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대출 노려라” 신생아 특례대출 중심으로 재편되는 부동산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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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특례대출, 실시 3개월 만에 5조원 풀렸다
중저가 단지 중심으로 살아나는 매수 수요, 가격 상승세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자" 경매 시장 중저가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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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 본격 도입된 ‘신생아 특례대출’ 제도가 중저가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30대 실수요자들이 정책금융 수혜를 위해 줄줄이 중저가 아파트로 눈높이를 낮춘 결과다. 비교적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중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가격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정책금융으로 집 사는 30대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이 실시된 지난 1월 29일부터 지난 4월 29일까지 약 석 달간 접수된 대출 신청 액수는 5조1,843억원에 달한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아이를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대출)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 자금·전세자금을 저리에 대출해 주는 제도다.

제도 활성화를 견인한 것은 신혼부부 등 청년층이었다. 30대 실수요자들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며 줄줄이 주택 매입에 나선 것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연소득 1억3,000만원 이하 등 소득 요건을 갖춰야 하며, 주택가액 9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선택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30대 매입 비중은 26.1%로 작년 4분기(25.0%) 대비 1.1%p 증가했다. 전국 부동산 시장의 척도로 꼽히는 서울의 거래 상황을 살펴보면, 30대의 주택 매입 수요는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강북에 집중됐다. 강북구의 30대의 매입 비중은 작년 4분기 25.9%에서 31.1%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노원구의 30대의 매입 비중은 30.3%에서 31.9%까지 상승, 작년 1분기(33.1%) 이후 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외로도 동대문구(29.9%→36.2%), 성북구(30.6%→38.3%) 등에서 30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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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 집값 치솟아

문제는 9억원 이하 주택 수요가 급증하며 중저가 아파트 매물의 호가가 점차 뛰고 있다는 점이다. 신생아 특례대출 기준을 넘어선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5월 기준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물 비중은 전체의 39.67%다. 하지만 9억원 이하 매물 상당수는 노원구(83.59%), 도봉구(91.82%), 강북구(81.95%) 등 서울 외곽 지역에 집중돼 있다.

신생아 특례대출 수혜자들은 서울 외곽 지역 대신 비교적 주거 선호도가 높은 서대문구,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서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이에 가격도 자연히 상승세를 탔다. 일례로 서울 동대문구 장안 삼성래미안2차의 경우, 올해 초 8억9,000만원에 손바뀜한 전용 81㎡(6층)이 최근 9억4,500만원까지 뛰었다. 현재 매물도 저층을 제외하면 호가가 9억원이 넘는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자, 일부 실수요자는 매매가를 일부러 9억원 이하로 맞추는 ‘꼼수’를 활용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기 위해 9억원 이상 단지를 정확히 9억원에 구입하는, 이른바 다운 계약서를 쓰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계약서상 금액을 낮추고 웃돈을 쥐여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5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중 9억원에 계약된 건수는 자그마치 145건에 달한다.

경매 시장에서도 ‘9억원 이하’ 인기

30대 수요자들의 중저가 아파트 선호 기조는 경매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gg auction)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월(83.7%) 대비 1.4%p 상승한 85.1%로 집계됐다. 전국 기준 낙찰가율이 85% 선을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5.9%)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물이 누적되며 낙찰률(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정체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낙찰가율은 저가 매물 매수 수요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 아파트의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5.9%, 평균 응찰자는 8.2명 수준이었다. 지지옥션 측은 서울 지역에선 강남권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감정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며 낙찰가율 85%대를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비교적 대출 부담이 큰 고가 아파트들이 약세를 보이는 한편, 정책금융을 끼고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아파트로 청년층 경매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매물 유찰 시 입찰 최저가가 하락하는 경매 시장의 경우, 매물이 유찰을 거듭하며 정책금융의 가격 요건을 충족할 때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전략적 매수’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