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부터 조계종 산하 사찰(65곳) 입장료 무료, 문화재 관리비 논쟁은 아직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후 드디어, 오는 4일 조계종 사찰 입장료 무료 전환 입장객 급증 예상에 사찰 자체 문화재 관리 어렵다는 불만 ↑ 문화재 보수·보호 위해 관리비 지출 맞지만, 다른 목적 없도록 깨끗한 회계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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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부터 대한불교조계종 산하 사찰에 입장할 때 징수하던 문화재 관람료가 면제된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1일 오전 10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울 종로구)에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지만 조계종 측 관계자는 입장료를 무료로 전환할 경우 방문객이 늘어 사찰 자체의 관리로는 국가 문화재를 보전하고 보수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가 지원금을 요청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007년부터 포기 않던 입장료 결국 포기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협약을 통해 불교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증진하고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제반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사찰마다 존재하던 ‘관람료 매표소’를 ‘불교 문화유산 관람안내소’로 변경해 불교 문화유산 향유 문화 조성과 안전 관람을 위한 안내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에서 오는 4일부터 국가지정문화재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해당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개정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체결됐다.

지난 1970년부터 국립공원 입장료와 통합 징수되던 문화재 관람료가 2007년 1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이후에도 계속 징수됨에 따라 국립공원 탐방객과 국립공원 간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관람료 문제 개선을 국정과제로 정하고, 문화재 보호 법령을 개정하여 국가지정문화재의 민간 소유자가 문화재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그 감면분을 국가(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이로써 지난 12월 24일 국회가 의결한 예산안에 문화재 관람료(문화재 구역 입장료) 감면 지원 예산 421억원이 포함됐으며, 이는 연평균 전국 사찰 문화재 관람료 내역을 기반으로 확정된 금액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문화유산 관람 지원 사업으로 사찰의 관람료 징수와 관련한 국민 갈등이 해소되고, 국민들이 불교 문화유산을 보다 부담 없이 향유할 수 있게 되어 문화 향유권이 크게 증진될 것이며, 나아가 불교 문화유산의 관람객 증가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문화재청은 문화재 관람료 지원을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가 해당 문화재를 공개하면서 관람료를 감면하는 경우 그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오는 6월 30일까지 감면 비용 지원신청서를 접수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편리하고 안전한 관람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소유자(관리단체), 관계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계종, “입장료 전면 폐지할 테니 사찰 관리비를 지원해달라”

한편 정부와 조계종 간의 협약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입장료)를 받지 않은 사찰에 관람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관리비 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우스님 또 “국가 문화재의 60%, 지방문화재까지 합치면 73%를 국가 대신 스님들이 사찰에서 신앙 차원에서 관리 보존해 왔다”며 “무료입장을 하게 되면 훨씬 많은 수가 찾아 쓰레기도 많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서 추가 관리 비용도 예산에 포함되도록 정부와 합의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방의 사찰들로부터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문화재 관리 보존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당국이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입장료 폐지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앞으로 조계종의 계획에 대해서는 “조계종은 국민들의 평안을 위해 불교 고유의 명상을 국민들의 사고와 정서에 맞도록 개발해 센터는 도심에 두고, 전국의 템플스테이와 연계해서 국민들이 쉽게 접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7년 엎어진 채 땅을 보고 있는 상태로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사업 역시 “국민과 우리나라에 좋은 기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25년까지 마애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고령스님들의 임종 때까지 승가 구성원으로서 위의를 유지할 수 있도록 종단 직영 요양 시설인 ‘아미타 불교 요양병원’을 내달 3일 경기 안성시에 개원한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조계종 기획실장 성화스님도 “2002년 경북 영천시의 지원으로 은해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았을 때 월별로 차이는 있지만, 작을 때는 3배, 많을 때는 8배까지 방문객이 늘어났고, 전북 고창 선운사가 석 달 동안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자 방문객이 2~3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협약이 있기 전 시행되기 전 조계종과 국립공원공단 등에 따르면 현재 국립공원이 아닌 사찰이 등산로 입구에서 관람료를 징수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70여 곳, 국립공원은 23곳이 있었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1인 2,000~5,000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으며, 특히 등산객들이 많이 몰리는 속리산 법주사, 오대산 월정사, 변산반도 내소사, 내장산 내장사‧백양사, 지리산 화엄사, 설악산 신흥사, 치악산 구룡사, 계룡산 갑사, 소백산 희방사 등에는 등산을 위해 방문한 등산객도 문화재 관람료를 지불해야 했다.

사진=봉화군

무료입장 전환 후 방문자 급증 확실, 문화재 관리 위해 사찰과 문화재청의 동시 노력 필요

이번 입장료 감면 소식에 대다수 등산 커뮤니티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냈으나 “입장료는 애초에 받지 않았어야 하는 돈인데 이걸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 준다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 “세금으로 준다면 문화재 보수나 유지관리에만 쓰이도록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특히 조계종에서 정부에 관리비를 요청한 사실에 대해서도 철저한 관리가 선행되지 않으면 절대 혈세를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지난 2009년 의정부지방법원은 소요산 자재암에서 관람 의사와 상관없이 징수한 문화재 관람료 1,000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이는 같은 해 2월 등산객 22명이 문화재 관람 목적이 아닌 등산에 목적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자재암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 따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사찰 문화재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만 관람료를 받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소요산 입구에 매표소를 설치해 등산객의 문화재 관람 의사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 행위는 법률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이미 2000년도부터 법정 다툼으로 번져 승패가 반복되는 판례를 낳았다.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전면 무료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찰은 여전히 입장료 징수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6년 말 전국 문화재 관람료의 총수입은 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국립공원 측 문화재 보수 지원은 12억원으로, 해당 지원액을 뺀 나머지는 문화재 보수·보호와 사찰 일반 재정, 불사금 등으로 쓰였다. 관람료와 문화재 보수 지원비가 본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쓰인 것이다. 조계종은 이번에도 관람료를 전액 무료로 전환하는 대신 정부에 ‘문화재 관리비’ 명목의 지원금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조계종 사찰의 절반 이상이 국가 문화재로 지정된 만큼 국가로부터 보수·보호 비용을 받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리비가 지난 2006년처럼 사찰 일반 재정으로 불사금 등으로 사용된다면 더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스님들은 “사찰 살림이 어려우면 새로운 사원경제 체제를 개발하는 것이 맞다”며 관람료와 관련된 분쟁을 이제 멈추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 불교도는 “산을 찾으면 으레 절에 한 번쯤 들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며 “절 입장에서는 방문한 사람들이 좋은 기억 만들고 가게 하는 것 자체가 아주 효과적인 포교 활동인 만큼 법당에 법회나 불사 동참 등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기보다는 친절하게 사찰 안내에 힘쓰며 방문객을 맞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성화스님은 은해사가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았을 때 방문객은 적게는 3배, 많을 때는 8배까지 늘어났고,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도 석 달 동안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자 방문객이 2~3배 증가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석가탄신일(5월 27일)을 앞두고 조계종과 문화재청의 협약은 오히려 방문객들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찰 관리가 힘들어질 수는 있지만, 그만큼 부차적인 수익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힘든 결정을 감행한 만큼, 문화재청은 관리비 지급까지는 어렵더라도 절을 찾은 방문객이나 국립공원 탐방객, 등산객 등을 대상으로 문화재 보호에 대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허울뿐인 안내문이나 보여주기식 캠페인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쓰레기 버리지 않기, 산에서 취사하지 않기, 문화재에 낙서하지 않기, 함부로 훼손하지 않기 등 그동안의 여러 시도들은 시민의식을 고양하고 실제로 더 나은 등산 매너를 만들어 냈다. 사찰 대부분이 국가 문화재인 만큼 국비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지원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상승시키는 것이 더 좋은 해결 방법 아닐까.