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7,000 목전, 은행권 ELS 손실액 축소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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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부양책에 상승 전환, 한 달 새 20%↑
중국의 유럽 투자 유치 소식도 호재로 작용
H지수 반등에 국내 은행권 ELS 손실폭도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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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증권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투자 손실로 인한 시중은행의 배상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열렸다.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홍콩 H지수(HSCEI)가 중국 경제 지표 반등에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8,000선이 넘어가면 6월 만기 상품부터는 손실이 제로가 된다.

H지수 7,000선 돌파 눈앞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H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9포인트(0.44%) 오른 6,964.99에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7,000선에 한 발 더 다가선 모습이다. H지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미·중 갈등, 부동산발 중국 경기 부진에 발목이 잡혀 연초까지 고전을 거듭했다. 지난해 7월 31일 장중 7,023.88을 찍고 내림세를 지속하다 올해 1월 22일에는 장중 4,943.24로 연저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당시 종가는 5,001.95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증시 부양책에 힘입어 상승 전환에 성공, 1월 저점 대비 40%가량 올랐다. 특히 지난달 19일 이후 20% 넘게 오르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시장 규제 당국이 유럽에서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팡싱하이(Fang Xinghai)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오는 22~23일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투자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당국의 광범위한 조치 중 하나다.

앞서 지난 17일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약 188조원) 규모로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을 시작한 것도 투자 심리를 살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이날 중화권 증시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가 0.54%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도 0.36% 상승했다.

8,000 돌파 시 손실 ‘제로’

홍콩 ELS는 올해 상반기만 5조원, 하반기까지 총 8조원의 대규모 손실이 예견됐다. 홍콩ELS는 H지수와 연계된 상품이라 H지수의 수치에 따라 손실과 수익이 결정된다. 기정사실화하듯 올 초부터 배상액을 셈했던 이유는 당시 H지수 수치가 원금 보장 선까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월만 해도 H지수는 5,200대 초반(2월 5일 종가 5,217.36)에 머물러 있었고, 금융감독원이 자율 배상안을 공개했던 지난 3월 11일 당시에도 H지수는 5,700대였다. 그러던 H지수가 4월 들어 6,000선을 넘었고 이제는 7,000선을 바라보고 있다.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1월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40%에 육박한다.

H지수의 상승 움직임은 지난 2022년 하반기 이후 처음이다. 3년 만기 상품인 홍콩 ELS는 가입 당시 2021년 H지수가 1만2,000포인트까지 오른 바 있다. 홍콩 ELS는 얼마나 오르느냐, 손익구조 형태가 무엇이냐에 따라 원금 보존뿐 아니라 이자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노 녹인(no-knock-in, 원금 손실)형의 경우 만기 시점 지수가 가입 당시의 65% 이상이면 원금·이자를 받을 수 있는 반면, 녹인(knock-in)형은 만기 때 지수가 50% 이하로 떨어지면 손실을 본다. 70% 이상으로 오르면 원금을 보존할 수 있다.

실제 지수로 적용할 경우, 지수가 7,000 수준을 유지한다면 8월 만기 도래하는 상품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실을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7,500을 돌파하면 7월 만기 상품, 8,000을 돌파하면 6월 만기 상품 모두 손실이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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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상승으로 분위기 반전, 제재 수준에도 촉각

이에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에도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은행권의 홍콩ELS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가운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과징금은 판매 금액의 최대 50%로 규정하고 있어 과징금만 조 단위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인 은행이 실제 얻은 ‘이익’이 아닌 ‘판매액’ 기준인 만큼 천문학적인 과징금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현재 40% 배상 비율로만 추산하더라도 은행은 총 2조원, 하반기까지 3조2,000억원 규모를 배상해야 한다. 상반기 배상액으로만 따져보더라도 △KB국민은행이 9,545억원 △NH농협은행 2,967억원 △신한은행 2,753억원 △하나은행 1,505억원 △SC제일은행 1,160억원 △우리은행 50억원이다.

관련 임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금감원은 현재 홍콩 ELS를 판매한 5개 은행 등이 제출한 의견진술서에 대한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금감원은 현장검사 결과와 제재 대상자를 담은 검사의견서를 각 은행 및 증권사에 보냈으며, 금융사들은 이에 대한 입장을 담은 방대한 분량의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제재 대상 및 제재 범위를 정해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릴 방침이다.

다만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 홍콩 ELS를 판매했던 2021년 지배구조법에는 경영진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만 있을 뿐 ‘준수’ 의무가 적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경영진 제재보다는 기관 제재를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이 앞다퉈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온 부분도 제재 감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원금이 반토막이 된 가입자들은 집단소송 등을 준비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ELS 판매 6개 은행의 민원분쟁 소제기는 올해 1분기 6,700건에 달한다. 이는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신청 건으로 지난해 1분기 100건에서 홍콩 ELS 사태로 60배 넘게 폭증했다. 올 1분기 은행별로 보면 국민 3,467건, 농협 1,681건, 신한 1,055건, 제일 238건, 하나 201건, 우리 22건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