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들 빠져나가기만” 인력난 시달리는 日, 위기 해소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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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해외 인재 유입 급감, 자국 인재는 해외로
급증한 고령층 비중, 노년 인력 활용 논의 본격화
특정 비자 제도 등으로 외국인 인력 유치에도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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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용 시장의 인력난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 엔저 기조가 장기화하며 한국, 중국, 대만 등 해외 인재가 일본 취업 시장을 기피하는 가운데, 자국 청년 인력마저 줄줄이 해외로 유출된 결과다.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고령층 인력 활용, 임금 인상 등 각종 대안을 앞세우며 인력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돈도 못 받는데” 새어나가는 인재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미국 달러 기준 평균 임금은 4만1,509달러(약 5,648만원, 2022년 기준)로 38개국 중 25위다. 이는 호주(5만9,408달러), 미국(7만7,463달러) 등 선진국 임금을 크게 밑도는 금액이며, 슬로베니아·리투아니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낮은 임금은 일본 취업 시장의 매력을 반감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일본 젊은이들은 해외 취업시장으로 속속 눈을 돌리는 추세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호주다. 2022년 6월부터 1년 동안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은 일본인 수는 자그마치 1만4,398명에 달한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의 타구치 하루미 수석 이코노미스트 는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해외로 가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에서 젊은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

지속되는 엔저 기조 역시 인력난 심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는 “최근 엔화 약세로 한국, 대만, 중국의 우수한 학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됐다”며 “불과 10년 전 일본 기업이 환대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달러 기준 임금이 낮아지며 인접 국가의 우수 인재들이 일본행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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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인력 활용 움직임

고질적인 저출생·고령화 문제 역시 고용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3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일본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수는 7,395만 명으로 전년 대비 25만6,000명 감소했다. 총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59.5%로 미국(64.7%), 중국(68.9%) 등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노년층이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1%로 사상 최고치였다. 이에 최근 일본 재계에서는 고령 인구의 노동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노인의 기준을 상향 조정해 65세 이상 인구를 노동 시장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 28일 아사히신문은 “최근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위원들이 고령자의 정의를 5살 연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전 세대의 리스킬링(재교육)을 논의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일본은 통상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간주한다. △노령 기초연금 수령 △개호(노인 요양) 서비스 이용 △대중교통 운임 할인 △지방자치단체 배식·이동 지원 등 각종 노인 지원 사업도 65세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임금 인상·비자 제도로 인력 확충

이런 가운데 일본 산업계 곳곳에서는 인력 확보를 위한 임금 인상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특히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기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일본금속기계제조업협회(JAM)에 따르면 올해 봄 노사협상 이후 노조원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급여는 약 4.12% 상승했다. 평균 인상액은 월 7,270엔(약 6만3,500원)으로 전년 인상액 대비 약 40% 높았다. 일본 정부 역시 지방·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임금 인상 지원금 지급 △생산성 향상 지원 △자동화·디지털 전환 지원 등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특정 비자 제도 등을 활용한 외국인 인력 유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일본은 2019년 4월부터 특정기능 비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비자는 일정한 전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일본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부여된다. 발급 대상 분야는 제조업 등 12개며, ‘1호’ 비자를 취득할 시 최장 5년간 일본 내 취업이 가능하다. 이후 시험 등을 거쳐 숙련 노동자인 ‘2호’가 되면 제한 없이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또 올해부터 5년 동안 해당 비자의 수용 상한을 82만 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허용한 인력 상한선의 2.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특히 일손 부족이 심각한 △제조업 △건설업 △농업은 물론, 최근 들어 인력 문제가 대두된 △자동차 운송 △철도 운영 △임업 △목재 산업 등으로 외국인 인력이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