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증명된 디지털 행정, ‘시민편의·비즈니스 활용’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핀란드, 서류처리·대면서비스 지양하는 디지털 전환 “2030년까지 전환 목표” 핀란드의 ‘오로라AI’: 생애주기별 서비스 제공 위해 중앙정부·지자체·민간단체 협력 무조건 DT? NO! 세대별 디지털 격차 해소 필요, 비즈니스적 활용 방안 모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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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유럽의 디지털 강국인 핀란드는 2030년을 목표로 디지털 전환과 국가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는 로드맵인 ‘디지털 나침반’ 계획을 발표하고, 디지털화 가속을 반영해 정부의 대면 민원서비스 네트워크와 사무공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는 유럽연합(EU)이 회원국의 디지털 역량을 평가하는 ‘디지털경제사회지수’에서 우수한 역량을 인정 받아 수년간 1위를 차지하는 등 전 세계의 주목하는 디지털 강국이다.

국회도서관은 1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랜드 핀란드: 디지털 나침반 계획과 정부 개혁’ 보고서를 발간하고 핀란드 정부의 디지털 나침반 계획이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중요한 참고 정책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핀란드, 2030년까지 정부 서비스 디지털 전환한다

핀란드는 디지털 서비스의 활성화로 대면 민원업무의 원격 수행에 대한 가능성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증명되자 대국민 민원서비스 네트워크와 정부청사 사무공간에 대한 개혁 작업을 시작했다. 행정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이다. 핀란드는 개혁에 발맞춰 2030년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한 디지털 나침반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에 기반한 공공서비스 개선 및 국가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 정부는 2021년 9월 ▲디지털 전환 ▲데이터 경제 ▲공공행정에 관한 장관급 실무단을 구성했으며, 부처 간 협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화 코디네이션 그룹을 동시에 발족했다. 이외에도 2030년까지 GDP의 4%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개발된 기술은 디지털 나침반 비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출처=국회도서관

디지털 나침반은 지속가능성, 신뢰, 인간 중심의 접근방식, 포용, 쇄신, 디지털 보안이라는 6대 가치를 토대로 ▲기술 ▲인프라 ▲비즈니스 ▲공공서비스의 4대 영역에서 변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공공서비스 부문의 핵심 목표는 ‘인간 중심의 접근방식으로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 및 자동화’이며, 생애주기별 주요 서비스 디지털화 및 자동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중 핵심 구간에 대한 서비스 제공, 환경 개선, 분야별 행정별 협력 강화 등의 결과물을 도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핀란드는 중앙 부처의 민원서비스 네트워크와 사무공간에 대한 개혁도 단행한다. 이와 관련해 각종 대면 민원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민원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며, 공무원 1인당 점유 면적을 축소해 통합민원센터에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직원들이 함께 근무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할 방침이다.

핀란드 디지털 행정: 개인을 위한 ‘기관 협력’ 네트워크 시스템

핀란드에서 시행 중인 디지털 행정 인프라의 대표 포털은 ‘Suomi.fi’이다. Suomi.fi는 핀란드의 디지털 인구 데이터 서비스청이 관리하는 대국민 서비스 포털로 결혼식·학교 진학·창업 등 개인의 생애주기별 다양한 상황과 기업활동의 각 단계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도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기관의 위치나 이동 경로를 안내하기도 하고, 내 등록데이터 확인, 공공서비스 결제 등의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최근 핀란드 정부는 ‘가족 및 친지 사망 시 안내 사항’을 담은 서비스도 개시했다. 이는 변호사협회·연금센터·교회 연합·법무부·경찰·상조협회 등 관련 정부 부처 및 민간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됐으며, 장례·금융·인터넷계정·유산·미성년 자녀의 권리 보호 등 가족 사망 이후 당면하는 각종 문제에 관해 단계별 안내를 제공한다.

핀란드의 디지털행정 인프라의 대표 포털 ‘Suomi.fi’/사진=Suomi.fi 홈페이지

또 다른 디지털 행정 인프라로는 ‘오로라AI’가 있다. 2020년 2월 핀란드 재무부에 의해 출범한 오로라AI는 개인정보와 인구학적 정보를 토대로 개인의 생애주기별 필요에 맞춘 선제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하나의 웹사이트나 포털, 인터페이스가 아닌 서비스 연결 방식으로 공공, 민간, 제3부문 사업자가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는 지능형 서비스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기존 정부 서비스가 기관별 효율성을 우선하는 구조로 권한 등이 파편화됐다면, 오로라AI는 개인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관들이 협력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재교육이 필요한 근로자는 오로라AI로 교육강좌를 안내받거나, 대학 졸업생의 경우 구인, 주거, 추가 교육 정보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 보여주기식 정책 중단하고 이해관계자 고려해 공백 메워야

핀란드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30년까지 각 정부의 임기 동안 필요한 조치와 투자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개인의 생애주기별 필요에 맞춰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도서관은 특히 ‘오로라AI’ 시스템에 주목하며 우리나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특기할 만한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디지털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를 계기로 정부의 민원 서비스 네트워크와 정부 청사의 사무공간 개혁 방안을 수립해 법률을 정비한 점은 정부 예산 절감과 탄소 중립 달성의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핀란드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디지털 전환’의 맹점은 시민들의 생활에 밀착도가 높아야 하며,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활용도가 높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세대와 아날로그 세대가 혼재된 만큼 무작정 모든 정부의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해 버린다면 사회에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사업화되지 않는 디지털 전환은 자금 상실 및 혁신 부족으로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는 민원 서비스 네트워크를 개혁하면서도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면 서비스 이용 기회를 계속 보장해야 할 필요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 생애주기에 맞춰 선제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화와 관련된 창업을 적극 지원하며 빈틈 행정을 없애나가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전 국민 대상 기초 디지털 역량 교육을 위한 디지털 배움터 ▲농어촌 초고속 인터넷 및 공공 WiFi 보급을 통한 통신 이용환경 개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포용 기술개발 추진 등 디지털 보편권·접근권 확립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지원금으로 개발자 인건비만 충당할 뿐, 실질적인 비즈니스 활용 방안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깊은 고민은 하고 있지 않다.

한 지역 균형발전 사업 전문가는 “윤석열 정부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 디지털 전환 관련된 지역발전 정책에 대한 제시가 없다는 점은 명백한 방치이자 정책적 공백”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작업방식 변화 과정에서의 글로벌 기업들과 국내기업 간 기술격차가 현격하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전 세계는 행정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우리 정부 역시 지원금 살포나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각 이해관계자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정책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