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립 속 횡보하는 UN 플라스틱 협약, 마지막 보루는 부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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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회의도 소득 無, 플라스틱 협약 '제자리걸음'
PPP 생산량 감축 두고 세계 각국 이해관계 충돌
"이러다가 밥줄 끊긴다" 석유·화학 업계도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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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협약’ 관련 협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가 부딪힌 결과다. 지난 4월 개최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이하 4차 회의)가 성과 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오는 11월 대한민국 부산에서 개최될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이하 5차 회의)가 협약 체결의 마지막 ‘열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플라스틱 협약이란?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은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2년 내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초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한다”는 결의안에 합의했다. 협약 마련에는 현재까지 195개국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회의는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진행된 4차 회의다. 마지막 회의가 될 5차 회의는 오는 11월 한국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지구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후 플라스틱 협약이 기후 온난화 방지 및 환경 보호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협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스틱 협약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플라스틱 오염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의 일환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플라스틱 오염 과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0년 2억3,400만 톤에서 2019년 4억6,000만 톤으로 약 두 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한 해에 발생한 폐기물만 3억6,000만 톤에 달하는데, 이 중 재활용된 것은 9%에 불과하고 나머지 90% 이상은 환경 중에 버려지거나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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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견해 차

주목할 만한 부분은 플라스틱 협약을 중심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미국과 중국은 플라스틱의 원료 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PPP·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고분자로 결합한 물질)의 생산량 감축을 반대하고 있다. 자국 석유화학 사업의 쇠퇴를 우려해 강도 높은 규제에 반기를 든 것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2023년 석유화학 생산량 증가의 60% 가까이를 견인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도 지난해 석유화학 생산량 증가의 20%가량을 담당한 주요 시장 공급원이다.

반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60개국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대망 연합'(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HAC)을 구축, 강도 높은 플라스틱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차후 PPP의 생산과 소비를 적극적으로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에 대한 각국의 견해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HAC 소속국이자 마지막 회의인 5차 회의를 유치한 국가지만, 당장 플라스틱 협약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한국의 플라스틱 다소비 기조가 의견 개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88kg에 달한다. 이는 세계 주요 21개국 중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산 5차 회의가 ‘마지막 기회’

산업계 역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이 주요 수익원인 석유·화학 업계의 경우, 협약의 실효성 약화를 위해 대규모 로비스트와 함께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된 4차 회의에는 총 196명의 석유 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다. 이는 3차 회의(143명) 대비 37% 증가한 수준이다.

하지만 4차 회의는 각계의 대립 속에 유의미한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들은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을 펼쳤고, 산유국 등 반대 국가들은 재활용과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직까지 뚜렷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5차 회의가 각국의 입장 차이를 좁힐 ‘마지막 기회’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회의 개최국이라는 특수한 입장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실제 그린피스, 기후변화센터, 녹색연합 등 국내 기후 단체들은 정부가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최소 75% 절감하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강력한 플라스틱 관리·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