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문 닫게 한 ‘맘충'”, 꺼지지 않는 불씨 ② 아무튼 전부 ‘오은영 탓’이다?

시작된 마녀사냥, 이번 타깃은 ‘오은영 박사’ ‘몰아가기’로 사건 본질 흐려지고 있어 순간적이고 자극적인 여론에 휩쓸려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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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의 모습/출처=틱톡

소아청소년과 폐업,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을 기점으로 학부모의 ‘교육 역량 부족’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교권 침해’ 행위도 덩달아 심각해졌다. 학부모 자체가 문제인 경우도 다수 보였다. 세간에서 소위 ‘진상’, ‘맘충(‘Mom’과 ‘蟲’의 합성어, 부모라는 입장을 특권처럼 내세워 주변 사람들과 사회 전반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이들, ‘Mom’ 외 ‘Dad’도 대상에 포함되나 본고에선 편의상 세간에 널리 알려진 ‘맘충’이라는 단어만 사용토록 함)’이라 불리는 일부 학부모들의 앙상블이다. 이런 가운데 ‘욕하고 싶은 이들’의 레이더망에 오은영 박사(전문의)가 잡혀 논란이다. 결국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마녀사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서천석 “금쪽이류 프로그램은 환상”, 오 박사 ‘마녀사냥’ 불씨 틔었다

최근 대면직을 경험해 본 이들 사이에선 “요즘은 5060보다 2030이 더 무섭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알 수 없는 자신만의 포인트에 끊임없이 분노하는 데다, 자신의 분노가 정당하다고 굳게 믿어 상대하려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가 중국을 욕할 처지가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흔히 ‘중국’ 하면 ‘배려 없고 자기만 안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2030세대를 보면 중국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꼽아보면, 결국 ‘어릴 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권 침해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다만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증언이 범람하고 있는 와중에 ‘마녀사냥’ 및 ‘멍석말이’가 시작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교권 추락 문제의 화살이 국민 멘토를 자처해 온 육아 전문가 오은영 박사에게로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논란은 지난 19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박사가 SNS에 글을 올리며 시작됐다. 서 박사는 “금쪽이류의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환상이고, 상담 몇 번만으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아이들이 있다”며 오 박사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오 박사가 교권 붕괴에 제일 큰 공을 세웠다”는 의견과 “환자를 대하는 법을 학교에 일반화하지 말아달라”는 의견으로 양분돼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사진=티빙

오 박사는 ‘Firm and Warm’, 학부모들은 ‘Warm and Obey’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오 박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오 박사가 아동 교육에 있어 강조하는 건 의외로 단순하다. ‘Firm and Warm’, 즉 ‘단호하되 따뜻하게 훈육하라’가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한 아이가 교사에게 반말을 했을 때 ‘저게 싸xx 없이!’라고 소리 지를 게 아니라 ‘선생님께는 존댓말을 해야 하는 거야’라며 잘못을 명확히 인지시키라는 것이다. 특히 오 박사가 강조하는 건 아이에게 ‘순응’하지도, 아이를 마냥 ‘수용’하지도 말라는 점이다. 아이가 ‘하기 싫다’, ‘왜 그래야 하냐’며 반발한다 해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똑 부러지게 가르쳐야만 한다는 것, 이것이 오 박사의 훈육 지론이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오 박사의 훈육 방식을 자기 입맛대로 바꿔 받아들여 버린다. ‘Firm and Warm’에서 ‘단호함(Firm)’을 빼버리고 ‘따뜻함(Warm)’만을 강조하는 식이다. 어떤 학부모들은 ‘따뜻함’을 넘어 아이들에게 ‘순종(Obey)’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과 ‘훈육하지 말라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의미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이다. 결국 일부 학부모와 대중들은 본인이 오 박사의 지론을 잘못 받아들여 아이를 잘못 키운 것을 두고 오 박사 탓만 하고 있는 셈이다.

오은영 박사의 모습/사진=채널A 공식 인스타그램

욕할 대상 필요할 뿐인 대중들, ‘우민’ 되지 않으려면

오 박사의 훈육법은 잘못되지 않았다. 오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체벌이 아닌 ‘폭력’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교권이 추락한 건 아이들을 때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일부 대중의 논리는 마음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박사의 훈육법이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부추겼고 결국 교권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상당히 비약적이다. 학부모들이 아이의 잘못을 방관하고 ‘오냐오냐’한 것을 오 박사의 잘못이라 할 수 있는가? 육아 전문가 한 명을 향한 여론몰이는 ‘교권 보호’라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욕할 만한 대상’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녀사냥은 다시금 시작됐다. 교권 침해 문제 및 소아청소년과 ‘진상’ 문제는 학생의 문제라기보단 학부모의 문제가 더 크다. 오 박사는 이런 학부모들의 모습을 바꾸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으나, 돌아온 건 날카로운 화살촉뿐이었다. 상황이 심각하다. 극단적으로, 누군가 또 극심한 악성 댓글 등 개인 권리 침해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지금은 중요한 건 ‘일부’의 잘못된 행동으로 ‘다수’가 피해 보는 상황을 없애는 데 있다. 사건의 본질을 해석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중들의 태도다. ‘우민’이 되지 않기 위해선 순간적이고도 자극적인 여론에 휩쓸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