 입금 후 착공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는 게 조합 측의 당시 설명이다.

이처럼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사례가 늘다 보니 시장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고금리와 시장 침체, 건설자재 가격 상승 등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조합과 시공사 사이를 중재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건 정치권과 건설업계 전반의 태만이라는 것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도 “공사비 인상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나 공사비 검증에 대한 공공기관의 행정지도가 있지 않으면 조합만으로는 시공사를 상대하기 쉽지 않다”며 “사비 인상의 불가피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지나친 인상을 막으려면 결국 공공기관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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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7017 전경/사진=서울시

달아오른 서울로7017 논란, “사업에 대한 정치적 해석 최소화해야”

재개발 문제가 정치적 이해관계 아래 해석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에 대해 포퓰리즘 정책이란 힐난을 거듭 쏟아왔다. 지난 1월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이어 부동산 규제 완화까지 총선만 보며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 폭주는 국민의 삶과 국가 살림을 망가뜨릴 뿐”이라며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역 인근 서울로7017도 뜨거운 감자다. 서울로7017은 서울시 중구 만리동1가, 중림동, 봉래동2가, 남대문로5가, 남창동 일대에 걸쳐 있는 공원으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지시 아래 옛 서울역의 고가차도를 개·보수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철도로 단절된 동과 서를 연결해 지역을 재활성하겠단 취지였지만, 서울로7017이 서울역 인근 정비사업에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진행한 서울시 국정감사에 참석해 “운영 합리화 측면에서 취임 이후 오히려 투자를 늘렸다 보니 (서울로7017을) 없애는 방향으로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실무 부서에서 서울역 근처를 전부 개조하는 밑그림을 그린 탓에 서울로7017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단 설명이다.

오 시장이 서울로7017 문제를 직접 들고나오자, 일각에선 사실상 전임자 지우기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로7017에 박 전 시장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됐단 이유에서 나온 지적이다. 다만 이를 두고 시장에선 “지나친 정치 공세”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서울로7017은 시민들로부터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로7017은 개장 직후인 2017년 9월 시간당 보행자 수가 1만1,006명~1만3,618명에 달했으나, 지난해 들어 개장 직후와 비교해 6~7%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노른자 땅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용자가 많지 않음에도 서울7017을 유지·관리하는 데 매년 14억~36억원이 투입되다 보니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도심 흉물이 된 서울로7017은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시의회 차원에서도 (철거 등을 포함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정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이드라인 마련 등 현안엔 발 빠르게 대처하는 등 선진적인 정치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