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비만 5년 새 4배 증가, 학업 스트레스에 정신건강도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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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 발표
놀고 싶어도 놀지 못하고 앉아 있는 시간은 늘어
'체육 교과 분리' 등 아동의 활동 증진 대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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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동의 건강 상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개선됐지만 비만과 정신건강 등 일부 영역에서는 수치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17세 아동 비만율이 5년 전보다 4.2배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수면시간이 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주중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생활 습관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비만율 합산비율 20% 넘어

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의 체중이 점점 증가하면서 전 연령대에서 과체중과 비만율을 합산한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3~8세 아동의 비만율은 12.3%로 지난 조사(12.2%)와 비슷했지만 9~17세 아동 비만율은 14.3%로 지난 조사(3.4%)보다 약 4.2배 높아졌다. 반면 아동의 평균 수면시간은 7.93시간으로 8시간 밑으로 떨어졌고 주중 앉아 있는 시간은 635.99분으로 2018년(524.01분)보다 100분 넘게 늘었다.

아동의 노는 시간도 줄어들었다. 아동(9~17세)의 42.9%가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기를 희망한다고 응답했지만 이를 실천하고 있는 아동은 18.6%뿐이었다. ‘학원·과외'(희망 25.2%, 실제 54.0%)와 ‘집에서 숙제하기'(희망 18.4%, 실제 35.2%)는 하기를 희망하는 것보다 의무적으로 하는 비율이 2배 높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 조사에 비해 이 간극이 더 커지면서 아동의 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아동의 여가·활동 부분에서 스마트폰·컴퓨터 같은 전자기기 위주의 정적인 여가 활동은 증가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태블릿PC를 1시간 이상 사용하는 비율은 주중 27.5%, 주말 36.9%로 2018년 조사(주중 19.7%, 주말 24.2%)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 반면 TV 시청과 책 읽기 활동은 주중과 주말 모두 감소했다.

자살 생각을 하는 등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경우는 5년 전보다 증가했다. ‘스트레스가 대단히 많은 아동’의 비율은 1.2%로 지난 조사(0.9%)보다 증가했고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숙제, 시험’이 64.3%, ‘성적’이 34%로 집계됐다. 자살 생각을 경험한 경우는 2.0%로 5년 전보다 0.7%p 늘었다. 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우울감 경험률'(2023년 신규 지표)은 4.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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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비만 새 가이드라인에서 적극적 행동 개입 권고

아동 비만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약 20%가 비만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소아과학회(AAP)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2020년 기준 2~4세 미국 어린이 1,660만 명의 2%가 심각한 비만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비만의 비율은 2010년 2.1%에서 2016년 1.8%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번 조사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저소득가정의 미취학 아동에게서 심각 수준의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2020년 중증 비만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집단도 4세 아동과 히스패닉 아동이었다. 연구진은 “중등도 비만유아에 비해 중증 비만 어린이는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 지방간 질환, 조기 사망 등 다양한 건강 합병증의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12월 예방의학, 일차 의료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USPSTF)는 어린이 비만 퇴치를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의사들이 어린이들 건강 유지와 체중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체육 활동 등 아동의 생활 속에서 비만 개선 노력 필요

한국도 아동의 활동 증진을 위한 정책적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최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초등 1~2학년 음악·미술·체육 통합교과목인 ‘즐거운 생활’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기로 했다. 성장기 아동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체력과 운동 습관 형성의 골든 타임인 초등 저학년 시기의 체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체육 교과 분리는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학생 건강증진 기본계획’, 국무총리 직속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제1차 스포츠 진흥 기본계획’,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제3차 학교체육 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이번 국교위의 의결로 통합교과 도입 35년 만에 초등학교 체육 교육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복지부도 아동 비만 예방 사업으로 ‘건강한 돌봄놀이터’를 시행하고 있다. 건강한 돌봄놀이터는 방과 후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형성해 주고자 건강 식생활 교육 및 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171개 보건소, 411개 초등학교, 113개 지역아동센터, 아동 13,594명 등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운영됐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성과 분석에 따르면 실제 비만·과체중 아동의 비율 감소에 효과가 있었다. 2023년 사업 참여 아동을 대상으로 사업 참여 전과 후의 신체 계측 결과와 설문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만·과체중 아동 비율이 29.3%에서 28.1%로 약 1.2%p 감소했으며, 프로그램 참여 횟수가 많을수록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하는 아동의 비율은 사업 참여 후 약 10.9%p 증가했으며, 채소 섭취 비율도 19.1%p 증가하는 등 신체활동 식생활에서 모두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