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불어든 ‘신종자본증권’ 열풍, 투자자들 화답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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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자본증권 발행 나서는 금융지주사들, 줄줄이 '증액 발행'
'유행' 카드사까지 번졌다, 자본 확충 메리트에 주목
고수익·안정성 노리고 신종자본증권 사들이는 투자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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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에 ‘신종자본증권 열풍’이 불어닥쳤다. 금융지주, 카드사 등이 줄줄이 대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 확충에 착수한 것이다. 투자자들 역시 신종자본증권 특유의 안정성, 높은 수익성 등에 주목하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러시’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농협금융지주는 5년 콜옵션(조기상환권)을 조건으로 2,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요 예측은 다음 달 20일, 발행일은 다음 달 28일로 예정돼 있다. 대표 주관사는 SK증권이다. 우리금융도 6월 11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총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금융지주사들은 수요 예측 흥행으로 줄줄이 증액 발행에 성공했다. KB금융의 경우 올 초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 당시 목표액을 크게 상회하는 매수 주문을 받으며 발행 규모를 예정 금액 대비 1,300억원 많은 4,000억원까지 늘렸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역시 1,000억원대 증액 발행을 단행했다.

은행권이 줄줄이 자금 확충에 나선 배경에는 건전성 관리 부담 확대가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은행권 손실 흡수 능력 제고를 위해 경기대응완충자본(Countercyclical Capital Buffer·CCyB) 적립 수준을 1%로 상향했다. CCyB는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 자본을 최대 2.5%까지 적립하도록 하고, 경색 국면에선 적립 의무를 완화해 자금 공급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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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도 줄줄이 ‘참전’

신종자본증권 열풍은 은행권을 넘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드사다. 앞서 지난 1월 현대카드는 1,200억원, 200억원 등 총 1,4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KB국민카드는 지난 3월 카드사 중 처음으로 공모 방식의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최초 발행 예정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이었으나, 4,900억원에 달하는 주문이 몰리며 발행액이 2,500억원까지 확대됐다.

롯데카드도 지난달 14일 한 차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초기 모집액은 900억원이었으나, 수요예측 당시 모집액의 3배를 웃도는 3,28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최종 1,78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카드는 추가적으로 5년 콜옵션(조기상환원)을 조건으로 2,000억원 규모 공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주관사는 미정이며, 희망 금리 밴드 수준과 수요 예측 및 발행 일정 역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권 전반이 자본 확충 방안으로 ‘신종자본증권’을 택하는 이유는 뭘까. 신종자본증권은 만기 30년 이상이면서 매년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는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투자자는 통상 5년 뒤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으며, 기업은 적은 재무 부담으로 자본 확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자본 확충 이후에도 부채가 누적되기는커녕 오히려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종자본증권 투자 메리트는?

이에 투자자들 역시 신종자본증권 투자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선순위, 후순위보다 변제 순위가 더 뒤인 ‘후후순위’ 채권이다. 회사채 등 여타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에 발행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에는 동일 등급 회사채 대비 낮은 등급이 부여된다”며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미끄러지는 현재 상황에 (신종자본증권은)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투자자들은 연내 기준금리가 내려갈 경우 채권 가격 변동을 통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과 매매 차익에 한해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확대되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 역시 신종자본증권의 매력을 증대하는 요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와 금리가 확정돼 있으면서 적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로, 주식 대비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다만 원금 손실 위험에는 유의해야 한다. 발행사가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파산할 경우, 이자는 물론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상품 설명서 역시 신종자본증권은 원금 전액 손실이 가능한 ‘다소 높은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발행사가 금융사인 경우 사실상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파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