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1일부터 우유 원유가격 협상 개시,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160X600_GIAI_AIDSNote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열어 원유가격 인상 논의
인상 범위는 생산비 반영한 리터당 0~26원 예상
농식품부 "가격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 인상 중재"
Bottles of milk in shopping trolley in supermarket aisle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농가와 유업체들이 우유 원유 가격을 새로 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빵과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도 함께 오른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진다. 이에 정부는 엄중한 물가 상황을 감안해 생산자와 유업체들이 원유 기본 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다.

생산비 4.6% 올라 우유 가격 인상에 반영 가능성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다음 달 11일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가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한 달간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그동안 각 유업체는 원유 가격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낙농진흥회가 결정한 원유 기본 가격을 준용해 왔다. 소위원회가 올해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우유 생산비는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로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4.6% 오른 리터(L)당 약 1,003원이다. 농식품부는 생산비 상승분에 지난해 음용유(마시는 우유) 사용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한 상황을 감안해 생산비 상승분 리터당 44.14원의 0∼60% 수준인 리터 당 0∼26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을 진행하도록 했다.

올해 협상에서는 2025∼2026년 유업체가 구매할 용도별 원유량을 조정하는 논의도 처음 진행된다. 각 업체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음용유 공급이 많은 경우 해당 물량을 줄이고 가공유 물량을 늘릴 수 있다. 조정된 원유량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음용유 초과량이 5%를 넘어 이번 협상에서 음용유 감축 범위는 9,112∼2만7,337톤(t) 수준에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유 물가 상승률 9.9%, 14년 만에 최고

원유 가격이 오르면 이를 주재료로 쓰는 유제품 가격도 오르게 된다. 지난해에는 원유 1리터에 69∼104원 범위에서 인상 폭을 논의해 음용유 기준 가격을 리터 당 88원 인상했는데 이에 따라 유제품 전반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해 우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9.9% 오른 118.13을 기록했다. 특히 우유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19.1% 이후 14년 만의 최고였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와 비교하면 2.8배 수준이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발효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도 기록적인 가격 인상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유제품은 기록적인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치즈와 아이스크림은 각각 19.5%, 10.8%로 2008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발효유는 12.5%로 1981년 18.4%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았고, 분유는 6.8%로 2014년 7.1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다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생산비 변동 폭이 크지 않아 지난해와 같은 기록적인 수준의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생산비 변동 폭이 4.6% 수준임을 감안해 원유 가격이 동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국산 반값 멸균우유 수입은 6년 새 9배 늘어

milk_20240531-2
외국산 멸균우유/사진=11번가

한편 밀크플레이션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6년 새 외국산 우유 수입량이 9배나 늘어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3만1,462톤으로 2017년에 비해 9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 우유 수입량은 해마다 증가했는데 2017년 3,440톤에서 2018년 4,219톤으로 늘었고 2019년에는 1만484톤을 기록하며 1만 톤을 넘어섰다. 이후 2년 만인 2021년 2만3,284톤으로 2만 톤을 넘어선 데 이어 불과 1년 만인 지난해 3만 톤을 넘어선 것이다.

외국산 우유가 약진한 배경은 국내산에 비해 싼 가격이다. 외국산은 멸균 우유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폴란드산의 경우 온라인을 통해 리터당 1,500~1,700원에 구할 수 있다. 이는 국내산 우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오는 2026년부터 미국과 유럽연합(EU)산 우유의 관세율이 0%가 되는 만큼 외국산 우유 수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올해 각각 7.2%, 6.8%인 미국과 EU산 우유의 관세율은 매년 순차적으로 인하돼 2026년 0%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