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계획 발표에 재건축 사업도 ‘속도’, 급등한 공사비가 발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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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선도지구 최대 3만9,000가구 선정, 주요 요건은 '주민 동의율'
재건축 사업으로 물량 조절 나선 정부, 건설경기 침체 일부 회복도 '기대'
러-우 전쟁으로 공사비 급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에도 '안개' 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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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기 신도시(경기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통합 재건축 선도지구 규모와 선정 기준을 확정했다. 재건축 선도지구 규모는 총정비 물량의 10~15% 내외로, 최대 3만9,000가구에 달한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통해 건설경기 침체를 해소하고 주택공급을 원활히 하겠단 취지지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공사비 급등으로 재건축 사업 인기가 낮아진 상황에서 1기 신도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국토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계획 발표

국토교통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단체장 간담회를 열고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선도지구 선정의 최소 조건은 ‘전체 토지 소유자 50% 이상이 동의할 것’이다. 주민 동의율 50%는 10점, 95% 이상은 60점으로 동의율에 비례해 점수가 높아지는 방식이다.

반대 동의율은 감점 요인으로, 1개 단지에서 소유주 20% 이상이 반대할 경우 -10점, 2개 단지 이상에서 소유주 20% 이상이 반대할 경우 -20점으로 계산한다. 주민 동의율은 아파트 입주민뿐 아니라 상가 지분 보유자를 비롯한 전체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산정할 계획이다.

평가 기준은 전반적으로 정량화할 수 있는 항목으로 구성됐다. 선도지구 지정에 주민들 관심이 높은 만큼 정성적 평가보단 최대한 객관화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로 기준을 구성했다는 게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은 △가구당 주차대수와 소방활동 불편 정도 등을 따지는 불편도 △기반 시설과 자족 기능 등 도시 기능 활성화 확보 여부 △통합 정비 참여 단지 수 △참여 가구 수 등이며 이들 항목엔 각각 10점씩이 부여됐다. 이웃단지끼리 합쳐 재개발·재건축하는 통합 정비 참여 가구와 단지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여서 통합 재건축은 선도지구 지정을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번에 결정된 평가 기준을 통해 분당에 8,000가구, 일산에 6,000가구, 평촌·중동·산본에 각 4,000가구씩 총 2만6,000가구를 선도지구로 선정할 방침이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기준 물량의 50% 이내에서 신도시별로 1~2개 구역을 추가로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론상 최대 3만9,000가구까지 지정할 수 있단 의미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올해 선정되는 선도지구는 전체 정비대상 주택의 10~15% 수준이고, 입주 목표는 2030년”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매년 일정 물량을 선정하되 향후 시장 여건을 보고 필요시 선정 물량과 인허가 물량을 조정하고 이주 시기를 분산하는 등 시장관리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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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국토교통부

재건축 사업 속도 내는 정부, 그 속내는

당초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는 2025년께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재건축 등 정비기본계획 수립에만 통상 5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최대한 일정을 앞당겨도 2025년이 최대일 것이란 시선에서였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난해 12월 “선도지구 선정은 일러야 2025년쯤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시침이 빨라진 건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란 의미다.

이처럼 국토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에 급히 속도를 내기 시작한 덴 건설경기 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착공이 급감한 가운데 올 1월 국내 건설수주는 10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0.1%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49% 감소한 수치다.

결국 주택 공급 및 경기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는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이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통해 주택 부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도시정비 사업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경기를 일부 회복하겠단 게 골자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주택 사업에서 곳간을 채우고자 하는 건설사들 입장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은 주목할 만한 것”이라며 “여타 재건축 대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공사비 급등에 재건축 사업 인기↓, 신도시 사업도 ‘지연 가능성’

다만 일각에선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높아진 공사비와 부동산 침체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지적이다.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전례도 다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동작구 노량진 1구역이다. 노량진 1구역은 총 2,992가구로, 노량진뉴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지하철 1·9호선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어 대형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으나, 막상 시공사 선정에 응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시공자 선정 계획 수립 당시 책정된 공사비 3.3㎡(1평)당 695만원이 지나치게 적다는 이유에서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형 재건축·재개발 공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비에 착공이 가능했다. 건설사들이 서로 입찰을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영향이다. 그러나 2022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공사비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최근엔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면서 건설업체 사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1기 신도시 재건축도 적정 수준 이상의 공사비를 제시하지 않는 이상 사업 자체가 지연될 공산이 있단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