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승 실패한 모디 총리, 3기 ‘모디노믹스’의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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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민당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 실패
모디 총리, 사상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
모디노믹스의 불확실성에 인도 증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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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최근 1년간 수익률/출처=미래에셋자산운용

지난 4월부터 44일간 이어진 인도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했지만, 뜻밖의 결과에 빛이 바랜 모양새다. 모디 총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면서 인도 증시도 휘청였다. 4일 개표가 시작된 후 이틀 동안 니프티50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대승 자신하던 모디 총리, 과반 달성에 실패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은 최근 2거래일간 9.07% 급락했다.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도 8.33% 하락했다. 이들은 모두 인도의 대표 지수 니프티50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인도 총선 결과가 전해지면서 이 기간 ETF 시장 하락률 1위와 2위에 올랐다.

인도 주가 하락의 여파로 ‘모디노믹스(모디식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레버리지 ETF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와 ‘KODEX 인도Nifty50레버리지(합성)’을 각각 60억원, 75억원에 순매수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각) 인도 총선 투표가 마무리된 후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나렌드라 모디 현 총리와 집권 인도인민당(BJP)이 주도한 정치 연합 ‘전국민주연합(NDA)’이 압승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출구조사 결과 NDA가 전체 하원 의석 543석 중 최소 353석에서 최대 401석까지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모디 총리가 인도 역사상 두 번째로 3연임에 성공할 경우 성장 중심 경제정책이 지속되면서 기업 경영에 유리한 여건이 갖춰질 것이란 기대감에 이 기간 니프지50지수는 3% 넘게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BJP의 의석수는 303석에서 240석으로 크게 줄면서 10년 만에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가 강조하는 힌두 민족주의 사상으로 인해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이 야당 연합으로 몰린 것이다. 모디 총리가 역풍을 맞자 개표 당일인 지난 4일 인도 증시는 휘청였고 니프티50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5.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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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나렌드라 모디 공식 유튜브

인도 경제, G20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

실제로 모디노믹스의 명과 암은 분명하다. 지난 1월 인도 재무부는 ‘월례 경제 리뷰’ 보고서에서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7%대로 제시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제시한 전문가 전망치 6.3%를 웃도는 수준이다. 세계은행(WB)이 제시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2.4%와는 격차가 더욱 크다. 보고서는 “인도 경제는 강력한 금융산업과 구조 개혁을 발판 삼아 7%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다만 우려되는 지점은 지정학 리스크와 홍해 지역에서의 공급망 교란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인도 재무부에 따르면 인도는 2021년 회계연도 8.7%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22회계연도 7.2%에 이어 2023년 8.2% 성장하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G20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21·2022회계연도에는 각각 8.7%, 7.2%였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해 30여 년 만에 최저 성장률 5.2%를 기록한 중국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이런 추세를 고려해 인도 재무부는 현재 3조7,000억 달러(약 4,945조원)로 세계 5위인 GDP가 3년 안에 5조 달러(약 6,682조5,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30년에는 GDP가 7조 달러(약 9,355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규모 기준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정부 주도 개혁으로 강력한 내수와 제조업 성장

최근의 고도성장에 대해 인도 재무부는 지난 10년간 추진된 정부 주도의 구조 개혁으로 강력한 내수와 제조업 투자가 뒷받침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 실적이 꺾인 가운데서도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도 정부는 △교육 △보건 △에너지 안보 △중소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부담 축소 △노동 시장에서의 양성 평등화 등을 주요 의제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혁을 추진했다.

2017년 도입한 상품 서비스세(GST)가 대표적이다. GST는 연방정부와 29개 주정부에서 서로 다르게 부과하던 각종 부가가치세를 통합한 제도로, 복잡한 과세 체계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인다는 비판에 따라 도입됐다. 인도 정부는 GST를 적용할 당시 제도 시행으로 연간 GDP 증가율이 약 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정부는 또 최근 3년 동안 도로·항구·발전소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지출을 매년 30% 넘게 늘렸다.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은 경제 성장의 부작용

이런 가운데 압승을 예상했던 집권당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배경으로는 경제 성장의 부작용이 꼽힌다. 모디 총리는 집권 10년 동안 고속 성장을 일궜지만, 실업률, 인플레이션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7%에 육박하면서 젊은 유권자를 떠나게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부 추산 결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7.0%로, 직전 분기 16.5%보다 대비 상승했다.

전체 실업률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인도 전체 실업률은 4월 기준 8.1%로 3월의 7.4%보다 높았다.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실업률(6%)이 오른 것이다. 이를 두고 로이터는 “모디 총리는 2014년 첫 집권 당시 2,0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지만 결국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급격히 치솟고 있는 식품 물가도 한몫했다. 식품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말부터 8%를 넘어 9%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4월 식품 물가는 8.70%로, 3월 8.53%보다 크게 올랐다. 주식인 곡물 가격이 8.63%를 기록했고 폭염으로 채소 가격은 27.80% 폭등했다. 모디 총리는 물가를 막기 위해 쌀, 밀 등 곡물과 일부 채소의 수출을 금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한편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에도 모디의 공약인 ‘2047년 선진국 진입’을 위한 친기업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앞으로 모디가 반도체, 전기차 산업 등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노동법을 개정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유치 확대,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 구축, 중국을 뛰어넘는 제조업 발전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