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살인예고 난동’, 잡고 보니 50% 이상이 ‘미성년자’? “강경 대책 필요할 것”

‘살인예고 글 작성’ 피의자 미성년자 다수, 경찰도 ‘대략난감’ 檢 “살인예고 글 작성, 살인 예비죄까지 고려할 것” 촉법소년 법 개정 논란 다시 일 듯, 정부 차원 대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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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신림역 흉기 난동’, ‘분당 흉기 난동’,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및 다수의 온라인상 살인예고 범죄에 대해 검사장급 대검 각 부서장과 각 사건 발생 지역 기관장이 참석하는 ‘중대 강력범죄 엄정 대응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김수민(오른쪽)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대검찰청

지난달 21일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검찰은 살인예고 글 작성에 대해 살인 예비죄를 묻는 등 강경한 대책을 이어가겠다 밝혔으나, 막상 이조차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형법상 처벌 대상이 아닌 촉법소년의 경우 처벌 자체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아 검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수본 “살인예고 글 작성 59명 검거, 3명 구속”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오전 7시까지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총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에 따르면 검거된 피의자 중 34명이 10대 청소년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57.6%나 되는 셈이다. 이 가운데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이른바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흉기 난동 사건과 살인예고 글 소동으로 인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며 주말 외출을 취소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호신용품을 착용하는 시민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행정력을 최대한 동원해 글 작성자에 대한 집중 추적에 나섰다. 지난 주말엔 강남역, 부산 서면역 등 다중밀집 지역에 중무장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등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기도 했다. 중무장 특공대와 장갑차가 형사사건에 동시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경찰 측도 살인예고 글 작성자 체포에 이를 갈고 있는 셈이다.

다만 검거된 피의자 중 적지 않은 비율이 촉법소년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경찰의 고민도 깊어졌다. 촉법소년이 살인예고 글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성년자에 과중한 처벌을 하는 것도 형법적 관점에서 고민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성인들과 달리 흉기난동 같은 범죄 행위를 실제로 착수하진 않았다. 장난성, 모방성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 촉법소년 처벌에 대해선 경찰 측에서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살인예고 글 작성, ‘장난’으로 보긴 어려울 듯”

그러나 살인예고 글 작성을 마냥 ‘장난’으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간접적 처벌을 통해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켜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온라인상 위협글에 대해 협박죄 이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을 적용하고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온라인상 살인예고 위협글을 단순 장난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법정최고형, 살인 예비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한 대책을 세우기도 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24일 오후 8시께 인터넷 게임 채팅방에서 특정인을 살해하겠다 예고한 뒤 흉기 사진을 찍어 올린 혐의를 받고 있는 A씨(33)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 글을 올린 게시자에게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다. 지난 4일엔 고속버스터미널 건물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 B씨도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다만 형법상 촉법소년에 대해선 여전히 교육과 훈계 정도만이 실질적인 대책에 불과한 만큼, 이번에도 촉법소년 등 형법 개정 의견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흔히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하듯, 장난식으로 살인예고 글을 작성하는 촉법소년이 차후 끔찍한 범죄자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개정 논의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겠으나, 최소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번 건에 대해선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살인예고 글을 작성한 이들에게 ‘무조건 잡힌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줌으로써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범 최원종의 모습/사진=경기남부경찰청

칼부림 사건 동시다발적, 살인예고 글도 잇달아

최근 국내에선 칼부림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21일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지난 3일 서현역 칼부림 사건까지 연쇄적인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고속터미널 칼부림 미수 사건, 용인시 칼부림 미수 사건 등 미수에 그친 사건도 연달아 이어졌다. 살인예고 글을 올려 공포심을 조성하고 실제로 실행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디시인사이드 신림역 살인예고’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최근 불거진 교권 침해 문제와 미성년자 살인예고 글 작성 사건을 결부시켜 보기도 한다. 교권 침해로 인해 필수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등학교에서 인격과 소양을 배울 기회가 현저히 적어진 결과 장난성 범죄 행위를 행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대한 애착이 깊은 일부 1020 세대의 경우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 달리는 ‘좋아요’와 ‘댓글’ 반응을 위해, 즉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살인예고 글을 작성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다수의 살인예고 글이 작성된 데 주목한 이들도 있다. 실제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서 테러 예고 글이 올라오고 있지만, 그중 대다수는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는 타 커뮤니티, SNS 등과 달리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도 글을 쓸 수 있어 별도의 정보를 서버에 남기지 않을 수 있다. 즉 강력한 익명성이 살인예고 글 작성을 부추겼단 것이다.

경찰은 최근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인 최원종(22)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차를 몰고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인근 인도로 돌진해 5명의 시민을 들이받은 뒤 곧바로 흉기를 들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1∼2층에서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마구 휘둘러 9명이 다치게 하는 등 총 14명의 사상자를 냈다. 촉법소년의 장난성 범죄 행위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이들의 미래가 최원종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검찰은 살인예고 글 작성을 살인 예비죄로 취급하겠단 방침을 세웠으나, 게재 글 내용이 천차만별인 데다 동기 등도 따져봐야 하기에 이조차 쉽지 않은 형국이다. 불특정 대상자를 향한 범죄임에도 시간과 장소가 특정되는 등 기준이 있으면 과감하게 협박죄를 의율하는 등 공전의 강경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