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590만원 이상’ 직장인, 7월부터 연금보험료 최대 1만2,150원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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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상·하한액 손질, 7월부터 국민연금 보험료↑
기준소득 상한 590만→617만, 하한 37만→39만
연금 적자 불가피, 젊은층 "뼈빠지게 내고 받지도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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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소득월액의 하한선과 상한선이 일제히 오른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59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직장인의 국민연금 보험료가 최대 월 1만2,000원가량 인상된다. 다만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만큼 노후에 더 많은 연금액을 받는다.

내달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소득월액 상·하한액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평균 소득변동률(4.5%)에 맞춰 7월부터 손질된다.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은 590만원에서 617만원으로, 하한액은 37만원에서 39만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이 기준은 내년 6월까지 1년간 적용된다.

상한액 617만원은 월 617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더라도 월 소득이 617만원이라고 여기고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뜻이며, 하한액 39만원은 월 39만원 이하로 벌더라도 월 39만원을 번다고 가정해 보험료를 매긴다는 의미다. 이렇게 상·하한선을 둔 것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은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한선을 정해두고 소득이나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보험료를 무한정 부과하진 않는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가입자의 기준소득월액에 보험료율(9%)을 곱해서 매기는데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이 상향됨에 따라 기존 상한액인 월 590만원과 새 상한액인 월 617만원 사이에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은 7월부터 자신의 소득에 따라 본인 부담 기준으로 0원 초과에서 월 1만2,150원 미만 사이에서 연금 보험료가 오른다. 특히 월 소득 617만원 이상의 직장인은 개인 부담 연금보험료가 월 26만5,500원에서 월 27만7,650원으로 월 1만2,150원 오를 전망이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와 반반씩 연금 보험료를 내는 만큼 전체로는 월 2만4,300원이 인상되는 셈이다.

하한액 변동에 따라 월 39만원 미만 소득자의 보험료도 최대 1,800원까지 오른다. 상·하한액 조정으로 조정대상자의 보험료가 일부 인상되지만, 연금 급여액을 산정할 때 기초가 되는 가입자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 월액이 올라가기 때문에 노후에 더 많은 연금을 받는다.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은 1995년 7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월 360만원으로 묶여 있었다. 이 때문에 가입자의 실제 소득이 올라가는 상황을 반영 못 해 물가 상승으로 연금의 실질 가치가 떨어지고 적정 수준의 연금 급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연금 당국은 2010년 7월부터 해마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의 평균액(A값)에 연동해 소득상한액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다.

미래세대에 부담 넘긴 시민대표단

36년 전 도입된 국민연금은 내는 돈에 비해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됐다. 개혁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1차 연금개혁을 했던 김대중 정부는 1998년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60세에서 65세로 늦췄다. 2차 연금개혁을 했던 노무현 정부는 보험료율을 9%에서 15.9%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60%에서 50%로 내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안인 만큼 당시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결국 보험료율은 유지한 채 2007년 소득대체율만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하향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기금 고갈 논란이 커지자 ‘더 내고 더 받는’ 개편안이 추진됐지만 이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무산됐다. 국민연금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큰 만큼 인기 없는 개혁 과제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저출생으로 세 부담이 커진다면 저항 심리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는 올해 초 ‘전문가의 견해가 아닌 국민의 선호를 조사하고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24억5,000만원 예산을 투입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공론화 절차 운영을 위해 김상균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한 각계 분야 전문가 15인 내외로 위원회를 꾸렸다. 또 연금 개혁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근로자·사용자·지역가입자·청년을 대표하는 50명 내외의 ‘의제숙의단’과 500명 내외의 시민대표단이 뽑혔다.

여기서 도출된 개편안 2가지가 지난 4월 발표된 ‘소득보장안’(1안)과 ‘재정안정안’(2안)이다. 1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것,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것이다. 연금특위는 이 두 가지 안을 공론화위원회의 500명 시민대표단의 표에 부쳤고 ‘56%가 1안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보험료율 인상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대립한 탓에 결국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달 8일 연금특위의 활동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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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조기 고갈 ‘불가피’

그러나 대표단의 결정은 세대 간 갈등을 격화시켰다.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1안으로 개혁이 이뤄진다면 미래세대는 연금이 바닥나는 시점부터 번 돈의 30% 이상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청소년 세대 등 미래세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공감대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이에 연금연구회는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이 땅의 미래 세대를 위해 성인 세대들이 받게 될 몫을 줄여달라’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라며 “시민대표단 내에서 청년 세대의 대표성이 부족했으며, 대표단이 학습한 내용이 편파적이었고 설문 문항도 부적절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부, 국회, 시민단체가 각자 동상이몽 하다가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는 어느 안이 선택되든 연금은 조기에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70년 대계’는커녕 당장 7년 후에도 어찌될지 모른다. 국민연금은 1988년 설계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상황이 급변했다. 당시에는 평균수명을 70세로 잡았고 3%의 부담으로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받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고령화와 경제생산인구 감소 추세로 적립금 증가폭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에 따르면 2041년부터 국민연금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측된다. 5년 전 추계 때보다 소진 시점은 2년 빨라졌고, 적자 전환 시점은 1년 앞당겨졌다.

더 큰 문제는 저출생 고령화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이다. 여성 1명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2022년 기준 0.78명이었는데, 지난해는 0.7명으로 급락하더니 올해는 0.6명대로 예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 1.0 미만인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이대로라면 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에서 더 앞당겨질 것이 자명하다. 이렇다 보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뼈 빠지게 연금 내고 나이 들어서는 타 먹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어린이·영유아는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로 소득의 절반을 납부해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