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2억원 초저리 대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 카드 또 꺼내 든 나경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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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헝가리식 저출생 해법 법안 발의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에 2억원 이상, 1% 이내 초저금리 대출
국회 통과는 미지수, 재원 마련 우려에 여당 내 반대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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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경원 의원실

나경원 의원이 ‘헝가리식 저출생 해법’이 담긴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22대 국회 첫 법안으로 발의했다. 앞서 나 의원은 지난해 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헝가리식 저출생 대책을 제안한 데 이어 이달 초 ‘저출산과 연금개혁 세미나’를 전문가들과 개최하는 등 저출생 해법 마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첫째아는 이자, 넷부터 이자·원금 모두 면제

지난달 31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5선)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헝가리식 저출생 해법을 담은 주거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헝가리는 2019년 신혼부부에 주택자금을 대출해 주고 출산 시 이자·원금을 감면해 주는 방식으로 출생률을 끌어올린 대표적 저출생 극복 국가로 꼽힌다.

나 의원의 이번 법안은 혼인한 날부터 5년 이내이거나 주택 취득·임차일부터 6개월 이내 혼인 예정인 신혼부부가 2억원 이상의 주택자금을 연 1% 이하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시중금리와의 차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신혼부부가 대출 상환기간 중 자녀를 출산하면 출산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첫째아 출산 시는 이자 전액, 둘째아는 이자 전액과 원금 3분의 1, 셋째아는 이자 전액과 원금 3분의 2를 각각 지원하며 넷째아 이상부터는 이자와 원금 전액을 면제한다.

나 의원은 “저출생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이자 시급히 대응해야 할 과제”라며 “이번 법안을 통해 신혼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과 양육이 개인의 손해나 부채가 아닌, 축복이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간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여러 정책적 노력을 해왔지만 저출생 인구문제가 심화되고 있어 저출생 대응책의 실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면서 “안정적 주거환경 마련이 결혼·출산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이번 법안이 저출생 위기 극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또 “주거문제, 가계경제, 자녀양육교육비 등 결혼 및 출산을 가장 어렵게 하는 요인 중 주거문제는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며 “돈만 지원한다고 해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이든 출산이든 재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진전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선 신혼부부가 가족계획을 세울 때 우선 고려하는 부분으로 ‘안정적 주거환경’이 40.6%를 차지, 결혼과 출산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거주문제를 꼽은 바 있다.

정부 재정 상황 어려워, 난항 예상

다만 나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 이전에 정부 여당 내부에서 반대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앞서 나 의원이 지난해 1월 6일 ‘대출 탕감’ 방안을 내놓자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같은 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나경원 부위원장이 밝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정책 방향은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다”며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현금성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다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부위원장일 당시 헝가리식 해법을 제시하니까 국정 기조하고 다르다면서 비판한 이유가 돈이 많이 든다고 했다”며 “그러나 20년 만기 상품을 금융기관이 만들고 정부는 시중 금리인 5%의 차액인 4%를 부담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에 따라 예산 추계를 해보면 연간 12조~16조원이 드는데 20년 후 우리 정부 예산 규모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게 나 의원의 구상이다.

나 의원은 이어 “지금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정책을 보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과격한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 의원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 비판도 나온다. 한 정계 관계자는 “재원 방안은 추경과 입법인 만큼 결국 돈을 더 찍어내겠다는 건데, 정부 재정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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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펴낸 ‘재정포럼 2024년 5월호’/출처=한국조세재정연구원(KIPF)

출생률 높이려면 여학생 조기 입학? 정부기관의 황당 주장 논란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인구정책 평가를 전담하는 국책연구기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여아를 1년 조기 입학시키면 출생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황당한 조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세연은 최근 발간한 ‘생산기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 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 보고서를 통해 “남성의 발달 정도가 여성의 발달 정도보다 느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학령에 있어 여성들은 1년 조기 입학시키는 것도 향후 적령기 남녀가 서로 매력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제언을 내놨다.

해당 보고서에서 조세연은 결혼 의지 확립, 교제, 결혼, 첫째 아이 출산, 난임 해결 등 출산을 결정하기까지 전 과정에서 단계별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중 ‘교제 성공 지원 정책’의 예사 방안 중 하나로 ‘여아 조기 입학’을 제안한 것이다. 다만 보고서에는 여아 조기 입학과 향후 남녀 교제 성공률 간의 인과관계나 기대 효과 등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자영업 창업을 지원하는 상황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정책이 미래와 역행적으로 설정됐다는 제언도 함께 제시했다. 소상공인 영역은 과거 인구 증가 시기에 초과한 노동 공급을 비생산적으로 소화해 주는 영역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이제는 창업 지원 정책을 거둬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조세연의 이 같은 조언을 두고 사회 통념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도 정부는 지난 2022년 7월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6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유아 발달 특성을 무시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철회한 바 있다. 당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이를 계기로 임명 35일 만의 사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조세연의 보고서는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의견 제시가 이뤄졌고, 많은 곳은 55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반응은 비판적이었다. 누리꾼들은 “여자가 애 낳는 기계인가” “그냥 여자애들을 교육 대상에서 제외하지 그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