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법인세 자산 ’10조원’ 넘는 한전, 법인세 면제 전망에 세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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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이어온 한전, 올 1분기 4년 만에 법인세 비용 반영
실제론 올해 법인세도 '전액 면제' 전망, "이연법인세 자산 영향"
이연법인세 자산-부채 차액 10.1조원, 법인세수 불확실성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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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에 시달리던 한국전력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4년 만에 의미 있는 수준의 법인세 비용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법인세로 230만원을 납부하면서 심각한 부실 문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한전, 재무제표에 1,500억원 법인세 비용 반영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재무제표에 1,496억원(별도 기준)의 법인세 비용을 반영했다. 유효 법인세율은 20.15%인데, 이는 지난해 회계상 유효세율이 0%였던 것과 대비된다. 재무제표에 기재되는 법인세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납부해야 할 세액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해당 회계연도 납부 세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한전이 1분기에만 1,500억원에 육박하는 법인세 비용을 반영한 건 세 납부액이 정상 궤도로 돌아오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에선 1분기 책정된 법인세 비용과 올해 실적 전망을 고려하면 한전의 법인세수 기여분이 차후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한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 예상치 평균은 8조1,663억원이다. 증권가에선 한전이 올 여름철 성수기 이후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각적인 실적 개선을 통해 2015년 1조1,500억원의 법인세를 내던 한전의 기세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다.

이연법인세 자산 10조원, 올해도 ‘전액 면제’ 가능성

다만 실제론 올해도 한전은 법인세가 전액 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연법인세 자산의 영향이다. 한전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2022년 기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한전이 ‘법인세 수익’으로 잡고 있는 돈으로, 다르게 말하면 향후 내야 할 법인세가 이 액수를 초과하기 전에는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그간 한전의 적자가 상당 부분 누적된 영향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최근 3년간 사실상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한전의 결정세액은 △2021년 약 1억3,000만원 △2022년 약 230만원 △2023년 약 5,280만원 선인데, 이마저도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가 포함된 수치다.

즉 영업을 통한 세금은 사실상 없었단 뜻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본 게 원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은 2021~2023년 동안 누적 기준 47조원의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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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 기업도 법인세는 제로, 정부 세수 ‘빨간불’

이렇다 보니 세무당국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못할 예정인 가운데 실적 개선을 이룬 한전 등 기업마저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면서 법인세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매출액 1,000억원(별도·개별 기준)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 624곳의 이연법인세 자산과 이연법인세 부채의 차액은 10조1,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2년(-6조4,000억원) 대비 16조5,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연법인세 부채는 앞으로 부담해야 할 대략적인 법인세 비용을 뜻하는데, 이연법인세 자산이 부채보다 많다는 건 향후 기업들이 정부에서 받을 세제 혜택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이연법인세 자산이 급증하면서 내년 이후에도 법인세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지난해 기업 실적 악화가 당장 올해 법인세 세수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미사용 세액공제가 늘어나 법인세 실효세율이 떨어지는 식으로 향후 법인 세수에 지속적으로 여파를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세수 추계 시 이연법인세 변동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